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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그만 좀 먹어라, 살찐다!
아이에게 먹을 것을 가지고 잔소리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라고 그냥 내버려두면 소아비만이 되기 십상이다. 소아비만은 청소년기 이전의 10세 전후의 아동들에게서 나타나는 비만을 특별히 지칭하는 것으로, 잘못된 식습관 뿐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과 운동부족 등이 원인이 된다.
비만 아동은 지방질이 적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기억력과 민첩성이 떨어질 뿐더러 지방질 누적으로 혈액순환이 나빠져 잔병 치례도 많다. 소아비만을 그대로 방치하면, 성장하면서 뚱뚱한 외모에 자신감을 잃게 되고 몸이 무겁기 때문에 피로해져 공부나 각종 생활에 장애를 받기 쉽다. 또 피부가 겹쳐 종기나 부스럼 같은 것도 잘 생기고 사춘기가 일찍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에 키가 또래들보다 작을 수 있으며 심하게는 정신적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더구나 심한 비만인 경우에는 공격의 기형, 관절질환, 생리 이상 같은 각종 호르몬질환 등을 유발하여 건강에 심각한 장애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어려서 부터 적극적으로 비만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비만은 완치율이 매우 낮은 질병 중에 하나다. 흔히들 다이어트를 긴 마라톤에 비교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이어트에는 나는 왜 살을 빼야만 하는가, 즉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해 버려 결국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비만의 경우, 동기부여라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치료는 더욱 어려워 진다. 아이들은 자신이 왜 살을 빼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고통을 참아내지 못할 수밖에. 최근에는 뚱뚱하다고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소아비만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엄마가 아무리 살을 빼주려고 노력해도 아이가 따라와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한 환자 중에 초등학교 4학년 짜리 비만 아동이 있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발갛게 상기된 볼에 표정이 어두운 것이 언뜻 보기에도 아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이의 부모는 나와 상담을 하면서 눈물로 호소 했다.
우리 집 아이는 손이 귀한 집 자식이라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 갖고 싶다는 것은 무조건 다 해줬어요. 처음에는 통통하고 보기 좋던 아이가 갈수록 뚱뚱해져서…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피자며 아이스크림이며 다 사주었다고 한다. 자식이 얼마나 예뻤으면 그랬을까 그런데 그 사랑이 아이의 비만을 초래했다. 아이는 주변의 제 또래보다 체격이 크고, 뚱뚱하단 소리를 많이 듣게 되었다. 한두 번 듣고 넘어갈 일도 아니고 매번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에 아이는 점점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아이가 요즘 들어서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죽기보다 싫어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는 늘 자신 없어 해요. 남들이 자기를 이상하게 볼 까봐 신경 쓰다 보니, 거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나 봐요.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는 것이 하도 속상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의기소침한 아이의 얼굴을 보자 그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이해가 갔다. 제 또래들 보다 조숙한 아이는 일찍 사춘기에 접어든 듯 했다. 아이를 위한다고 한 일이 결국 아이를 불행하게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사례. 아이의 비만을 걱정하여 아이의 손을 이끌고 병원을 찾은 한 어머니. 그런데 보아하니 그 어머니 역시 비만이 심각한 상태였다.
슬쩍 물어보니 예상대로 아이의 아버지 역시 비만 체질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비대한 가족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의 어머니를 설득하여 온 가족이 함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결국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지 9개월. 그 비대했던 가족은 몰라보게 날렵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