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꽃게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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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그녀가 떠난 것은 어쩌면 그의 집착이 불러온 재앙인지 모른다. 어느 날 그는 애초부터 달랑 배낭 하나뿐인 그녀의 짐을 몰래 뒤져 한 남자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불같은 증오가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죽음을 원했던 상황, 삶과 관련한 모든 욕망을 내던진 상황에서도 ‘게’에 대한 욕망만은 명확하게 표현한다. 내숭은 여자들의 본능이라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나 가지게 된 식사에서 게의 살에 대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녀는 왜 그리 게에 대해서 집착하고 강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일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없지만 그녀의 가방 속에서 발견된 한 장의 남자 사진으로 보아 아마도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집착이 아닌가 생각한다. 추측해 보건대 그녀가 바다로 들어가 자살하려는 것은 그 남자가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고 게에 대한 욕망도 그와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의 강한 욕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녀에겐 그 남자 외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삶의 의욕을 잃은 채 낯선 남자와의 동거도, 섹스도 아무런 느낌 없이 그냥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미 그 남자는 사진 속에 머물고 있는 사람으로 실체가 될 수 없고 그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게를 먹게 되지만 그것 또한 허무를 가져오는 무의미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집착하면 할수록 더 다가가면 갈수록 허무해지고 멀어지는 것이다. 자살하려는 그녀를 살려준 그 남자 또한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심지어는 집착하게 되면서 그녀는 떠나고 만다. 집착이 불러온 재앙. 어찌 보면 사진 속의 남자도 그녀의 집착으로 인해 떠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에 그녀에게 있어 게는 사진 속 남자를 대신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죽은 사람의 살을 뜯어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게에 대한 집착은 곧 사진 속 남자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그녀의 감정을 게 알레르기가 있다가 그녀를 만나면서 게 알레르기가 없어진 그, 병따개가 필요 없는 ‘카프리’라는 병맥주같은 그의 성질을 그녀라는 병따개가 필요하게끔 변화된 그는 아주 잘 이해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진 속의 남자를 발견한 순간 화가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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