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분야
hwp고등학교 시절, 나는 대학생이 되면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굳게 믿었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선생님의 말씀을 믿었던 내가 너무나도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대학교 강의 계획서에 나오는 과제만 해도 내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고 1학년 시작과 동시에 과제와 시험에 허우적거려야 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야속하게도 날 기다려주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현실에 점점 지쳐갈 때쯤,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화 랭킹 순위를 보게 되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영화가 바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잉여’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띄었고 80만원으로 1년 동안 유럽 여행을 했다는 것에 더 눈이 갔다. 나 또한 현실 도피를 위한 계획으로 유럽여행을 한창 꿈꾸고 있던 터라 더욱더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4명의 대학생들인 호재(24), 하비, 현학, 휘의 유럽 여행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그들은 모두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았고 모두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그리고 모아놓은 돈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그들의 친한 누나와 형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계획은 총 3가지. 첫째, 비행기 값을 제외한 80만원만으로 유럽 여행을 한다. 둘째, 여행에 드는 숙박비와 밥값은 한인 민박집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주는 대가로 돈을 벌어 마련한다. 셋째, 마지막 종착지인 영국에 가서 제2의 비틀즈를 찾아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준다. 그들은 이런 다소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지인들 3명과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도전정신이 강하고 낙천적인 그들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게으름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생각만 많고 행동으로 실천을 하지 않는 ‘잉여’들이 모여 팀 이름을 ‘서플러즈(Surplus)’라 말한다. 이 영화는 이런 청년들의 무모한 도전을 통해 내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이렇듯 무계획적이고 무모한 도전이다 보니 여행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한인 민박집에서 며칠을 묶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프랑스 물랭에 가는 길에서 히치하이킹과 노숙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4인방의 무계획성과 무모함에 지친 쌈바, 미란, 상철은 더 이상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없을 거 같다고 말한다. 서플러즈는 이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동기와 목표가 있겠지만 자신들은 이렇게 힘들게 여행을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렇게 서플러즈는 3명의 팀원들을 잃게 된다.
서플러즈는 로마의 한 쓰레기장에서 텐트를 치고 며칠을 보내게 된다. 변하는 것은 없었다. 똑같은 텐트의 위치, 여전히 오지 않는 홍보 영상을 찍어달라는 연락.. 변하는 것은 돈의 액수뿐이었다. 그들의 전 재산이 3만원밖에 남지 않자 그들은 결국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한다. 그렇게 유럽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동생들이 장을 보고 있던 중, 리더 호재에게 한 한인 민박집에서 연락이 오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박집 홍보 영상은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한인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더 이상 한인 민박집에선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외국 호스텔의 홍보 영상을 만들 것을 목표로 삼았다. 며칠 뒤, 그들에게 Yellow 호스텔이라는 외국 호스텔에서 홍보 영상을 만들어달라며 연락이 오게 된다. 서플러즈는 무서운 호스텔 직원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창의적인 홍보 영상을 만들어 내게 된다. 처음에 서플러즈 중에 디자이너가 없다는 것이 큰 위기였지만 특수효과로 커버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리고 홍보 영상에 나올 배우가 없었을 때에도 하비가 직접 연기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그동안 노숙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호스텔에 있는 화장실이나 작은 탁자 같은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호스텔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이 촬영한 Yellow 호스텔 홍보 영상은 금세 유명해졌고 유럽전반에 홍보 영상으로 대박을 치게 된다.
그들은 더욱 더 많은 호스텔 홍보 영상을 찍기 위해 터키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유럽을 여행한지 3개월 만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을 취재하러 공중파 YTN이 인터뷰를 하러 오기도 하고 신문 1면에 장식하는 등 그들의 인기는 날로 더해져만 갔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호스텔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500 유로를 버는 등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들은 홍보 영상 수익으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살 수 있었고 영국 에든버러로 떠나게 되었다.
그곳에서 서플러즈는 호스텔 홍보 영상 작업을 빠르게 끝내고 제 2의 비틀즈를 찾아내어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유투브에서 제 2의 비틀즈가 될 만한 신인 뮤지션인 ‘브라이언’을 찾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브라이언과 뮤직비디오 촬영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한창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고 있을 무렵, 서플러즈의 리더인 호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인 ‘아르코’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고 아르코의 이번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 될 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호재는 아르코의 마지막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국 호재는 동생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아르코에게 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마침내, 아르코는 호재에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답장이 도착했다.
서플러즈는 더욱 뮤직 비디오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런던으로 향한다. 서플러즈는 런던에 도착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선술집에서 12시간씩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틈틈이 브라이언의 뮤직비디오와 아르코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동시에 해야 했다. 동생들은 이런 빠듯한 생활에 점점 지쳐갔고 브라이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에도 바쁜데 호재가 아르코의 뮤직비디오라는 짐을 지게 했다며 호재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서플러즈의 갈등의 시작이었다.
호재는 결국 고심 끝에 아르코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포기하기로 한다. 호재가 아르코에게 뮤직비디오를 더 이상 찍지 못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자 며칠 뒤 아르코에게 이런 이메일이 오게 된다.
[우리 늙은이들에게 미안해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