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베트남전쟁 참전시기 제작이 시작되었던 <국방뉴스>를 중심으로 <월남전선>, <배달의 기수> 등을 참고로 하여, 국군영화제작소가 생산한 전쟁 이미지와 서사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군 영화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전의 도구로 기능했던 양상을 살펴보고, 영화의 집합적 기억의 형성, 그리고 통치성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군인 대상의 공보 프로그램, 공영방송의 TV 뉴스나 극장의 의무 상영 프로그램처럼 제도적으로 시청이 강제되는 영상들이 특정한 이미지와 서사를 반복적으로 소환할 때, 이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한 ‘집합적 기억’ 형성의 의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1960-70년대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 하에서 제작, 배급, 상영되었던 국군영화제작소의 영화들은 ‘집합적 기억’형성의 ‘의도’...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최근 담론은 가해자성의 인정과 페미니스트 시각에서의 초국적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며, 영화적 재현 역시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본 연구는 그와 같은 전환의 시점에서 넘어서야 할 기존의 유산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영화의 장에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비판적 회고가 갓 시작되었던 시기의 작품들에 나타난 참전군인의 피해자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7)는 플래시백 기법을 통해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의 트라우마를 전면적으로 재현하면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지배적인 허구에 도전한 첫 번째 한국영화이다. 이 영화는 폭력적 가해의 체화된 기억을 트라우마의 내용에 포함함으로써 피해자성과 가해자성을 동시에 지닌 파월 한국군의 위치라는 난제를 건드리고 있지만, 이를 성매매 여...
정현종의 시에는 경계를 허물고 타자에게 다가가려는 주체의 초이분법적 의식과 고정성을 거부하며 자의식을 내려놓는 주체의 무아지경이 드러난다. 정현종의 독특한 시세계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려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그동안 정현종의 시작 원리는 자연과의 교감이나 육체성이나 이미지의 상상력과 같은 의미에서 연구되어 왔으나 초이분법적이고 무한 변이하는 주체를 해명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정현종에게 시적 동인의 하나로 작용하는 유동하는 주체라는 특이점은 장자철학과 유사성이 있다. 열린 자세로 타자와 소통할 것을 요구하는 장자의 사유와 정현종의 시작 원리가 맞닿는 지점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현종 시에 드러나는 심층적 역설은 자아의 경계를 허물고 타자에게 다가가는 초이분법적 사유를 대변하고 있다. 내면화 되어있는 규범인 성심成心에 종속되...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문학연구에서 ‘문학사’는 전반적으로 갱신의 주제라기보다는 비판과 해체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ㆍ사회운동적 주체가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최근에는 촛불봉기와 페미니즘 등의 새로운 사회운동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정치적 주체성이 형성되면서, 그러한 주체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문학사’ 쓰기가 요청되고 있다.
20여 년간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근대문학사의 내용과 구도가 완성된 것은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였다. 이러한 맥락에 착목하여, 본 논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전개된 문학사를 둘러싼 흐름과 논쟁을 크게 세 국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의미들을 문학사적 맥락에서 고찰하였다. 첫 번째 국면은 민주화 이후 해금(解禁)조치를 통해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을...
최근 한국문학연구 내외에서 문학사 서술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점차 더해지고 있다. 새로운 혹은 다른 문학사의 서술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연구가 거친 중요한 전회의 귀결점이지만, 그 논의의 과정에서 한국 근(현)대시연구는 제외되어 왔다.
그것은 1970년대 이후 한국근대시연구가 우선, 저항문학으로서 민족문학과 민족이데올로기, 문호(文豪)들의 초정전(hypertexts) 중심의 문학사만을 서술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한국근대시연구가 한국근대시의 역사를 세계문학의 보편성에 무리하게 일치시키는 한편으로 한국근대시의 경계와 범주를 둘러싼 복잡한 함수 관계를 직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동시대 문학사 서술 관련 담론의 장에서의 고립, 새로운 혹은 다른 문학사 서술이라는 이중의 과제를 위해, 우선 한국근대시연구는 근본적으로 비유클리...
손성준 ( Son Sung-jun )한국문학연구학회, 현대문학의 연구[2020] 제70권 85~120페이지(총36페이지)
이 글은 임화가 남긴 이식문학론이 한국 근대문학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론적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임화는 한국 근대문학사를 이식문학의 역사로 간주했기에 번역문학 및 외국문학의 수용을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근대문학 연구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이때 ‘작가가 수행한 번역’에 주목하는 것은 번역과 창작의 연관성을 문학사의 흐름속에서 고찰하는 데 주효하다. 번역과 창작을 수시로 넘나들었던 주체들로부터 생산된 두 종류의 텍스트들은 인과성과 일관성, 그리고 상호 보완성을 내재한 채 한국 근대문학사의 육체를 형성해 왔다.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문학사의 주역들이 대부분 포괄될 만큼, 번역과 창작을 병행한 이들의 존재는 보편적이었다. 아울러 그들의 ‘개별성’으로 인해, 각각의 문학적 실천은 다종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식문학론이 곧잘 오해받아 온 ‘...
