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 Lee Jeong Eun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8] 제29권 제2호, 163~198페이지(총36페이지)
정치권의 부패와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세월호 사건은 한국인에게 처절한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흔히 인생은 고해라는 보편적 인간 운명을 논하곤 한다. 그러나 특정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달리 유난히 겪는 집단적 고통이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집단신경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랭클은 집단신경증에 대한 집단치료 방법으로 로고테라피를 제시한다.
이 글은 그 방법을 우리문제에 활용한다는 기대를 가지고서 철학적 치유와 매개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철학적 접근의 주요 기반은 자유의지 여부이다.
로고테라피의 핵심은 의미의지와 자유의지의 발휘이기 때문에, 프랭클은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가 자유의지를 논할 때마다, 오히려 숙명론이 부각되는 역설이 일어난다. 그의 의도와 달리 자유의지와 숙명론의 딜레마가 반복된다.
이 글은 왜 딜레마가 발생...
한상원 ( Han Sang Won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8] 제29권 제2호, 199~229페이지(총31페이지)
본 연구는 오늘날 트럼프의 등장과 미국 제일주의, 유럽에서 난민과 이주자에 대한 혐오정서의 표출과 극우정당의 약진뿐만 아니라 미얀마에서 로힝야 족에 대한 인종청소 등 제1세계와 제3세계를 가리지 않고 ‘낯선 타자’에 대한 혐오가 등장하는 현실 속에서 맑스의 국제주의 이념이 어떤 현재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맑스의 국제주의 이념은 흔히 상정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객관적-경제적 이해관계가 국제적’이라는 설명방식을 넘어서는 훨씬 더 폭넓은 역사적 성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실천적으로는 매우 구체적으로 국제연대의 윤리적 의무가 강조되고 있다. 또 맑스는 중세 코뮨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방인에 대한 환대의 자세로부터 크나큰 영감을 받기도 했으며 이를 당대의 코뮨주의 사회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포함시킨다. 이와 같은 맑스의 관점은 타자에 대한 ...
허지향 ( Heo Ji Hyang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8] 제29권 제2호, 231~281페이지(총51페이지)
이 글은 경성제국대학(이하, 경성제대) 철학 관련 강좌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경성제대 철학과에 관해서는 서양철학 수용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당시 경성제대는 강좌제를 중심으로 하였으며, "철학과"란 교육학, 윤리학, 심리학, 철학 및 철학사, 지나철학, 사회학, 종교학 및 종교사, 미학 및 미학사 강좌를 임의로 지칭하는 명칭이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역사성을 중시하여 철학 관련 강좌의 부임교수와 조교수, 구체적인 개설과목을 일람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어디에서 유래했는가 하는 문제를 "제국대학"이라는 관점에서 논한다. 오늘날에 이르러 각각 분과 학과목으로 독립한 위의 강좌들이, 20세기 초반 식민지 조선에 들어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제국대학에 철학과가 설치...
남기호 ( Nahm Ki Ho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8] 제29권 제1호, 35~78페이지(총44페이지)
이 글은 「프리드리히 쾹펜에게 보낸 세 편지들」(1803)과 『신적인 것들과 그 계시에 관하여』(1811)에서 전개된 야코비의 셸링 비판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비판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 먼저 야코비가 보기에 셸링의 기만적인 이성은 구체적 다양이 무화된 객체와 이에 상응하는 추상적 보편 개념을 지닌 주체가 절대적으로 같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적 동일성의 인식은 절대적 계사 이상의 아무 내용도 표현하지 못한다. 야코비는 후에 이 이성을 오성으로 간주하고 이에 무제약자를 전제하는 자신 고유의 이성 개념을 맞세웠다. 다음으로 셸링은 그러한 절대적 동일성에 의거해 자연 자체를 창조적인 근원 힘을 지닌 자립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신과 동일시되는 이러한 자연은 기껏해야 변화의 조건인 시간만 창출할 수 있을 뿐 변화하...
이병수 ( Lee Byung Soo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8] 제29권 제1호, 79~110페이지(총32페이지)
이 글의 목적은 한반도 통일과정과 보편적 인권실현과정을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인권의 층위 개념을 살펴보는 데 있다. 우선 인권의 층위는 한반도 인권, 북한인권, 남한 인권, 코리언 디아스포라 인권 등 분단체제를 중심으로 상호 연관관계를 형성하는 인권범주들을 지칭한다. 한반도 인권 범주는 분단체제의 구조적 인권유린이 남북 모두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성립가능하다. 또한 분단체제가 가하는 구조적 인권침해를 고려하더라도 남북의 고유한 체제에서 비롯되는 인권침해의 차별적 양상이 있는 한, 남한인권, 북한인권이란 범주도 분석적 설명력을 지닌다. 나아가 한반도와의 역사적, 문화적 연대의식이 강하고, 통일한반도를 지향하는 코리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염두에 둔다면, 코리언 디아스포라 인권을 별도 범주로 설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권의 층위는 상호보완적인 인권의 개...
