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 Kim Soojeong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18] 제59권 제4호, 117~157페이지(총41페이지)
침묵에 의한 사기의 요건으로 고지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 고지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자기 책임의 원칙상 계약당사자 일방이 어떤 정보를 알지 못하고 착오에 빠져 있고 타방은 그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해서 당연히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 계약당사자들은 서로 대립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사적 자치의 원칙상 각 당사자는 계약에 필요한 정보를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 수집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침묵에 의한 사기는 그 개념으로부터 당연히 상대방은 표의자가 착오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고, 따라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줄어든 만큼 착오의 취소 또는 무효여부를 통제하던 표의자 측 요건도 그만큼 약화...
김진우 ( Kim Chin-woo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18] 제59권 제4호, 159~201페이지(총43페이지)
인공지능은 미리 고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제어명령을 내리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객체를 제어하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의 핵심 요건인 결함 개념의 파악부터 용이하지 않다. 프로그램코드가 잘못 발전하거나 제어시스템이 올바른 프로그램코드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경우처럼 시스템 고유의 역동성에 기하여 피해를 야기한 경우에 그것을 제조업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본 연구는 자율주행차의 설계상의 결함을 둘러싼 법률문제에 관하여 검토하였으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교통사고의 발생이라는 사실만으로 자율주행차의 설계상 결함을 인정할 수는 없다. 결함의 유무는 객관적인 안전기대치, 즉 평균적인 제조물사용자의 관점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2) 단순한 정보제공만으로 위험의 극복에 부적합하다면 설계에 의한 해결책은 원칙적으로 표시에 의한 해결책에 우선한...
이준웅 ( Rhee June Woong ) , 박장희 ( Park Jang Hee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18] 제59권 제3호, 1~43페이지(총43페이지)
이 글의 목적은 증오발언 규제론과 규제반대론을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검토 결과에 정합한 증오발언 규제정책의 얼개를 제시하는 데 있다. 우리는 과거 증오발언이나 혐오발언에 대한 논의가 혼란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가 증오, 혐오, 경멸 등을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증오발언과 혐오발언을 구별해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결국 증오발언 형사처벌에 반대하는데, 그 이유는 민주주의 정당화 이론에 따라 원리적으로 국가가 개입해 증오발언을 처벌할 도리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 영역에서 표출한 정치적 발언을 증오발언 규제론에 입각해 형사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도입된 조건에서, 시민사회 개별 영역에 속한 시민들이 자발적 발의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해당 영역 내에서 증오발언 규제를 규칙으로 도입할 수는 있으리라 본다...
프랑스민법 제1351조는 채무의 목적인 급부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채무가 소멸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이행불능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이고 확정적인 때에 채무자는 적정한 비율로 채무를 면한다”. 일시적 방해는 정지효만을 발생시킨다(제1218조). 채무자가 채무를 면하는 것은 부분적일 수도 있는데, 이행할 수 없게 된 부분 만큼 채무를 면한다. 하지만 채무자가 불가항력의 위험을 인수하였거나 불가항력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이행지체상태에 있었다면, 위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즉 채무를 면하지 못한다. 그런데 채무자가 이행지체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목적물이 누구의 수중에 있었더라도 멸실되었을 것임을 입증하면 채무를 면할 수 있다.
채무를 면한 채무자는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없다. 즉 프랑스민법도 우리 민법과 마찬가지로 위험...
개정 프랑스 민법전은 채무자의 이행지체와 채권자의 수령지체를 나란히 규율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 매우 독특한 체제로, 개정 전 조문의 형식적인 승계가 아닌 개정법이 이룩한 대단한 혁신이다. 이제 프랑스법상 “지체에 빠트리는 최고”는, 체제의 대칭성에 따라, 변제받기를 원하는 채권자가 이행을 망각하거나 이행하지 않으려는 채무자에게 이행을 촉구하여 채무자를 지체에 빠트리게 하는 채권자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변제기에 정당한 이유 없이 수령을 거절하는 채권자에게 변제를 수령하도록 촉구하여 채권자를 지체에 빠트리는 채무자의 행위이기도 하다.
