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한국문화사] 정관 김복진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 여성에 대한 죄의식과 첫 느낌
서른 여섯 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장가를 간 김복진에게는 어쩌면 여성에게 죄를 지었다는 잠재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열네 살 때 결혼해 첫날 밤 소박을 놓은 처녀에 대한 짓눌림의 기억, 스물네 살 때에야 그 형식 틀을 깰 수 있었던 올곧은 청년의 의식 속에는 여성에 대한 죄의식이 깊이 꿈틀댔다.
2학년 시절인 스물한 살 때 처음으로 여성 나체 모델을 대하고 당황하기도 했고 또한 하숙집 주인의 질녀가 사랑의 공세를 취해와도 물리쳐 버리는 냉담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성을 소재로 삼은 김복진의 작품들을 헤아리다 보면 아마 어떤 식으로든 하든 하나같은 특징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스물한 살 때 여성 나체를 처음 보았고 다음처럼 느꼈다.
“동경미술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니까요. 그 때 참 난생으로 숙성한 여인의 나체를 보았는데 여자가 벌거벗고 모델대로 올라가지를 않겠습니까. 그 순간 그 일사도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를 본 순간 마치 고무 방망이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이 멍해졌습니다. 얼굴이 후꾼후꾼 붉어지고 눈이 자꾸만 한 곳으로 가두구만요.”
그 뒤 거듭 나체 모델 작업을 하다 보니 그런 부끄러움은 사라졌다. 그리고 김복진은 모델들에게 “제작 중에는 의식적으로라도 모델에게 좀 가혹하리 만큼 냉정한 태도를” 취했다. 이런 태도는 자신에게 뜨겁게 사랑을 구해 오는 하숙집 질녀에 대한 물리침과 흐름을 같이 한다. 확실히 김복진은 여성에 대한 죄의식을 속에 감추고 있었고 따라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던 첫 느낌은 인간 본능이 자연스러움에 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