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개론 - 제주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을 읽고 -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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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신구간이라고 불리는 기간이 오면 제주도는 이사하는 사람들로 분주해진다.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이 신구간은 오직 제주도에만 있는 이사풍습이다. 신구간이란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까지의 1주일 인데, 이 기간은 신·구 세관이 바뀌는 과도기간으로, 모든 신들이 천상에 올라가기 때문에 지상에는 어떠한 신적 조화를 부릴 기간이 없는 기간이라고 한다. 신구간의 설명에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제주도의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신구간에 가야 탈이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던 나로서는 신구간은 이사하는 날로 당연히 받아들였지 신구간에서 무속신앙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제주 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을 읽고 신구간과 더불어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무심코 지나쳤던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민간신앙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으며,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간신앙은 사회 변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하고 재구성된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연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연구자의 방향, 해석 등에 따라 그 내용이 180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더 흥미가 갔다. 연구자들이 민간신앙에 대해 어떤 연구를 수행하는지, 연구 방법은 무엇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연구 결과에 어떤 해석을 가하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은 세 명의 연구자가 제주도의 민간신앙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세 명의 연구자의 연구 내용은 각자 다 다르다. 이로 인해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제주도의 민간신앙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구 방법에는 문헌조사와 더불어 현지조사, 면담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어졌다. 나는 연구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연구방법들에 흥미가 많은 편이다. 연구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연구방법들은 각기 자신만의 특징이 있고, 그 방법들을 수행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사용되어진 연구 방법들 중 특히나 현지조사를 꼭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구자들이 직접 현지에 가서 현지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 하고 싶은 마음이 한층 더 커졌다. 사회학 공부를 열심히 하여 언젠간 연구를 수행하게 되면 나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수행하고 싶다.
제주도의 민간신앙은 자연적 조건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척박하고 격리된 섬이라는 공간은 그들을 결속시켰으며, 이 어려움을 초월적 존재에 기대어 이겨내려 하였다. 여기서 제주도의 민간신앙인 무교를 말할 수 있다. 나는 솔직히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민간신앙에 좀 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옛날의 자연적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제주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신속한 이동과 연락이 가능하기 때문에 섬이라는 공간이라도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격리되어있다는 불안감이 지대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그들에게는 기댈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기댈 곳이란 바로 민간신앙인 무교였던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민간신앙은 최근까지 지역민의 종교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뚜렷이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를 여실히 나타내어주는 예로 약 50만의 인구에 346개의 당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제주도에 당이 이렇게 많이 존재하고 있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무려 300여개나 제주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니... 정말 신기했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게 된 이유에는 무엇보다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시시때때로 삶을 위협하는 자연의 힘을 경험해야하는 섬사람들은 불안감에 떨어야했으며, 결국은 그 불안함을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으로 민간신앙들을 잘 보존할 수 있었고 그 결과로 최근까지 지역민의 종교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리적 환경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제주도에 민간신앙이 형성되고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이 성립되어지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가지의 원인으로 여러 결과들이 도출되어지다니... 지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수많은 신들의 종류였다. 제주도에는 일만 팔천신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두가 신앙민의 신앙대상이 되는 신이 아니라고 한다. 신앙대상이 되는 무속신에는 일반신, 마을수호신(당신), 일가수호신이 있다. 먼저 ‘일반신’은 인간생활의 일반적인 사상을 관장하는 신으로 일반적으로 공통된 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엌의 신인 조왕, 울타리신, 가옥의 신인 성주 등이 있다. 이는 책에서도 들어보았던 신들이라 무척이나 친근감이 들었다. 생활 곳곳에 신이 있다고 생각한 그 발상이 무척이나 신선했으며 문득 집 곳곳을 다시한번 살펴보게 되었다. 우리 집에도 어디엔가 신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신들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신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당신’은 민간신앙의 성소인 당에 좌정한 신을 말한다. 제주도 신당에 좌정한 당신은 모두 264종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여성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이다. 제주도에서는 전체적으로 여신이 남신보다 두 배 이상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전국의 무신 성별 비율과 비교 했을 때 아주 독특한 현상이라고 한다. 여신이 많은 이유가 정말 궁금했으며, 나 혼자서 여러 추측을 해보게 되었다.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고 불려진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여자가 많아 여신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리고 제주도는 예부터 여성의 독립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이러한 독립심이 강한 여성들이 있기에 신의 종류에도 여신의 수가 많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이러한 추측을 거듭할수록 여신의 수가 많은 이유가 너무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일가수호신’은 일가의 안녕과 행운을 위해 모시는 가계 단위의 수호신을 말한다. 일가수호신 중에서 특히 조상신에 가장 눈길이 갔다. 현실에 존재하던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행위는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상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기에 더욱더 후손들을 잘 보살펴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신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처음에는 이 모든 신들에 거리감을 느꼈지만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 신들은 우리를 보살펴주며, 해를 끼치 않는다. 우리는 이 신들로 인해 불안함을 떨쳐 버리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신의 존재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들어 그 거리감을 굉장히 많이 줄인 것 같고, 이제는 신들에게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에는 ‘당이 세다’, ‘동티난다’ 라는 말이 빈번하게 나왔다. 그 뜻이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당이 세다’라는 표현은 당신의 위력이 세며, 신을 정성스럽게 모셔야한다는 의미까지 포함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동티난다’ 라는 말의 의미는 당신에 대해 불경스러운 행위를 했을 경우 쓰이는 것이라고 한다. 둘 다 처음 들어보는 말인지라 무척이나 생소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서든 ‘당이센데’, ‘너 그러다가 동티 난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말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았고, 이 말의 형태와 그 뜻이 정말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