이철호 ( Lee Chul-ho )한국문학연구학회, 현대문학의 연구[2020] 제70권 121~150페이지(총30페이지)
형식의 자의식보다 영채라는 서사적 쟁점에 더 집중할 경우, 『무정』은 근대적 개인이 아닌 인민 주권을 형상화한 텍스트로 재독 가능하다. 이 소설에는 적어도 세 개의 하위텍스트(subtext)가 존재한다 해도 무방하다. 부친을 찾아 상경하는 고아-영채의 서사, 정절을 잃자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하는 기생-영채의 서사, 그리고 유학을 위해 경부선 기차에 오른 학생-영채의 서사가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정』은 다수의 하위텍스트를 민족의 서사 내부로 병합한 노블(novel)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무진기행」은 1960년대가 그 이전 시대와 서둘러 결별하면서 미처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부채의식의 서사화라 할 만하다. 누이에 대한 죄책감, 더 나아가 한국전쟁기 무수한 죽음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바로 「건」과 「무진기행」에 재현된 두 죽음 이미지...
장철문 ( Jang Cheal-mun )한국문학연구학회, 현대문학의 연구[2020] 제70권 153~188페이지(총36페이지)
이 글은 필자의 앞선 논문 「김소월 시에서 ‘격조’의 조성 맥락」에 이어진 것이다. 김소월 시에서 격조와 무관한 다양한 요소들이 착종ㆍ대립ㆍ융합하면서 운율을 조성하는 맥락을 살폈다.
첫째, 시행 단위로 일정한 음절 수와 음조 패턴을 유지하는 격조는 음운효과, 수사적 패턴, 심상의 단위화를 통해 이완·해체되면서 시가와 구별되는 운율 체계를 조성한다. 둘째, 격조와 시각적 분절, 상이한 격조간의 대립을 통해 시행 단위의 운율은 물론 텍스트 차원의 운율적 역동을 조성한다. 셋째, 텍스트의 구조와 연계하여 텍스트적 율동이 조성됨으로써 시적 의미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환기한다.
시가나 산문, 자유발화라고 해서 이러한 요소들이 활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의도적으로 도입되고 반복적으로 활용됨으로써 양식적 성격을 띠게 된다. 김소월 시는 이와 같이 시...
김미연 ( Kim Mi-yeon )한국문학연구학회, 현대문학의 연구[2020] 제70권 189~240페이지(총52페이지)
이 논문은 1920년대 초 식민지 조선에서 형성된 유토피아 소설의 계보를 밝히기 위해 에드워드 벨라미, 윌리엄 모리스, 사카이 도시히코가 번역된 경로과 맥락을 규명하였다. 이를 위해 욕명생의 「이상의 신사회」, 정백의 「이상향의 남녀생활」, 정연규의 『이상촌』 간의 관계를 파악하였고, 각 텍스트의 원작과 저본을 조사하였다.
에드워드 벨라미의 『뒤돌아보며: 2000년에 1888년을』은 1888년에 발표된 이후, 소설에서 형상화된 이상사회에 대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다시 쓰기’ 현상으로 번졌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부터 번역된 이후로 마찬가지의 현상이 나타났는데, 중국은 주로 벨라미의 소설에 공명한 작품이 다수 발표된 데 반해, 일본의 경우 『뒤돌아보며』에 반(反)하는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뉴스』가 보다 인기를 ...
이 글은 1965년 한일협정을 전후한 한국 현대시의 현황과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작성된다. 이를 위해 서론에서 한ㆍ미ㆍ일 냉전체제의 강화 및 신식민주의적 재편 문제를 검토했다. 이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은 위로부터의 산업화 및 북한 공산체제에의 승리를 위한 국가주의의 강화에 주력했다. 특히 전 국민의 동원과 국가시책에의 협력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억압적인 사상의 검열과 통제에 주력했다. 하지만 진보적 문인들은 이에 맞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실천했다.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2장에서는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갈망하는 ‘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통합과 실천을 이상적인 문학의 최종심급으로 설정했다. 3장에서는 군사정권의 문학예술에 대한 폭력적인 억압과 통제를 소설가 남정현의 구속, 이를 향한 김수영의 신랄한 비판을 통해 먼저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