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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낭만주의는 고전주의에 이어서 서구에 나타난 문예사조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문학사가들이 낭만주의에 포괄하는 문학적 현상이나 개념의 역사는 매우 혼란스럽다. 그러한 양상은 각국의 문화사로 시선을 옮겨보면 더욱 심해진다. 독일의 경우 18세기 중후반의 폭풍노도운동이 초기 낭만주의운동을 대표하는 것인데 비하여 영국의 전기 낭만주의는 1800년 어름의 문학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개념의 역사에서도 혼란은 마찬가지다. ‘romantic이란 말이 옛 ’romance‘에서 유래한 말로서 “기사도, 모험 및 애정의 이야기들과 관계되어 있었으며 허황한 감정, 비개연성, 과장 및 비현실성과 같은 것, 즉 건전하고 합리적인 인생관과 정반대되는 요소들로 특징지어져 있었다 ”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최초로 낭만적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이폴리트 텐느는 낭만주의 작가들이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해 밀접한 관계를 지녔던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그 이후 비평가나 실증주의적 문예학자들에 의해서 문예사조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사회정치적 관련을 잃고 순수하게 문학적 문제에만 치중했던 유파로 묘사되게 된다. ’ 근대의 모든 예술은 낭만적 자유운동의 결과다 ’는 견해는 모든 권위에 대한 자유의 투쟁이자 산업화, 도시화와 같은 사회적 압박, 질곡으로부터의 해방투쟁이었던 역사적 낭만주의에 대한 통일적 인식의 필요성을 제고하고 있다. 여기서 낭만주의를 상상력과 시를 통해서 역사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했던 순수문예운동적인 측면보다도 산업화와 혁명의 좌절 속에서도 시를 우월적 실재가치로 옹호했던 측면에서 당대의 사회정치적 변동과의 관련속에서 파악하는 일이 필요해진다.
1. 낭만주의 발생의 사회적 조건
낭만주의는 중세로부터 시작된 생산의 합리화와 도시적 삶의 형태들이 르네상스를 거치는 가운데 근대적인 삶의 특질로 현저해지면서 낭만주의적 성향들이 싹트고 자라나서 어느 순간엔가 지배적인 성질을 획득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 ‘어느 순간’에 해당하는 시기는 대체로 18세기 초중반, 고전주의와 계몽주의가 한편으로는 절정에 이르고 한편으로는 쇠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는데 문학사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낭만주의가 존속했던 전 기간은 대체로 뒷날에 혁명의 시대로 불리는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므로 낭만주의가 시대를 지배하는 주조적 문예사조로 자리 잡는 것과 혁명들 사이에 일정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산업혁명과 프랑스대혁명의 영향은 지속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되어온 낭만주의 발생의 2대 요인이다.
중세 이래 생산의 조직화와 합리화, 경영체계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고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특히 응용과학 분야와 실증과학분야의 발전은 실제적 산업활동의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더욱이 신대륙의 발견은 무한한 시장을 산업가들의 눈앞에 제시하는 것이었으며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자유경제체제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해 주었다.
