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감상문 - 부제 죽은 자들을 위한 판타지

 1  판의 미로 감상문 - 부제 죽은 자들을 위한 판타지-1
 2  판의 미로 감상문 - 부제 죽은 자들을 위한 판타지-2
※ 미리보기 이미지는 최대 20페이지까지만 지원합니다.
  • 분야
  • 등록일
  • 페이지/형식
  • 구매가격
  • 적립금
자료 다운로드  네이버 로그인
소개글
판의 미로 감상문 - 부제 죽은 자들을 위한 판타지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감상문
-부제: 죽은 자들을 위한 판타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중학생 무렵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인해서 판타지 영화들의 인기가 높았을 때였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환상적이고 밝으나,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나는 보기 전에는 도 그저 쏟아져나오던 다른 판타지 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배급사의 실패한 홍보로 인한 착각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학교에서 친구들과 봤는데, 징그러운 영상에 놀라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때의 강렬했던 느낌은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교수님이 과제로 내주셨을 때 정말 보기 싫었다. 그리고 꾹 참고 끝까지 영화를 다 본 지금, 결과부터 말하자면 는 매우 완성도 높은 판타지였다.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교차와 은유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들, 세밀하게 구성된 인물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했다. 영화는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 총통이 지배하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 파시스트 정권이 자리 잡았으나, 반란군들이 게릴라전을 이어가서 여전히 혼란한 사회이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이러한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세계에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여자 아이다. 오필리아의 친부는 봉제사였으나 내전 중에 사망하고, 아름다우나 무기력한 엄마는 정부군의 대위인 새 아빠와 재혼한다. 영화는 임신한 엄마와 오필리아가 새 아빠가 있는 부대로 이사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곳은 정부군과 반란군이 대치하고 있는 공간이다. 오필리아에게 새 아빠는 애정없이 공포스럽게만 느껴지는 존재이고, 엄마는 사랑하지만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존재이다.
영화에서 현실과 절묘하게 섞인 환상은 오필리아의 상상으로 보인다. 오필리아는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슬픔과 고통이 없는 지하 왕국을 만들어내고, 자신이 그 왕국의 공주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오필리아는 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받는다. 이는 신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과의례’이다. 나는 이 세 가지 과제가 각각 용기, 인내,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괴물 두꺼비로부터 열쇠를 얻는 첫 번째 과제는 용기를 의미한다. 그리고 눈이 없는 괴물을 지나쳐 열쇠를 맞추는 두 번째 과제는 인내를 의미한다. 두 번째 과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지키고, 절대 식탁의 음식을 먹거나 마시면 안된다는 금기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금기를 어겨서 요정들이 희생되고, 과제에 실패한다. 나는 이것이 비달 대위의 고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료를 발설한 반란군의 모습과 겹쳐진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과제에 실패하면서 오필리아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녀는 판에게서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남동생의 피를 바쳐 왕국으로 가는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남동생을 살리기 위해 지하 왕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이는 희생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새 아빠인 비달 대위는 오필리아의 환상을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오필리아의 엄마인 카르멘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아들을 낳아줄 여자로 여긴다. 그가 항상 지니고 다니며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시계는 자신의 아버지가 쓰던 시계로, 아버지 역시 비달 대위처럼 군인이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아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자신의 의지를 잇겠다는 욕망으로 보인다. 또한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아들을 통해서 의지를 이어나가는 것은 곧 영생을 누리는 것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고, 메르세데스는 비달 대위의 아들을 반란군의 자식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오필리아와 메르세데스의 행위는 최종적으로 묘하게 일치한다. 이는 타인을 죽이며 영생을 이어가려했던 비달 대위의 욕망이 실패했고, 자신을 희생한 오필리아가 영생을 누리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가 ‘죽은 자들을 위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감독은 오필리아의 환상을 통해 스페인 내전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나에게 는 과제가 아니었으면 볼 일이 없는 영화였다. 여전히 어둡고 징그럽고 불편했다. 지하철에서 보다가 소리 지를 뻔 하기도 했다. 보고 나서도 괜히 마음이 먹먹먹하고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나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는 매우 낯설지만 손에 꼽히게 작품성 높은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