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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Ⅰ 서 론
전후 고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일본이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세계 주요국가의 대열에 진입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천연자원의 제약으로 인해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은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우위적이고 통제적인 리더십 하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비교행정( 박천오 외)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전쟁의 폐허로부터 경제를 되살리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우수한 경제 관료들이 앞장서서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산업정책과 규제조치들을 중심으로 관료주도형 경제운용 방식을 채택한 것이 핵심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에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격화되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게 되는 와중에 관료 중심적 경제시스템의 비효율과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자 일본행정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심지어 ‘관료망국론’이 횡행할 정도였다. 그 결과 오랜 논란과 정치적 과정을 거쳐 2001년 성청개혁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성청재편은 단지 중앙 성청 수 및 공무원 정원의 축소, 민영화와 민간위탁 등 행정의 슬림화만을 추구한 개혁은 아니었다. 성청개혁은 행정의 투명성 및 자기책임 확보라는 다양한 개혁목표가 추구되었던 것이다. 이는 종래의 일본 형 정치행정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상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한 개혁이다. 1970년대 말부터 ‘작은 정부’로의 행정개혁이 추진되어 왔으나 그 진전이 더디었던 것은 관료 및 이해관계 집단의 저항을 극복할 만한 정치적인 리더십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조직의 슬림화‘를 전면에 내세운 중앙 성청 개편은 결국 관료주도형 정치라 일컫어 지는 일본 특유의 상황을 정치적인 리더십으로 반전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행정론(현대일본학회)
아울러 비교론적 관점에서 볼 때, 비서방국으로서 정치,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서방선진국 수준에 가장 먼저 도달한 일본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우리의 국정운영에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 관료제의 고찰은 일본이 비 서구국가이면서도 서구국가와 마찬가지로 아주 현대화된 관료제를 지니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일본의 환경적 특성 및 정치행정체제에 관해 간략히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비교행정( 박천오 외)
Ⅱ 일본 관료제의 역사
1. 메이지유신
섬나라인 일본은 다른 국가에 비해 문화나 문명의 흡수가 비교적 빠른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로부터 문명을 받아들일 때도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빠른 서구화를 통해 발전을 추구해 왔다. 이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체제가 출범하면서 봉건영주 중심의 번(幡)시스템에서 중앙통치의 필요성이 증대되지만 본격적인 중앙집권적 국가 주도의 근대행정체제의 등장은 메이지유신과 함께 시작되었다. 19세기 중엽 흑선의 출현이라는 충격을 계기로 비롯된 일본 국내 질서의 동요는 도쿠가와 바쿠후의 붕괴와 유신 정부의 탄생이라는 거대한 체제질서의 변혁을 가져왔다. 당시 바쿠후체제를 대신하여 새로 탄생한 신정부의 과제는 구미열강에 대항하여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의 구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의 구축을 위해 메이지정부가 선택한 것은 의회 개설로 상징되는 정치체제보다 관료제를 비롯한 근대적인 행정제도를 앞서 정비함으로써 메이지정부의 국가 목표 달성에 부합하도록 관료제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메이지유신은 일본의 근대관료제의 기틀을 확립하는 데 출발점이 되었다. 유럽의 근대화를 모방하면서 프러시아의 관료제와 대륙법 중심의 행정체제를 받아들여 국가주도적인 발전모형이 형성되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서구화에 몰입하게 된 일본의 지도자들은 탈 아시아를 선언하고 이토 히로부미 등 유신관료들이 중심이 되어 국가의 틀을 유럽식의 근대 행정체제로 개편하기 시작했다.
2. 근대관료체제의 성립
일본이 처음으로 국가형성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공동체의 해체 때문이 아니라, 구미열강에 의한 침략위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외압에 대항하기 위하여 국민국가를 서둘러 형성할 필요가 있었지만, 국민국가 형성에 필요한 국민형성은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은 농촌에 살았으며, 농촌에는 전근대적인 공동체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잔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이나 국가라는 관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취해진 것이 가족의 관념으로 국가를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가족에는 가장 인 아버지가 있듯이 국가에는 국가의 수장인 천왕이 있다. 국민은 집에서 가장에게 효도와 공양을 하듯이 국가에 있어서는 천왕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충효일치의 사고에 바탕을 둔 국가관을 가족국가관이라 한다면, 메이지 국가는 가족국가관에 근거한 국가였다. 메이지국가의 전 근대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관료제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정비된다. 일본에 있어 근대 행정관료제의 탄생은 종래의 태정관제를 대신하여 설치한 1885년의 내각제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의회 개설에 앞서는 것으로 행정제도가 정치제도에 선행해서 정비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당시 메이지유신의 지도자들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관료제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1) 메이지유신 지도자의 사회적 출신이 비교적 낮았다는 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