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판소리 적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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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판소리 적벽가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고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판소리 적벽가]
(사진출처=국립창극단) 공연포스터
매미소리에 귀가 따갑던 무더운 8월 밀양에서는 밀양연극축제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리꾼 이자람의 ‘이방인의 노래’라는 창작판소리 공연을 감상하였다. 소리꾼 이자람은 ‘사천가’, ‘억척가’ 등 많은 서양의 고전 작품들을 한국의 판소리로 재해석하고 무대 위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판소리에 대하여 내가 갖고 있던 모든 편견들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 두 명이 무대에 등장하여 소리꾼 한 명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창을 오랜 시간 지루하게 늘어놓는다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이었다. 판소리도 서양의 극 못지않게 다양한 유머 코드,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으며 고수의 북소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악기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판소리라는 우리 고유의 것을 현대의 가치관에 맞게 살리려는 많은 노력은 현재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 또한 우리의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국립창극단의 이다. 국립창극단의 는 우리의 전통 판소리 의 많은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먼저 이번 창극 공연의 원작 판소리 를 살펴보면 중국 고전소설인 나관중의 중 한 사건인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한 판소리로, 우리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유일하게 중국 소설을 바탕으로 창작되었다. 19세기 이후 조선조 때 판소리 사설로서 정립되면서 기존의 중국 이야기에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되었다. 이야기 상으로는 백성을 귀하게 생각하는 유비, 의리를 지키는 관우 등 용맹 있는 장수 캐릭터가 강조되면서 당대 민중이 바라는 영웅의 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조는 적벽대전에서의 패배 이후 메추리 날아가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고, 장비를 닮은 장승을 보고도 기겁하는 등의 골계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조조의 곁에는 정욱이라는 부하가 권력자의 약한 모습을 꼬집는 방자 형 인물로 등장해 판소리적 재미를 준다. 전투 전날 군사들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부르는 ‘군사설움타령’, 전사(戰死)한 군사들이 새가 되어 조조를 탓하며 부르는 ‘새타령’ 등의 대목이 있는데 ‘적벽가’ 중 음악적으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적벽가
우리가 공연을 관람할 때 가장 크게 보고 느끼는 요소는 무대 형식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창극 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현대적 해석의 요소는 바로 무대이다. 관객들이 창극 의 공연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무대 뒤의 배경이 되는 영상이다. 무대예술인 창극은 영화가 아니다. 따라서 각 장면의 배경을 영화처럼 자세하게 묘사할 수 없다. 연출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가지고 각 장면을 의도에 맞게 구성한다. 창극 에는 거의 모든 장면의 배경으로 영상이 사용된다. 처음 공연이 시작되고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나며 도원결의하는 장면이 시작된다. 도원결의를 나누고 삼고초려의 산 속 공명의 작은 집, 화살이 날아다니는 적벽대전의 긴박한 상황까지 수묵화의 영상이 생동감을 살린다. 가장 크게 영상의 매력을 느꼈던 장면은 공명과 주유가 조조를 공격할 화공의 성공을 위해 바람을 예감하는 장면이다.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이 느낄 수 없는 바람의 방향, 세기를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으로 표현하여 극의 생동감을 한층 더 살렸다. 하지만 판소리는 우리 민중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장면을 만들었던 우리 극이다. 무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영상미도 중요하지만 한편 관객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사진출처=국립창극단) 무대스케치
창극 의 무대 형식적 요소에서 영상 보다 더 관객들의 인상에 남는 것은 무대 한 가운데의 거대한 부채가 아닐까. 판소리 고수의 손에 북과 북채가 있다면 소리꾼의 손에는 부채가 있다. 부채는 소리꾼이 이야기를 고조시키고 분위기를 이끄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창극 는 판소리에서 중요한 부채를 무대 전면에 내세우고 판소리의 정서와 판소리의 절제미를 동시에 연출하였다. 우리의 전통 판소리는 서양극과 다르게 무대에 공연에 필요한 소품, 배경 등이 쓰이지 않는다. 판소리의 절제미이다. 관객들은 그 절제된 여백에 각자의 해석과 상상력을 채워 넣는다. 창극 는 전통 판소리 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영상을 배경으로 사용하며 무대 한 가운데에는 나무로 만든 거대한 부채살이 등장한다. 창극 의 무대를 채우는 것은 거대하고 앙상한 나무 부채살이 거의 유일하다. 이 부채살 하나로 창극 는 정말 많은 것을 표현한다. 삼고초려의 배경인 산 속의 언덕이 되기도 하고 주유의 배가 되고, 적벽대전의 전투선이 되기도 한다. 또한 서양극에서 연주공간으로 쓰이는 오케스트라피트 또한 무대로 꾸며 적벽대전에서 난파된 난파선이 되기도 하고 조자룡과 공명이 추격을 피해 도망가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에 사용되어 극의 생동감을 살렸다. 즉 무대의 하나의 큰 부채살 모형이 소리가 주인공인 창의 절제미를 살렸다면 오케스트라피트의 활용은 창극 이 현대극의 요소도 접목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현대적 재해석의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창극 은 내용적 측면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극의 내용상 흐름을 역전함으로서 연출의 의도를 보다 강조하였다. 판소리 는 우리나라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유일하게 중국 소설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의 삶의 여정을 조명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판소리 는 적벽대전이라는 전쟁을 통해서 민중들의 삶과 아픔을 강조하고 있다. ‘적벽가’ 중 음악적으로 손꼽히는 부분인 전투 전날 군사들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부르는 ‘군사설움타령’, 전사(戰死)한 군사들이 새가 되어 조조를 탓하며 부르는 ‘새타령’ 등의 대목을 살펴보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창극 는 주인공 소리꾼과 고수의 등장 뿐 아니라 여러 소리꾼들이 등장하여 군무를 펼침으로써 이 주제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