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 _ 화(Anger)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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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우리는 화를 참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TV 프로그램 중에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란 것이 있다. 이미 부모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어린이들이 외부의 도움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이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방증(傍證)일 것이다. 내 주위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가정이 있었다. 자녀가 화를 절제하지 못했다. 일단 화를 내기 시작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지경까지 간다. ‘정말 저런 아이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그 아이가 평상시에는 너무나 평범한 아이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지금 소개하려는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이 쓰신 ‘화’라는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에 소개된 이후에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틱낫한 스님의 방한(訪韓)은 국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 모두가 화를 참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화는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들의 묶음이다.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의 감정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소량의 독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것이 오랫동안 체내에 쌓이면 인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독의 묶음인 화도 마찬가지이다. 당장은 우리에게 큰 어려움을 주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종국엔 존재감과 관계성의 파괴를 가져오는 암적인 존재와도 같다.
화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자잘한 문제로부터 생긴다. 예를 들면 타인과의 부딪침이나 욕구 불만족, 과다한 경쟁, 스트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인은 누구나 화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저자가 제시한 화의 원인 한 가지를 살펴보자. 화의 원인을 ‘먹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화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먹음직스러운 닭고기 요리를 상상해보자. 닭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어떤 생활을 했을까? 영화에서처럼 넓은 마당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닭의 생활을 떠올린다면 곤란하다. 요즘에는 닭이 대규모 농장에서 사육된다. 늘 비좁은 우리에 갇혀 사람이 주는 모이만을 먹고 자란다. 또한 농부는 더 많은 알을 얻기 위해 인공적으로 밤과 낮을 조절한다. 이것이 닭에게는 엄청난 화와 좌절과 고통을 안겨준다. 결국 그 같은 닭과 계란을 먹을 때 우리는 그 화와 좌절을 먹는 셈이 된다.
화의 해결책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화는 우리 마음속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자각(自覺)’이라 한다. 이것은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자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로는 호흡, 명상, 보행 명상, 화를 끌어안기 등이 있다.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면 들숨을 알게 되고,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면 날숨을 알게 된다. 따라서 공기와 몸을 자각하게 되고, 자신의 마음까지 자각하게 된다. 이것을 호흡법이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단 숨을 고르고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