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성학집요』 수기편의 체계를 구조적으로 살펴보고 율곡의 수기 공부론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고찰함으로써 율곡의 사상을 기반으로 인성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율곡은 『성학집요』 수기편에서 격물치지의 궁리장으로 시작하는 『대학』의 체계와 달리 입지장과 수렴장을 궁리장보다 먼저 배치하고 있다. 성선(性善)을 주축으로 지극히 선한 곳에 뜻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입지 공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수기(修己) 공부는 방향성을 잃게 되어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입지장을 가장 앞세운 것이다. 또한 입지 공부 이후에 경(敬)으로 수렴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분산되고 몸가짐이 흐트러져서 궁리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입지장 다음으로 수렴장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궁리장보다 수렴장을 먼저 둔 것은 『대학』의 궁리 공부에 앞서...
이 논문은 유가에서 제시된 즐거움에 대한 논의를 주자가 어떻게 독해하는지를 밝혀서 수양론의 이상적 경지가 어떻게 규정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주자는 공안락처와 증점기상을 통해 이 즐거움을 인격의 궁극, 이상적 경지의 마음 상태 또는 감정으로 설명하였다. 이 공안락처로서의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과 다르며 한가한 즐거움은 물론 아니며, 또한 도덕적 가치와 대상을 추구하여 얻는 즐거움도 아니다. 즉 도덕을 즐거워하는 단계의 즐거움과도 다른 것이다.
이렇게 도덕 실천과 감정과의 연관은 주자의 수양론을 이해하는 주요한 표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주자가 보는 도덕에서의 감정은 보다 여러 층위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주자가 이해하는 공안락처의 즐거움은 만물일체에서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이 즐거움은 신비체험에 의해 획득된 전체와의 합일이라는 무차별한 경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 논문은 남당 한원진의 도론에 관한 연구이다. “남당이 창출한 독창적인 이론인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 곧 성삼층설(性三層說)이 도론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이 문제를 중심으로 남당의 도론의 특성을 고찰 한 것이다. 『중용』 제1장에서는 도의 개념을 `본성을 따르는 것[솔성(率性)]`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대하여 주자가 `性을 따르면 마땅히 행하여야 할 길[도]이 정립된다.`라고 주석한 것에 의거한다면, 성리학에서 도의 정립 근거는 바로 性이 된다. 그러므로 남당의 독창적인 성론에서부터 도출된 도론은 주자의 도론과 구별되는 내용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남당은 『중용(中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맥락은 바로 `도(道)`라고 주장한다. 그 다음에 남당이 보편과 특수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그리고 인성...
이 글은 인지유학(Coginitive Confucianism, 認知儒學)이라고 명명된 이론적 입장에 바탕을 두고 한 가지 철학적 질문을 다룬다. 성즉리를 강조하는 주자학의 계열에서 이진상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심즉리가 주장되는 현상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이 질문을 다루기 위해 한국 유학사에 나타난 세 가지 특징적 장면과 몇 가지 인지적 도구들을 결합시킬 필요가 있다. 이황의 이발설(理發說)에 포함된 상제(上帝) 관념, 18세기 율골학파가 만들어낸 미발심체(未發心體)라는 철학적 조어, 이진상의 심즉리(心卽理)가 주목되는 장면들이다. 「존재의 대연쇄」라고 불리는 인지모델과 「의인화」라고 불리는 개념적 은유 및 이들과 연관된 두 가지 영상도식 즉 「상하도식」과 「안팎도식」이 필요한 인지적 도구들이다. 이들이 신유학적 어휘들과 다양하게 혼성...
본 논문은 화담이 주장한 `허즉기(虛卽氣)`를 통해 그의 사유구조를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화담은 장재, 이정 그리고 주자가 원리적 측면의 소이연(所以然)을 모두 제시했지만 그들이 구체적 현상과의 관계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즉 이기(理氣)관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올바른 이기관계를 밝히기 위해 장재가 사용한 기(氣)의 개념을 가져온다. 화담은 장재의 기 개념 중에 `일기장존(一氣長存)`과 `허즉기`를 통해 이기관계를 분명히 밝히려고 하였다.
화담은 장재가 주장한 `모든 것이 기(氣)`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본체와 현상을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으로 설정한다. 특히 본체의 허가 곧 기라는 `허즉기`라는 선언을 통해 선천의 허 역시 유(有)의 범주에 있다고 보았다. 본체[體]와 현상[用]의 관계를 나타내는 체용...