먼저, 채무자의 지체와 관련하여, 개정 전에는 “지체에 빠트리는 최고” 및 자동지체약정에 따른 이행지체의 방식과 그 효과에 대한 규율이 민법전에 산재해 있었다. 개정 민법은 이와 같이 흩어져 있던 채무자의 지체관련 조문을 하나로...
최병조 ( Choe Byoung Jo ) , 이상훈 ( Lee Sanghoon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18] 제59권 제2호, 1~52페이지(총52페이지)
≪經國大典≫ <刑典> 私賤에는 사노비의 상속 문제에 관한 규정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동 규정들은 田宅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조선시대 前期의 재산상속법에 대하여 근본적인 결정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정의 이해를 둘러싸고 구체적으로는 아직까지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피상속인인 존속 등의 유언을 상속인이 官의 허락을 받아서 변경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는 오늘날 학설상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견상 긍정설을 취하는 기존의 학설(대표적: 마르티나 도이힐러-이훈상 옮김)은 번역자의 오역으로 인한 헛소동임이 밝혀졌다. 經國大典의 법조항은 명백히 유언의 자유와 그 배면인 유언의 철회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 유언의 철회를 규정한 대목을 설명한 영어 문장을 ...
이 글에서는 A가 B의 지급지시에 따라 C에게 출연하거나, 제3자 변제의 방식으로 B에 대한 채권자 C에게 출연하였는데, A 또는 B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부인권 행사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주로 검토한 쟁점은 ① 누구에 대하여 무엇을 대상으로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②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어떠한 종류의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③ 문제된 행위가 채무자의 일반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④ 부인권 행사의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이다. 검토의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지시에 따른 자기채무 변제 목적 출연 사안(Anweisung auf Schuld)에서 채무자(B)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사해성의 핵심은 B의 C에 대한 편파변제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의 제3자(A)에 ...
한승수 ( Han Seungsoo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2018] 제59권 제1호, 237~273페이지(총37페이지)
증여는 그 이면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요소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이해되지 않고 다른 사회적인 활동이나 가치와 함께 고려된다. 증여와 관련하여 독특한 법리가 생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민법의 증여 규정이나 최근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이해에 있어서도 그러한 점이 고려될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도 증여에 관한 특별법을 두고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원전 204년에 제정된 Lex Cincia de donis et muneribus이다.
완전한 형태로 현재까지 남아있지는 않지만, 이 법률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① 대리인으로서 법정에서 타인을 위해 변론한 자가 증여를 받는 것이 금지된다는 것, ② 일정한 금액 이상의 증여가 금지된다는 것, ③ 증여는 일정한 방식을 통하여야 할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상당히 ...
이 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Measure for Measure를 법의 지배가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작품의 이해를 위해 먼저 잉글랜드혼인법과 사통처벌법에 관해 설명하였다. 이어 이 작품이 어떤 배경에서 창작되었는지를 제임스 1세의 즉위를 전후로 한 잉글랜드 정치를 중심으로 설명한 다음, 군주정의 통치원리가 법의 지배와 양립할 수 있는지, 빈센티오 공작이 다스리는 비엔나 공국에서 과연 법의 지배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인지를 풀러(L. Fuller)의 ‘법의 도덕성’개념을 기초로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사람에 의한 지배를 극복했다고 여겨지는 현대에 법의 지배를 확고히 유지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았다. 풀러는 법의 지배에 관한 최소한의 요건을 언급하였을 뿐, 법의 지배가 생활 속에 정착되게 하...
이 글에서는 로마 고전법상 사해행위 취소에 있어서 편파행위로서 변제와 질권설정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고전법은 재산압류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압류 후의 변제는 사해행위로 보나, 압류 전의 변제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고전 초기 라베오(Labeo)는 채권자의 관점에서 정당한 권리행사임을 지적하면서, 채무자의 관점에서 그렇게 보지 않으면, 법무관에 의해 이행이 강제되는 경우에도 채무자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음을 근거로 이행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고전 성기 율리아누스(Julianus)와 퀸투스 케르비디우스 스카에볼라(Q. Cervidius Scaevola)는 채권자의 관점에서 먼저 변제받은 채권자는 자신의 이익을 잘 살폈다거나 시민법은 깨어있는 자를 위해 쓰여졌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고전법은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