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일제 강점기 한국의 대표 작가인 김유정과 이상은 질병을 이기기 위해서 혹은 질병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운명적으로 소설을 기획하고 구성하였다. 일제 강점기 콜레라를 비롯한 여러 질병들 중에서도 두 작가에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은 단연코 결핵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결핵이라는 병이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김유정과 이상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문학 창작의 내적인 요소로 등장하면서 근대화의 문화적 상징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문화 사회학적 고찰이다. 본고는 1937년 3월과 4월 불과 18일 차이로 세상을 달리한 만 26세 이상과 만 28세 김유정이 그들의 문학 기획과 구성 방식에서 결핵이라는 질병을 어떻게 작품 속에 내재화하고 있는지 그들의 대표 작품들을 통해 논의하였다. 따라서 소설작품의 구성에 가장 기본적인 골...
K-드라마 최초로 가상현실이라는 콘셉트를 실험하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과 대체현실 등의 가상현실 기술은 물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까지 4차 산업시대의 다양한 스마트 기술들을 드라마적 재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요 사건은 가상현실 게임에 적용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폭력적인 인간의 의식을 시뮬레이팅함으로써 ‘버그’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발생하는 끔찍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디지털 공간으로 감행하는 모험의 역정이다.
이 드라마는 소설의 관찰자적 시점같이 카메라의 시점에 의존한 드라마 스토리텔링을 넘어, 전지적 작가시점과 유사한 360도 촬영 등의 재현전략을 통해 증강현실의 풍경을 화려하게 펼쳐 놓는다.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의 의식 속에 내재한 ‘폭력’의 문제이며, 그 폭력으로 인해 ‘버그’를 일으킨 삶과 인간...
프랑스는 문화부를 중심으로 국가가 자국의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선도적으로 시행한 나라이다. 1980년대 사회당 집권기에 국가 예산의 1% 이상을 문화부에 배정하는 것을 관례화하면서,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예술에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하였다. 프랑스 문화정책의 근간인 문화적 예외 정책의 확립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서 문화산업의 보호·육성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특유의 문화예술 환경을 구축하였다. 나아가 프랑스는 문화예술이 일반적인 경제 논리와 자유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는 공적 가치의 영역이라는 문화적 예외 정책의 철학을 유럽연합 차원으로 확대해 나갔다. 2005년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 다양성 협약은, 프랑스와 유럽이 미국 문화산업의 패권적인 지위에 맞서...
본고는 『論語』의 공자 말씀 중 문학론과 관계된 내용을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자가 처음부터 『논어』에서 문학론이라고 한 적은 없지만, 후대의 중국과 한국의 유자와 문인들이 광의의 문학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중에서도 잘못 이해하거나 인식하여온 것과 한편으로 유자(儒者)들이 중시한 것을 살펴본 것이다.
동양 문학의 정수인 『논어』의 문학론이 후대의 문인들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는지를 살펴보기 이전에 문학론의 의미를 먼저 밝혀보자는데 그 의의를 두었다. 그러면 잘못 인식되고 행해졌던 일부 연구뿐만 아니라, 잘못 인식되어 온 개념도 바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思無邪’ 곧 ‘생각함에 사벽함이 없다’는,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다. 이때의 순수는 시의 소재와 제재를 제한하거나 하여 참된 내용적 의미 없이 무의미한 무이념의 시를 이르는 말이 아니고, 작...
