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성본능과 구원, 근친혼을 중심으로-
- 목차 -
Ⅰ. 머리말
Ⅱ. 쾌락을 거부하는 교회
Ⅲ. 바울의 성본능에 관한 인식
Ⅳ. 교회와 이단간의 성본능에 관한 인식의 차이
Ⅴ. 성직자의 결혼금지
Ⅵ. 근친혼 금지
Ⅶ. 맺음말
Ⅰ. 머리말
쾌락은 고대인에게나 르네상스인에게나 본질적인 요소이다. 그리스인들의 경우, 철학자들은 절대 선을 추구했던 반면에 향연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성적인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는 쾌락이 한가로움otium(라틴어로 여백시간)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있는데, 이는 카푸아의 환락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 군대가 로마군에게 승리를 거둔 뒤 카푸아에서 숙영하면서 환락에 빠져 멸망의 길로 들어선 고사
이나 페트로니우스가 묘사하고 있는 난장판 연회를 떠올리게 한다. 네로 황제 치하의 로마 시대상과 인간의 욕망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소설, 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Satyricon)’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사티리콘’이라는 제목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 공연이 끝난 후 기분 전환용으로 무대에 올린 희극인 ‘사티로스극(satyr play)’을 의미하는 라틴어 ‘satyricum’에서 유래한 것. 책은 등장 인물들의 갖가지 음란 행각 때문에 오랫동안 ‘음서(淫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타락한 성 풍속도와 천민 자본주의, 하층민과 노예의 고단한 삶 등에 대한 신랄한 풍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특히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천박한 벼락부자 트리말키오를 등장시킨 ‘트리말키오의 연회’ 에피소드는 해학적인 측면에서 단연 사티리콘의 백미다. 온통 금붙이로 휘감고 있는 트리말키오는 타고난 천박함과 무식함을 감추지 못한 채 권력욕만 넘쳐나는 인물로, 동서고금의 풍자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인의 쾌락을 추구하고 생명과 자연을 찬미하던 시대인 르네상스 시대에는 모두가 라블레의 박카스 신(술)이나 롱사르의 생의 예찬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어떠한 시대도 그이전과 이후의 시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세는 고대와는 완전히 단절된 암흑의 시대로 보인다. 곳곳에 침투해 있는 종교로 인해 이 시대에는 쾌락이나 사랑이 죄악으로 규정되고 청빈과 노동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쾌락이라는 개념을 상상해 볼 수 있었을까?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로서 확연히 나타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와 같은 관념이나마 존재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쾌락 성향이나 욕구를 충족시키고, 생의 활동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기분 좋은 감각이나 감정
이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추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중세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쾌락이라고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관능의 즐거움, 특히 성적인 즐거움인데, 중세인들도 아이들을 많이 낳았던 것이다.
하지만 종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중세특유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죄와 육신을 연관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쾌락이 별다른 생각없이 체험되는 현상 이상의 것, 다시 말해 단순한 성향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