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경 ( Sungkyung Kim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4권 5~45페이지(총41페이지)
평양은 ‘거대한 세트장’으로 회자되곤 한다. 평양의 공간은 북한이 지향하고자 한사회주의적 가치가 적극 투영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의식을 구성한다. 본 연구는 재현된 이미지가 장악한 현실과 경험 세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의 문제의식을 적극 차용하여 평양이라는 북한 도시 스펙터클이 추동하는 정동적 힘에 주목한다. 평양 스펙터클이 ‘하는 일’은 사회주의 혁명 완수와 외부의 압력에 맞서 자력갱생이라는 열망을 북한 주민에게 정동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평양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전달된 ‘평양속도’의 이미지는 주민들의 혁명 열망을 추동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이러한 방식은 최근 평양의 도시 재건축의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평양 재건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한 열망과 ...
김성희 ( Sunghee Kim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4권 47~81페이지(총35페이지)
본 연구는 서사 분석의 방법론을 채택하여 미·북 관계를 감정사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주요 분석 대상은 미국 안보 엘리트(security elite)들이 집필한 역사서, 전략서와 그 엘리트 그룹이 등장하는 북한의 문학작품이다.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된 미국과 북한의 텍스트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본 연구는 양국의 외교·안보담론이 선과 악, 무지의 삼분법에 기반해 있음과 이 텍스트들이 양국 독자 대중에 대한 “감정교육”의 수단이 되었음을 밝혀낸다. 결국 본 연구는 북·미 관계뿐 아니라 각국 엘리트와 대중의 관계를 감정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도재학 ( Jaehak Do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4권 83~112페이지(총30페이지)
본 연구에서는 개념 / 의미 지도 방법론의 기본 아이디어와 장점, 성립 배경, 그리고 발전 경과를 두루 논의하고 이론적 쟁점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의미 지도는 어떤 언어 표현에서 확인되는 의미 구조의 범언어적 규칙성 혹은 보편성을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먼저 어떤 개념 공간의 내적 구조(개념 지도) 즉 에틱(etic)적인 개념 간의 상관관계를 구성하고, 개별 언어의 어떤 형식이 표시하는 의미 범위(의미 지도) 즉 에믹(emic)적인 범주화의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이는 언어유형론적 연구 방법의 하나이다. 수다한 언어 형식과 의미를 대조하고 그 결과를 간결하게 보이기 위해 고안된 방법론의 특성상, 이용되는 데이터의 양적 충분성과 질적 신뢰성, 지도의 구성 방식, 지도의 보편적 타당성 등 여러 측면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의심될 수 있다...
박재현 ( Jaehyeon Park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4권 113~140페이지(총28페이지)
이 논문은 선불교의 간화선 수행법과 관련된 주요 술어(述語)가 함축하고 있는 ‘은유적 사고’(metaphoric thinking)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선(禪)에서는 깨침으로 지칭되는 모종의 경험을 상정하고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화두 수행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수행 관련 술어가 동원된다. 이술어들에는 은유적 사고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맥락을 유추해 보면, 수행자에게 간화선 수행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본 논문에서는 간화선의 화두 수행을 설명하는 용어 가운데 한국어 ‘얻다’, ‘들다’, ‘깨다’ 등의 술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화두를 ‘얻다’ 혹은 ‘받다’라는 표현에는 존재론적 은유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것은 화두를 존재론적으로 대상화하는 사고를 유발하...
이 논문은 선불교의 간화선 수행법과 관련된 주요 술어(述語)가 함축하고 있는 ‘은유적 사고’(metaphoric thinking)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선(禪)에서는 깨침으로 지칭되는 모종의 경험을 상정하고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화두 수행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수행 관련 술어가 동원된다. 이술어들에는 은유적 사고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 맥락을 유추해 보면, 수행자에게 간화선 수행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본 논문에서는 간화선의 화두 수행을 설명하는 용어 가운데 한국어 ‘얻다’, ‘들다’, ‘깨다’ 등의 술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화두를 ‘얻다’ 혹은 ‘받다’라는 표현에는 존재론적 은유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것은 화두를 존재론적으로 대상화하는 사고를 유발하...