`한국의 주역` 이라고 불리는 『정역』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이후 상당히 진척되었다. 주로 역학(易學)의 측면에서 연구된 것이 대다수이고, 민족종교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다소 있다. 『정역』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우주운행의 원리를 수리(數理)로 접근하여 미래세계를 예시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합리성과 관련된다. 그러나 합리성의 이면에 신비성이 자리잡고 있다. 지은이 김항의 `영적(靈的)체험`도 간간히 엿보인다. 『정역』은 한국사상 속에 들어 있는 합리성의 측면, 정감성의 측면, 영험성(靈驗性)-신비성의 측면을 하나로 잘 융합하였다. 특히 유가철학의 합리성 측면이 한국의 전통사상과 만나 잘 어울어져 있다. 그럼에도 『정역』의 사상적, 학문적 연원을 `한국의 전통사상`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아직 없다. 필자는 『정역』과 김항의 사상을 연구함에 다각도...
본 연구는 리통기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인물성동이논쟁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인물성논쟁의 배경이 되는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였다. 그것은 리일분수적 체계 안에서 인물성을 정합적으로 해명하되, 리통기국의 틀에 기반하여 그 설명을 추출해내는 것이다. 남당 한원진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고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본연지성과 도(道)의 관계를 중심으로 인물성이 달라야한다는 논증을 제시했고, 여러 동료들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의 주장은 인물성 논쟁의 촉발과 전개에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 인물 간에 다른 본연지성을 설명하기 위한 남당의 성삼층설과 이를 반박한 외암 사이의 논쟁은 리통기국의 틀에 기반하여 리일분수와 인물성의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난점과 특징적 양상을 잘 보여준다....
본 논문은 『대학』에 관한 율곡의 공부론을 기반으로 『대학』의 정심(正心)장에서 제기되는 부념(浮念)의 문제와 수신(修身)장에서 제기되는 편념(偏念)의 문제에 관한 한원진의 공부론을 고찰함으로써 율곡학파의 공부론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율곡이 정심공부에서 부념의 문제를 제기한 이래, 한원진에 의해 부념을 다스리는 정심공부론이 심화되었고 편념을 다스리는 수신공부론이 새롭게 정립됨으로써 『대학』에 관한 내성공부론의 체계가 정밀하게 구축된다. 부념을 다스리는 한원진의 정심공부론은 정시(靜時) 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래하는 미세한 부념의 기미를 경(敬)으로 성찰하자마자 성찰한 마음까지 즉시 놓아버림으로써 다시 정존(靜存)의 공부로 직입하여 미발의 본체를 보존하는 데 요지가 있다. 비록 도래한 부념을 성찰하는 순간은 ...
이 글은 최재목 논문 「후계(后溪) 김범(金範)의 『성학십도(聖學十圖)』에 대한 연구」의 저본(底本)이었던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소장본 『성학십도』`에 대한 `텍스트 비평(Text-Critic)`이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텍스트의 저자는 `후계 김범`이 아니라 `석계(石溪) 김기동(金箕東)`이다. 둘째, 본 텍스트의 도서명은 `성학십도`가 아니라 `불리십도(弗離十圖)`이다. 셋째, 제책(製冊)상의 오류로 보아 본 텍스트의 서지정보는 신뢰성을 상실했다. 넷째, 본 텍스트는 <규장각 소장본>의 동일판본 후쇄본이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볼 때, 본 텍스트는 멀리는 율곡학(栗谷學)을, 그리고 가까이는 노론계의 호학(湖學)에 연원을 둔 학자가 자신이 성취한 학문세계를 바탕으로 `성학(聖學)`적 염원을 10개의 도상에 담...
문명전환은 고전의 번역과 궤를 같이 한다. 어떤 문명의 정수(精髓)를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되는 고전은 그 전이와 번역의 과정을 거쳐, 한 문명을 다른 문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문명전환도 이런 고전의 번역 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내건 조선의 문명전환은 사서오경(四書五經)과 같은 유가(儒家) 경전(經典)의 정전화(正典化)를 통해 완성되고, 유교문명의 붕괴 또한 서구문명과의 접촉 과정에서 일어난 유가 경전의 해체와 함께 일어났다. 조선시대 문명의 완성과 붕괴는 유가경전의 정전화 또는 해체화와 궤를 같이 했던 것이다. 그런 문명전환의 과정에서 유교문명의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소학』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전(正典)과 비정전(非正典) 또는 경전(經典)과 비경전(非經典)의 사이에 위치하며,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