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쓸쓸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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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쓸쓸한 당신
『너무도 쓸쓸한 당신』이라는 제목에서 등장인물은 사회적으로 뚜렷이 드러나는 소외 대상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작품에서 단순한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도 쓸쓸한 당신’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란 마음이 들었다. 현대사회가 인간적인 관계에 있어서 병들어간다고 하지만 모두가 쓸쓸함을 맛보아야 한다는 사실은 왠지 모를 억울함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쓸쓸함을 맛보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쓸쓸함에 대해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글자씩 써내려가고 있었다.
나의 삶에 있어서 ‘늙는다는 것’은 농담거리로도 등장이 쉽지 않은 재료이다. 물론 파란 꿈을 머리에 이고서 앞 뒤 재어볼 것 없이 박차고 나아갈 용기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옅어진 채로라도 머리에 인 꿈은 여전한데다 활기찬 웃음들이 시종 내 주위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늙음’이라는 말은 왠지 적막하고도 우울한 느낌을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서야 마음을 놓는 허수아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너무도 쓸쓸한 당신』을 통해 누구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문제인 ‘늙음’에 대해 중심선에서 밀려나버린 후에 맛보는 커다란 허무와 그와 동반하는 강한 연민으로 답하고 있다. 글의 서두에서 “쓰고 불편한 것의 맛을 아는 게 연륜이고, 감추려야 감출 길 없는 연륜을 당당하게 긍정하고 싶다.”고 덧붙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나는 쓰고 불편한 것의 맛이 내 것임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는 그 순간의 느낌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도 맛보았을 것이고 미래의 나와 내 곁에 있을 사람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미리 떠나가 보는 미래로의 여행. 멀리서 바라본 나에게 조차 노년의 모습을 담담하게 안겨준 이 작품은 ‘너무도 쓸쓸한 당신’이 되기 위한 준비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가올 쓸쓸함에 대해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멋진 내 노년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미 ‘너무도 쓸쓸한 모습’을 만나버린 작품 속 그녀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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