‘박영희-임화’ 노선은 상대적으로, 경험적 현실로서 객관적 존재보다는 뚜렷한 의식지향성으로서 주체의 주관적 의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보다 두드러진다. 반면 ‘김기진-김남천’ 노선은 비교적 마르크스주의의 이념형을 지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식민지 조선의 경험적 현실을 환기하며 그 문학적 사유의 구체성을 견지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김기진, 김남천 역시 박영희나 임화 등과 똑같이 아이디얼리즘이라는 확실한 고정점을 지녔음에도, 본질적으로는 리얼리스트라는 일관된 문학적 입장으로써 자신들의 비평을 시종하게 했던 버팀목이었다. 부연하자면 김기진의 사유체계는 이론과 현실의 부단한 변증법적 상호작용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김남천이 사회주의 리얼리즘 논쟁에서 김기진 등과 마찬가지로 식민지 조선의 경험적 구체성을 더욱 강조했던 사실 등은 바로 본고의 관점과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
개화기부터 식민지 시기가 끝날 때까지 조선에서 이루어진 세계문학 번역은 거의 대부분 이중번역이었다. 원작을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조선어로 번역한 것이다. 한 편의 세계문학이 조선에 번역되기까지, 먼저 원작이 일본어로 번역되면서 한 차례의 언어적 변환이 일어나고, 일본어가 조선어로 번역되면서 다시 또 한 차례 언어적 변환이 일어난다. 이 일련의 언어적 변환을 거치면서 원작의 언어는 새로운 언어를 둘러싼 각각의 환경 속에서 다른 언어로 재구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언어의 재구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의 의미를 최남선의 「로빈손無人絶島漂流記」를 중심으로 원작 『로빈슨크루소』→일본어→조선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제주도는 신들의 섬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신들은 1만 8천에 이른다. 제주도의 신들은 낯설고 공포스러운 군림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핌의 신이다. 제주도가 일만팔천 신들의 고향이라는 것은 세속적 시간을 멀리하고 거룩한 시간을 추구하는 신성한 성소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성소는 비속한 현실을 정화하여 태초의 신성성을 회복하는 성화(聖化)의 중심지를 가리킨다. 실제로 제주도는 신과 더불어 신의 성현의 제의로서 유서 깊은 굿이 발달된 지역이다.
근자에 제주도 무속신화 ‘차사본풀이’가 영화 <신과 함께> 1·2편으로 재탄생 되면서 각각 천만 관객을 연이어 상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차사본풀이’는 죽음과 저승을 다루는 많은 신화 중에 이미 의인화된 신의 얼굴을 통해 생활 속의 이야기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강림의 저승 여행, 염라 대왕의 이승 방문, 이승...
제주도는 신들의 섬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신들은 1만 8천에 이른다. 제주도의 신들은 낯설고 공포스러운 군림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핌의 신이다. 제주도가 일만팔천 신들의 고향이라는 것은 세속적 시간을 멀리하고 거룩한 시간을 추구하는 신성한 성소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성소는 비속한 현실을 정화하여 태초의 신성성을 회복하는 성화(聖化)의 중심지를 가리킨다. 실제로 제주도는 신과 더불어 신의 성현의 제의로서 유서 깊은 굿이 발달된 지역이다.
근자에 제주도 무속신화 ‘차사본풀이’가 영화 <신과 함께> 1·2편으로 재탄생 되면서 각각 천만 관객을 연이어 상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차사본풀이’는 죽음과 저승을 다루는 많은 신화 중에 이미 의인화된 신의 얼굴을 통해 생활 속의 이야기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강림의 저승 여행, 염라 대왕의 이승 방문, 이승...
도산 안창호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구국의 열정으로 살다간 애국독립운동가이다. 그는 창가를 25편가량 창작한 시인이지만, 시인으로서의 그의 삶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글은 도산을 시인으로 호명하여 그 문학사적인 의미를 탐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도산의 창가는 장르적 자의식과 다양한 형식을 보여주었다. 도산은 초기 형태인 3·4조, 4·4조, 6·5조, 7·5조, 8·5조의 음수율뿐만 아니라, 2음보와 3음보, 4음보의 음보율을 다양하게 구사했다. 2행 1연, 4행 1연 등의 형식도 두루 보여주었다. 그 표현법에서도 대구법이나 반복법과 같은 창가의 일반적인 표현법을 비롯하여 직유법, 은유법, 상징법, 영탄법 등 다양한 수사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창가작가로서의 시적 자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둘째,...
본고에서는 김수영과 자코메티와의 비교를 통해 김수영의 언어의식과 미학의 핵심을 규명해 보고자 했다. 김수영과 자코메티는 시인과 화가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바로 보기’를 필생의 업으로 삼았던 예술가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각자의 예술적 성취에 작용한 내적 동기를 추적해 보았다. 특히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들의 예술관을 결정짓는 중핵이라고 보고, 시선의 변화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김수영과 자코메티는 시선이라는 근대적 감각에서 주체가 누려온 확고한 위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바로 보기’의 새로운 방식을 집요하게 모색했다. 자코메티는 자신의 시각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까지 대상을 응시하고 표현함으로써 기존 회화나 조각의 관습에서 벗어나 실재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다. 김수영은 자코메티와 마찬가지로 시선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그것이 대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