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 Lee Chang-hyun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20] 제61권 제4호, 221~281페이지(총61페이지)
민법 제449조 제2항은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대하여 규정한다.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관한 격렬한 논의는 결국 독일 민법과 스위스 채무법에 있어서 물권적 효력설로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우리 민법의 입법자는 이러한 입법례를 고려하여 민법을 제정한 것이므로 물권적 효력설을 채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민법 제449조는 표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양도금지특약에 의하여 채권의 양도성이 제한되는 구조를 취한다. 채권의 양도성을 상실시키는 양도금지특약은 유효하다. 당사자는 양도금지특약을 통하여 채권의 양도성을 상실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장치를 원한 것이고, 이러한 약정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한다. 채권양도금지특약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채권이 양도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채무자의 소극적 계약 자유의 결정판이다. 채권적 효력설은 당사자(특...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글에서는 이 결정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살펴본다.
위 결정은 그 이유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음에도 성별정정을 허용한다면 미성년자인 자녀는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수 있고, 성별정정을 허용하게 되면 가족관계증명서상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될 수밖에 없으며, 미성년자인 자녀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요구될 때마다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었다. 국내의 문헌상으로는 이 문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지는 않으나, 이 결정에 찬성하는 견해와 반대하는 견해가 발표된 바 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서 미성년 자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주식 차명보유, 즉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간 협의에 따른 주식보유는 크게 간접대리, 명의신탁, 단순한 명의차용의 세 흐름으로 구분된다. 이 글에서 간접대리는 법적인 소유권이 대내외적으로 명의인에게 귀속되는 법률관계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명의신탁은 대외적, 대내적 귀속주체가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로 분화된다. 단순한 명의차용은 법적 소유권이 대내외적으로 명의차용자에 귀속된다.
이 글은 단순한 명의차용 개념이 무용하지 않음을 논증하였다. 이는 은닉행위로서 유효하다. 주식 명의신탁에 대해 선의취득을 논한 판례 사안도 실은 단순한 명의차용 사안인바, 명칭상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실제 사안 처리에 있어서 단순한 명의차용 개념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은 법원이 주식 명의신탁이라는 용어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체육시설법 제27조의 문언과 체계, 입법 연혁과 목적, 담보신탁의 실질적인 기능 등에 비추어 담보신탁에 근거한 수의계약 또는 공매 절차가 대상조항에서 정한 ‘준하는 절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대상조항의 해석에 관한 상세한 논증을 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상판결의 결론에 동의한다.
첫째, 대상조항을 해석하는 데에는 형식보다는 실질에 주목하여야 한다. 양도담보권이 실행될 때 대상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데, 담보신탁과 양도담보는 채권담보 목적으로 설정되고 설정 당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둘째, 도산격리 효과가 법률 규정에 의하여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없다. 도산격리 효과에 근거하여 담보신탁의 경우 수탁자로부터 신탁재산을 취득한 제3자에게 회원의 권리·의무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순환...
정긍식 ( Jung¸ Geung Sik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20] 제61권 제2호, 1~46페이지(총46페이지)
현재까지 조사·확인된 14종의 조선후기 수교집에 있는 형조수교는 1609년(선조 37)부터 1885년(고종 22)까지 277년간, 총 1,079건이며, 중복되는 것을 제외하면 484건이다. ≪新補受敎輯錄≫(1743, 영조 19경)에 수교가 집성된 사실을 반영하여 영조대와 정조대의 수교가 345건으로 전체의 71.3%이며, 순조대의 수교가 39건 (8.1%)으로 영조대 이후가 대부분이다. ≪續大典≫(1746, 영조 22)과 ≪大典通編≫ (1785, 정조 9) 편찬 이후에 급증하며, 세도정치기에는 하락하였다. 이는 수교의 반포가 법전편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정조는 ≪대전통편≫의 편찬과 지속적인 수교의 제정으로 법의 통일과 왕권강화를 추구하였다. 순조 즉위 초에는 국정개혁의 의지가 반영되어 수교의 빈도...