산업혁명은 사회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다. 농촌을 떠나 도시 부근의 공장으로 몰려들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떠나 익명성 속에 고립된 개인적 삶의 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생존경쟁으로 인한 무자비한 개인주의, 자본과 노동의 분리로 인한 노동의 비인격화와 사물적인 인간관계가 만연하게 되었다. 낭만주의의 시인, 작가들이 이러한 비인간화에 대해서, 사회의 획일화와 규격화에 대해서 저항함으로써 기성질서로 확립되어가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정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산업혁명이 생활의 물질적 기반에서 일어난 변화를 나타내는 상징이라면 프랑스혁명은 사회체제의 문제를 집단적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움직임이었다. 혁명은 실질적인 부의 창출에 비해 극히 미미한 대표권밖에 가지지 못했던 제3신분(부르주아와 농민)들의 달아오른 열기가 파리의 실업문제, 물가앙등, 식량부족 사태 등과 연결되면서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혁명이 직접적으로 문학에 영향을 준 사례는 혁명에 대한 환멸과 그로 인한 절망의 분위기를 표현한 문학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포정치와 제국이 성립되는 혁명의 변질과정에서 절망한 시인들은 무수한 작품을 통해 그 암울한 감정을 표현한다. 그에 반해 진보적 입장에서 현실적 사건들의 전개를 찬양하는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당대의 현실에 대한 진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일의적으로 그 반향이 규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혁명의 환멸 속에서 후기 낭만주의의 주조가 과거 지향적이고 소극적인, 병적인 낭만주의(흔히 낭만주의를 밤과 죽음의 이미지와 관련시키는 것은 이러한 도피적 사조를 과장하여 받아들인 데 기인한다)로 분류되는 경향까지도 낳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에 대한 낭만주의의 반향은 부르주아사회의 물질주의, 물화현상에 대한 거부감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의 희망이 멀어진 데 따른 환멸감의 표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문학의 내적 환경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문학의 내적 환경에 나타난 변화의 요인에 대해 레이몽 윌리암스는 다섯 개의 주요 계기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즉 작품의 수요자가 작가들에게 자신들의 취향을 반영해 주도록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려옴으로써 작가들은 사회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 둘째로 문학의 수요자로서 공증에 대한 관습적 태도가 달라졌다. 즉 가격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시장의 법칙에 대한 반감과 상이한 판단기준 등이 작가의 공중에 관한 태도를 전과는 다르게 형성하였다. 셋째로 문학예술이 시장의 법칙에 종속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넷째로 작품의 상품성이 세속적 기준에 종속되어 가는데 대한 반발로서 예술을 상상적 진리를 구현한 우월한 실제로 여기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다섯째 예술가를 특별한 종류의 인간, 하나의 천재로 보는 관점이 나타났다. 예술가는 이제 각 장르의 규범에 따라 작품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 존재로서 새로운 감수성을 통해 파악된 실재를 표현하는 하나의 재능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2. 낭만주의시대의 철학과 문학이론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로 낭만주의의 구호가 된 사상을 선진적으로 제시했다.
루소의 사상은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본격화된다. 평등했던 인간은 사적소유를 통해 생활의 안락을 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쟁, 죄악을 짓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소유가 발생하면 사람은 끝없는 욕구를 가지게 되어 자연을 지배하려 하고, 다음에는 인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국가를 세우고 나아가서는 사회적 불평등, 폭력의 상태에 빠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현재의 불평등은 평등으로 이행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사회계약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상은 1762년에 발표된 《사회계약론》에서 더욱 발전된다. 루소는 《신엘로이즈》에서 자연관을 인상적으로 표현했으며 《고백록》에서는 지금까지 금기처럼 꺼려지던 작가의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 그는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느꼈다. 그것은 인간의 공통운명이다”고 말하여 인간의 기본성정이 이성보다 감정에 있음을 주장하였다. 루소와 함께 낭만주의의 사상적 배경이 된 철학을 제시한 이는 임마누엘 칸트였다. 칸트철학은 인간이성이 현실을 모사하고 재현하는 수동성보다는 주체의 자유로운 활동에 의해 대사을 새롭게 구상하여 객관성을 생산한다고 봄으로서 인식이 창조적 자아의 영역으로 변화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이것은 세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지닌 스스로의 무자각성을 극복하여 현실이란 관념의 이데올로기 성을 의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칸트의 이 같은 주관적 관념론은 그의 미학에도 반영되고 있다. 그는 《판단력 비판》에서 주관적 관념론의 미학을 정립했다. 《판단력 비판》에서 칸트는 미적 판단의 경우 대상의 아름다움은 합목적성 합목적성 [合目的性] - 일정한 목적에 들어맞음을 뜻하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