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기 중국 도교와 일본 신도의 일각에서는 신선이나 가미[神](=신도의 신)가 천축(天竺)(=인도)으로 가서 그곳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불보살의 모습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노자화호경(老子化胡經)』에서는 노자(老子)가 인도 사람을 교화했다고 하고, 제자 윤희(尹喜)로 하여금 마야부인의 태에 들어가 석가모니로 전생(轉生)하게 했다고 한다. 명나라 때 나온, 도교적 색채가 짙은 장편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 』에서는 도교의 세 신선이 인도로 가서 보살이 되었다고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요시다 가네토모(吉田兼俱, 1435~1511)에 의해서 ‘신(神)을 본지(本地)로 삼고 불(佛)을 수적(垂迹)(=화신)으로 삼는다.’는 취지의 신도(神道) 이론이 집대성되었다.
세 가지 사례는 토착 신격이 본체(本體)이고 불보살은 토착 신격의 화신(化身)이라고 주장하는 공통...
김경 ( Kim Kyung )민족어문학회, 어문논집[2019] 제87권 25~55페이지(총31페이지)
이 논문은 南九明 說의 특징과 이를 통해 본 조선후기 제주의 실상을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남구명의 설은 총 10편인데 설의 하위장르 및 소재적 측면에서 분류한다면, 제주 자연생태를 대상으로 한 論辯的 說과, 제주에 서식하는 동물을 소재로 한 寓言的 說로 구분된다.
먼저 논변적 설에서는 제주생태에 대한 眞僞判別이 두드러졌다. 논지는 반문을 통한 문제제기와 직선적 주장을 통해 전개된다. 이 같은 이유는 찬반이 첨예한 사안이 아닌, 전설과 괴담에 대한 진위여부를 판별을 통해 허황한 이야기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우언적 설의 주된 내용은 제주풍속에 대한 敎化와 啓導이다. 우언적 설임에도 다분히 논지가 직선적이고 고발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은 동물과 인간의 직접적인 대비를 통한 권계가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제주에 관한...
송호빈 ( Song Hobin )민족어문학회, 어문논집[2019] 제87권 57~93페이지(총37페이지)
『華東唱酬集』은 譯官 金秉善(1830~1891)이 有史 이래 조선 말기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의 文人들이 주고받은 한시나 편지글 등을 집대성한 거질의 문헌이다. 編者는 이 책에서 唱酬詩文만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록 인물의 정보를 간략하게나마 附記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인물정보의 수집과 기록을 主目的으로 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역대 한중교류 관련 인물에 관한 일종의 總便覽이 되어준다. 특히 李存中(1703~1761)이 편한 『國朝名臣錄』을 활용함으로써, 조선후기 인물록의 한 系譜를 잇고 있다.
본고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 가운데 몇 가지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김병선이 『화동창수집』에 수록을 기획한 인물은 총 1,197명이며 초기에 기획했던 인물의 절반 정도가 산삭되었다. 둘째, 新目錄은 한중교류와 관련된 역대 인물을 가능한...
김종훈 ( Kim Jonghoon )민족어문학회, 어문논집[2019] 제87권 95~115페이지(총21페이지)
이 연구는 이상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1936년 발표된 ‘역단(易斷)’ 연작과 ‘위독(危篤)’ 연작의 특성과 관련성을 추적하려 했다. 사업, 애정, 추위 면에서 혹독했던 1936년 이른 겨울 그는 그간 유지했던 시 쓰기의 습관을 깨고 변화된 시적 개성을 선보였다. 2월에 발표한 ‘역단’ 연작은 여름에만 시를 발표해 왔던 이상의 관례를 깬 시편들이다. 각혈과 추위 등에 대한 반응이 시에 직접 반영되어 있는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솔직하고 진지한 화자의 출현으로 이상 시의 의미는 더욱 풍부해졌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10월 그는 실제 삶을 바탕으로 언어를 실험한 ‘위독’ 연작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기원을 둔다. 하나는 일문시와 ‘오감도’ 연작에서 유래한 실험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역단’ 역작에서 발생한 체험의 고통이다. 이상 시는...
김지영 ( Kim Chiyoung )민족어문학회, 어문논집[2019] 제87권 117~159페이지(총43페이지)
괴담이란 초현실적 감각과 관련된 인간의 약한 고리를 들추어내는 장르이다. 귀신, 도깨비 등 이계의 존재는 계몽의 이성에 의해 개화된 세계에서는 본시 척결 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근대 과학과 이성이 이제 막 강조되기 시작한 세계에서 초현실적 존재들이 호명되고 이 호명을 통해 독자적인 이야기 양식이 성립할 때, 이 양식은 어떠한 의식과 감각에 호소했으며, 어째서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있었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글은 개화된 식민지 세속사회를 지배했던 지배적 감성 안에 숨은 주술성에 주목했다.