2019년 7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일 간 경제 갈등이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이슈에 대한 양국 정부의 상이한 입장 차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식민(지)의 시간과 그에 대한 해석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사안이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정종현, 2019, 휴머니스트)은 부제 “대한민국 엘리트의 기원, 그들은 돌아와서 무엇을 하였나『”가 보여 주듯이, 신생 대한민국을 움직여 온 엘리트 집단이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유래했는지 묻는다. 저자는 이들을 키워 낸 제도적 산실이 일본 제국대학이라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밝히고, 제국대학을 선택한 조선 유학생들의 내적 동기와 그들의 학업 내용, 해방 이후 행적들을 실증적으로 추적한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안의 오랜 ‘일본적 기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러한 기원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2019년 7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일 간 경제 갈등이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이슈에 대한 양국 정부의 상이한 입장 차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식민(지)의 시간과 그에 대한 해석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사안이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정종현, 2019, 휴머니스트)은 부제 “대한민국 엘리트의 기원, 그들은 돌아와서 무엇을 하였나『”가 보여 주듯이, 신생 대한민국을 움직여 온 엘리트 집단이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유래했는지 묻는다. 저자는 이들을 키워 낸 제도적 산실이 일본 제국대학이라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밝히고, 제국대학을 선택한 조선 유학생들의 내적 동기와 그들의 학업 내용, 해방 이후 행적들을 실증적으로 추적한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안의 오랜 ‘일본적 기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러한 기원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백영서 ( Youngseo Baik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3권 5~37페이지(총33페이지)
3·1운동과 5·4운동은 한중간에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어 보는 관계로 20세기에 작동해 왔다. 필자는 여기에서 양자의 ‘세계사적 의의’를 글로벌한 역사 속의 ‘동시성’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립하고자 한다. 또한 두 사건의 개별성에도 주목하기 위해 ‘연동하는 동아시아’라는 시각을 활용한다. 세계 체제에 접속되면서도 제국일본, 반(半)식민지 중국, 식민지 한국 세 나라가 그 위계 구조에서 다른 위치를 점한 채 상호작용하는 동아시아적 양상에 좀 더 주목할 것이다. 반식민지였던 중국과 식민지 조선의 반일 민족운동을 상호대조하면서 반식민지와 식민지라는 차이가 갖는 의미를 탐구해 볼 것이다. 이 점을 중시하는 것은 (반)식민지 근대의 복잡성을 꿰뚫어 보고 거기 내재된 근대극복의 계기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때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동시 수행을 의미하는 ‘이중과제론’...
이주라 ( Jura Lee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3권 39~67페이지(총29페이지)
이 논문은 광인이라는 표상을 통해 3·1운동 이후 식민지 조선 사회에 지속되던 저항의 열정을 추적하였다. 3·1운동은 일반적으로 비폭력 저항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3·1운동의 전개 과정에서는 폭력적 진압에 대항하는 폭력 시위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견 표명을 위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폭력 시위도 존재하였다. 3·1운동 이후 민중의 폭력적 저항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개조론의 입장에 서 있던 지식인 계층은 3·1운동을 실패한 운동이라 규정하였다. 후일담 소설은 3·1운동의 열정과 그후 진행되는 사회운동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언론보도 또한 불온한 문서의 배포나 독립 자금 모집을 광인의 소행으로 치부하면서 무장 폭력투쟁 노선에 대한 민중의 관심을 차단하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폭력으로 지배 계층을 직접적으로 징치하는 광인의 표상에 ...
이보경 ( Bogyeong Lee )한림과학원, 개념과 소통[2019] 제23권 69~103페이지(총35페이지)
본고는 1919년 중국의 문단을 『신청년』 그룹의 동향을 통해 살펴보았다. 이 시기의 변동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신청년』을 둘러싸고 『매주평론』과 『신조』사이의 협력과 긴장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되짚어 보았다. 『신청년』 그룹이 『매주평론』을 창간한 것은 우승열패의 생물학적 진화론이 아니라 ‘상호부조’를 실천하는 ‘신기원’에 대한 소망과 연관되어 있었다. 『신조』의 창간은 베이징대학 학생들이 주도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신청년』 편집인들의 후속 세대 양성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신조』의 편집인들은 ‘밤 고양이’와 ‘화롯불’로 자처한다. 밤새 학술에 정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선배 세대와의 차이를 강조한 것이다. 『신청년』, 『매주평론』, 『신조』는 단단한 트라이앵글을 형성하여 구파 문인들을 신기원의 ‘희생양’으로 삼아 담론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