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진짜 가짜, 역할론에 관한 논쟁 ―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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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정체성과 진짜 가짜, 역할론에 관한 논쟁
―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읽고
1. 기획의도
여러 회 논의와 토론을 거쳐 본 조가 발표를 하고 싶었던 주제는 “나를 ‘나’로 인정해주는 요건은 무엇인가”이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그렇다면 이를 만족시키는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또한 정체성은 본인이 직접 확인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인정과 의미부여 과정을 거쳐 좀 더 공고해지는데 다른 사람의 인식이 가지는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실제로 처했을 때(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리턴맨 ‘마르탱’의 입장이든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진짜보다 낫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는 ‘아르노’의 입장이든) 우리는 어떠한 논리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질문을 바탕으로 발표의 현장감을 고려해 글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각각의 인물 중 하나가 되어 다른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을 차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소설과도 같은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상상력을 발휘해 행간을 채워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고, 때문에 역사적 사실의 기록 이외의 역사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점에서 다시 써보고 싶었다. 굳이 명명하자면 과거의 텍스트가 시대를 거스른 독자의 삶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그 텍스트 또한 우리가 수정보완하는 주체가 되는 이른바 텍스트와 독자 간의 ‘역동성’을 드러내고자 함이었다. 둘째, 인물의 내면의 소리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은 역사 서적이라 객관적인 사료에 근거하고 있지만, 우리는 텍스트에 좀 더 개입해 적극적으로 인물을 해석하고 창조하고 싶었다. ‘뻔뻔한’ 아르노, ‘깡센’ 베르트랑드, ‘찌질’한 마르탱과 의외로 ‘쉬크’한 이웃주민은 본 조원들이 원문을 주체적으로 해석한 결과 나온 ‘캐릭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내면의 방어적인 기제를 살리면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일기와 같은 자기성찰적인 글이 알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 기원도 오래된 ‘정체성’ 논쟁인 만큼 조원끼리의 좁혀지지 않는 다양한 의견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대립각을 잘 드러낼 수 있을만한 형식으로는 상호 반응이 있는 대화가 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독백(모노드라마)과 쌍방향 대화의 장점을 둘 다 가지고 있는 형식으로 서로가 주고받는 편지를 쓰자는 데에 초점이 모아졌다. 편지글은 글쓴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긴 하지만 독자의 반응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논술보다는 인물 간의 연관성이 입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어체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 위치, 말투 또한 생생하게 반영전달할 수 있었다.
편지는 총 네 개로 재판에서 교수형 판결을 받은 아르노 뒤 틸이 베르트랑드에게, 아르노의 편지를 받은 베르트랑드가 마르탱에게, 여행에서 돌아와 베르트랑드를 처음 맞은 마르탱이 숙부 피에르에게, 그리고 마을 사람이 마르탱에게 보내는 편지로 나뉜다.
2. 편지 본문
■ 아르노 뒤 틸이 베르트랑드에게 보내는 편지, 형을 당하기 전 마지막 날
친애하는 베르트랑드,
우선 재판이 거의 끝날 때 즈음 우연히 마르탱 게르가 오랜 기간의 가출에서 돌아와 ‘진짜’임을 인정받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오. 그가 조금만 더 늦게 귀향했거나, 혹은 내가 주변의 입막음을 철저히 해서 재판을 그리 오래 끌지만 않았다면 나는 평생 새로운 마르탱 게르로서 이전의 마르탱보다 더욱 진짜처럼 살 수 있었을 것이오. 혹자는 나에게서 뻔뻔스러운 사기를 읽고 가지만, 나는 단지 운이 나빴던 신실한 남자일 뿐이오.
비록 법정에서 당신은 지난 4년간 나에게 속았다는 증언을 쏟아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신을 이해해. 왜냐하면 당신은 나에게 속은 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거든. 내가 마르탱이 아니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거슬러 나를 선택하고, 내가 마르탱으로 사는 것을 한껏 도와주었기 때문이야. 당신이 나를 사랑했다는 증거는 여럿 댈 수 있소. 당신의 남편이 집을 떠난 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마르탱이라며 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났을 때 당신은 이미 내가 그가 아님을 알고 있었을 거야. 법정에서만큼은 당신은 지조 있는 아녀자로서의 명예를 지켜야 했기에 거짓 증언을 했지만, 우리끼리 서로 만들어낸 결혼(invented maiage) 생활만큼은 진짜 못지않게 완벽했소.
좋은 남편임과 동시에 나는 좋은 아버지이자 좋은 이웃으로서 책무를 다했소. 당신도 알다시피 마을사람들이 예전의 마르탱보다 새로운 마르탱인 나를 더 많이 좋아하지 않았소? 나는 무능력하고 자신만 알고 심지어 아내까지 버렸던 마르탱과 달리, 재산을 불릴 줄도 알았고, 이웃과 친근하게 지내는 법을 알았소. 마르탱의 지위를 그의 허락 없이 ‘넘겨’받은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마르탱’이라는 이름에 맞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오. 아니, 오히려 그가 나에게 고마워해야지. 나는 그의 가정과 재산을 지켜주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의 명망도 유지시켜주었소. 그가 무책임하게 방기하고 유기한 그의 의무를 내가 대신 수행해 주었는데 어째서 그의 잘못은 묻지 않고 나만 죄인으로 몰린단 말이오? 당신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
여러분에게 묻고 싶소. 도대체 나의 죄가 무엇이오? 다른 사람의 정체를 탐한 것? 그렇다면 정체성이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나를 ‘나’라고 명명할 수 있을만한 조건 말이오. 이름? 생김새? 기억? 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없소.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해. 주변 사람들에 의해 ‘간주’되고 ‘인정’받는 어떤 것. 내가 마르탱이라고 불리면서 사는 동안만큼은 나는 완벽하게 그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했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마르탱으로서의 의미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떳떳이 ‘부여’받았다는 것이오. 마르탱이 8년간의 무단 외출에서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가꾸어온 관계와 가정을 아무런 문제없이 ‘이어’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 유전자적으로는 그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상시에 대해 오히려 내가 더 잘 알고 있고, 좀 더 밀도 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는걸. 아직도 자신만 생각했던 이기적인 마르탱에게 모든 권리를 부여하고 나를 교수형 시킨 판사의 판결이 옳다고 생각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