개인의 내부에서 삶의 준칙을 이끌어내도록 명령하는 계몽의 이성은 개개인의 정신의 주인으로서 ‘영혼’의 관념을 확산시켰다. 나라를 잃었어도 나라의 정신은 잃지 않는다는 ‘국혼’의 관념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영혼’의 관념은 근대 내셔널리즘과 결부되었...
김소월의 시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시어는 모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작품이, 의미가 부여된, 기호로 이루어져 있는 이상, 독자는 그 기호를 정확하게 해독해야 한다. 선행 연구에서는 시 이해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어 해석을 잘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본고에서 시어 해석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문맥적 의미와의 호응 여부에 있다. 어휘는 상호 결합성을 갖고 있다. 앞뒤의 어휘와 연결되어야만, 정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즉 단어의 의미는 문장이라는 구조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의미는 정확한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김소월의 시는 주제가 현실 참여적인 것도 있고, 서정적인 것도 있어, 소월은 시어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어휘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시가 예술의 한 장르인 이상,...
왕녕 ( Wang Ning )민족어문학회, 어문논집[2019] 제87권 187~238페이지(총52페이지)
본 연구는 중국인 고급 학습자들의 공감적 문학 소통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한국 현대시 읽기 교육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연구의 핵심 개념으로서 다루어진 ‘공감적 문학 소통 능력’은 독자가 시 텍스트를 읽으면서 상상 혹은 동일시 등의 수단을 통하여 공감 대상인 타자의 감정과 이 감정의 발생 계기를 파악하고 이해하며, 이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산출함으로써 작가와 소통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공감적 문학 소통 과정이 보다 돋보일수 있도록 ‘공감적 지각’, ‘공감적 분석’, ‘공감적 이해’, 그리고 ‘공감적 성찰’의 네가지 단계로 구체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 면접’ 및 ‘모둠 토의’, 이 두 가지 유형의 실험을 통하여 중국인 고급 학습자들의 시 읽기 과정을 실제로 살펴볼수 있었다. 그리고 각 공감적 소...
이수정 ( Lee Sujeong )민족어문학회, 어문논집[2019] 제87권 239~272페이지(총34페이지)
본 연구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내용 중심 수업의 한 유형인 내용 보호 학습의 사례를 소개하고 학습자들의 경험 진술을 통해 효과적인 내용 중심 수업의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먼저 내용 보호 학습 후 내용 이해도 확인을 위해 학습자들의 강의 요약문을 살펴보았는데 미숙한 요약의 양상으로 ‘과소 요약’이 많이 나타났으며 ‘재기술’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입력된 내용을 개별적으로는 받아들이나 내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어 학습자들의 자유로운 수업 경험을 듣기 위해 표적집단면접법(FGI)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수업의 어려움이 배경 지식과 언어 지식의 부족, 듣기 전략의 부재에서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의적 차원에서는 불안과 자신감 저하 등을 겪기는 하나 전문적인 지식을 한국어로 듣는다는...
이 연구는 사회명사 생애담 조사에 대한 사례 연구이다. 이를 위해 서울올림픽 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주한 ‘2017 스포츠 발전 공헌자 구술채록 용역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의 발주, 연구진행과정에 대해 보고했다. 이어서 해당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해결과정을 기술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술문화로서의 사회명사 생애담 구술채록의 의의’, ‘구술문화로서의 구술채록의 방향’을 고찰 했다.
‘2017 스포츠 발전 공헌자 구술채록 용역사업’은 ‘1. 조사 및 연구’, ‘2. 구술채록’, ‘3. 결과물 정리’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업 진행에 있어서 발주처와의 문제, 협력업체와의 문제, 연구진 내부의 문제가 있었다. 발주처와의 문제는 담당자와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했고 협력업체와는 자세한 업무협약을 통해 해결했다. 연구진 내부의 문제는 공동연구원의 역량을 ...
이 글은 『어면순』이 인간의 성욕을 활용하는 차별의 장치를 밝혀 그것의 서술 의식을 살핀 연구이다. 『어면순』에는 사대부, 사대부의 처, 무인, 기생, 승려, 일반 백성 등 다양한 인물군이 모두 ‘성적 존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어면순『』은 인간의 욕망을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웃음의 정조를 달리하며 웃음이 발휘하는 효과를 조정한다.
이를 살피기 위해 먼저 여성의 성욕을 활용하는 방식을 논하였다. 겁간에 관한 이야기와 질투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대표적이었다. 겁간에 관한 이야기에서 여성의 성욕은 겁간을 화간으로 둔갑시키는 서사 장치로 활용되었다. 질투하는 여성의 이야기에서 질투는 곧 여성의 성욕으로 치환되었고, 그것은 겁간의 방식으로 해소되었다. 이를 통해 두 유형의 이야기에서 강조된 여성의 성욕이 모두 남성의 쾌락에 이바지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음을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