김성우 ( Kim Seong-woo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8] 제29권 제1호, 7~33페이지(총27페이지)
지젝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바디우의 유물론적 변증법은 혁명 정치학을 정립하기 위한 시도들이다. 바디우에 따르면 들뢰즈 식의 민주 유물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 대신에 귀족적 관념론이 아닌 유물론적 변증법을 제안한다. 민주 유물론은 말 그대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체제 순응성을 상징한다면 유물 변증법은 진리 사건을 통한 혁명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지젝이 보기에 바디우의 유물 변증법적인 전략은 여전히 존재와 진리의 이분법에 사로잡힌 칸트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바디우는 일자의 뺄셈으로부터 다수성이 생겨났다는 것을 파악하지 않고 그냥 형식적인 수리 논리로써 다수성을 전제할 뿐이어서 라캉의 진정한 비(非)전체의 존재론의 헤겔적인 비(非)형식주의적 사변성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바디우의 유물 변증법은 객체를 거부해야 할 존재의 질서로 보는 진리-사건...
심혜련 ( Shim Hea-ryun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7] 제28권 제4호, 37~66페이지(총30페이지)
이 글의 주제는 일상적인 체험공간으로서의 매체공간의 특징과 이 공간에서의 체험주체의 지각문제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매체공간이 일상적인 체험공간이 된 지 이미 오래지만, 공간 그 자체의 특징과 변화를 다룬 이론은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매체공간과 체험주체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공간의 소멸과 몸의 소멸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러한 오해가 근본적으로 매체공간의 혼종화를 잘못 이해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규정하고, 먼저 매체공간의 혼종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매체공간의 혼종화 현상을 혼합현실, 헤테로 토피아 그리고 장소와 비장소 등의 논의를 가져와 설명하였다. 그 다음 체험주체에 관한 문제를 확장된 몸과 이미지 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매체공간에서의 몸과 지각은 탈체현적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체...
박민철 ( Park Min Cheol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7] 제28권 제4호, 7~35페이지(총29페이지)
동학ㆍ천도교는 서구적 근대에 대응했던 조선의 근대적 기획이 분명하게 포함된 한반도의 자생적인 종교ㆍ사상체계였다. 따라서 동학ㆍ천도교는 한반도 근대성의 단초를 찾고 이를 정당화하고자 했던 많은 연구들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동학ㆍ천도교의 근대성을 평가할 때는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에서의 난점이 동반된다. 이를테면 서구적 근대성을 기준에 삼고 그것에 단순 대응하는 내용을 추출하거나, 반대로 서구적 근대에 날선 경계를 설정하고 독자적인 근대의식을 찾으면서 정신사적 자부심을 요청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둘 모두는 동학ㆍ천도교의 사상사적 특성과 의의를 일방 규정해버릴 수 있는 한계를 갖는다. 동학은 동과서의 지리적 구분 속에 있었던 ‘경계의 사유’이자,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시기를 관통하면서 서구적 근대를 추종했지만 결국 좌절될 수밖에 없었던 ‘분열...
이 글은 독일 초기 낭만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인 슐레겔(Friedrich von Schlegel)에서 예술(문학)과 철학의 관계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그의 최초의 철학 강의록인『초월철학(TranszendentalPhiosophie)』을 통해서 살펴본다. 슐레겔은 예술과 철학을 결합시키고자 했다. 그는 그 근거를 자연과 정신의 종합을 의미하는 '무한자와 의식의 결합'에서 찾았다. 그에 의하면 자연(무한자)과 정신(의식), 예술과 철학은 모두 '형성(Bilung) '과 관계한다. 따라서 형성의 두 방식인 '상징과 알레고리'가 중요한 개념으로 대두된다. 이 글은 '상징과 알레고리' 개념을 중심으로 예술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종합함으로써, 독일 초기 낭만주의의 예술(문학)이론적 철학, 철학적 예술(문학)이론을 해명...
김예호 ( Kim Yea Ho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대와 철학[2017] 제28권 제3호, 67~98페이지(총32페이지)
본 논문은 한비와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의 주요한 철학적 입론 토대인 사회역사론과 윤리론을 비교 분석하며 동서양 반전통주의 정치사상의 특징을 비교 분석한다. 사회역사론의 경우 사회정치적 상황의 시대적 변화를 대면하는 인식의 차이와, 윤리론의 경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논의의 주요 주제로 삼는다.
즉, 사회역사론과 윤리론에 보이는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그것이 사회정치적 범주로 확장될 때 상호 상이한 정치적 지향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그것을 추구하는 인간 역량에 대한 각기 상이한 판단을 낳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역사의 변화양상에 대하여 직선적 사관과 순환적 사관을 지닌 두 사상가의 세계관의 차이는 사회정치적 범주에서 진보주의와 상고주의의 정치로 발현되고,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