일정한 물건들이 성질상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사유재산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동체 구성원들은 그에 대하여 일정한 권리를 가진다는 로마법상의 만인공리물 법리는 중세를 거쳐 발전을 거듭하여 민사법뿐 아니라 공법과 국제법에 이르기까지 근대법의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공동체가 헌법을 제정하면서 공동체 지배하에 있는 자원들 중 일부를 공동체 전체를 위하여 사용하도록 유보해 놓는 것은 이러한 전통과 부합한다. 당해 자원들은 구성원 전체에게 귀속되어 공유되어 있는 것이므로, 모든 구성원들은 이로부터 평등하게 이익을 향유할 수 있고, 형식적으로 국가의 소유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정부가 인민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보전하고 관리할 의무를 지는 신탁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 제120조 제1항에 의하여 천연자원이 국유로 인정된 것은 배타적 지...
이 글에서 필자는 사해행위의 수익자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취소채권자의 원상회복청구권의 법적성질에 관하여 검토하였다.
판례는 원물반환을 구하는 원상회복청구권을 환취권으로 보고 있다. 또한 판례는 수익자에 대한 도산절차 개시 후 발생한 가액반환청구권이, 도산재단에 대한 부당이 득반환청구권의 일종으로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사해행위 목적물에 대하여 채무자의 일반채권자가 수익자의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설령 이러한 생각을 따르더라도, 취소채권자의 원상회복청구권은 환취권이 아니라 회생담보권으로 보아야 한다. 수익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취소채권자에게 사해행위의 목적물에 대한 환가권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일반채권자와 수익자의 일반채권자를...
이근관 ( Lee Keun-gwan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20] 제61권 제2호, 143~182페이지(총40페이지)
이 글에서는 8월 15일을 ‘건국일’로 정하자는 논쟁으로 다시금 부각된 한국의 동일성 및 계속성을 국제법적 시각에서 검토한다. 먼저 일반국제법상 국가의 동일성 및 계속성이 실정성을 확보하였는지를 살펴보고, 국가의 동일성 및 계속성을 판단하는 기준 또는 지표에 대해 고찰한다. 이어 동일성 및 계속성 개념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특히 한국의 사례와 관련이 깊은 국가의 계속성 개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이 개념은 주로 무력의 행사, 강박조약의 체결 등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국가가 합병된 경우에 사실상의 점령에도 불구하고 피합병국이 법적으로는 국가성 또는 국제법인격을 계속 보유했다는 ‘항의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일반국제법상의 논의를 한국의 사례에 적용할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의 국가적 동일성 및 계속성을 긍정하는 한국정부의 공식적 입장과 ...
신윤진 ( Shin Yoon Jin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20] 제61권 제1호, 207~246페이지(총40페이지)
국제인권규범의 발전이 전통적 국가주권 개념과 국제법-국내법 이분법 체계에 가져온 규범적 변화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국제인권법에 대한 이해는 최근까지도 국가주의적, 국내헌법 우선주의적 사고의 습관적 틀 안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을 인권의 보편적 보장과 실현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유기적인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하여 지구적ㆍ통합적 규범체계를 이루어가는 발전적 관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 국가의 헌법은 국제인권법에 대하여 헌법에 준하거나 법률에 우선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도록 국내법을 해석하는 것을 국내사법기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동일한 인권 사안에 대하여 국제인권조약기구와 국내사법기관의 일차적 해석이 서로 다를 경우, 국내사법기관은 국제기구의 해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최대한 존중하...
그동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선거과정에서의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문제되는 제250조 제2항의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을 계기로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실무상 당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가 문제될 경우, 피고인들은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고의를 부정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의 의미 및 그 입증이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먼저, 고의의 인식 대상인 ‘허위사실’과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다른 범죄와의 비교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i) 공표된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나 맥락을 고려하되, (ii)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되면, 세부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도 무방하며, (iii)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 여부도 고려하여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