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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1. 서론
최근 국내외에서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눈에 띠게 증가했으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면서 더욱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가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등과 같이 복수를 주요한 요소로 삼고 있는 영화 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 여러 영화들이 복수를 영화의 요소로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복수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최근에만 존재해온 것은 아니다. 돌이켜 볼 때, 영화에 있어서 복수라는 주제는 최근의 유행에 편승한 시대적 흐름일뿐 아니라, 시대와 상관없이 꾸준히 등장해온 영화의 중요한 소재들 중 하나라고 보여진다. 즉 복수라는 모티브는 영화의 발생 초기부터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서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나운규의 ‘아리랑’부터 시작하여 ‘어미’, ‘월하의 공동묘지’ 등 많은 한국의 멜로영화와 액션영화의 단골 소재로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소위 복수영화들이 똑같은 내용과 형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많은 면에서 변화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영화는 관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시대의 요구를 읽어내며,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서 성장해가는 매체이다. 때문에 영화의 인기는 영화의 작품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혹은 시대적인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1000만 관객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실미도’를 통해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관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복수극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친구’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오성이 장동건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왜 사람들은 그것을 잔인한 범죄로만 보지 않았을까?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와 이우진의 서로에 대한 복수에 사람들이 공감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의 복수에 대해서도 이러한 물음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복수극은 사람들에게 이해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복수극이 가지는 특성을 파악해 보고, 과거와 현재의 복수영화들의 차이점을 비교할 것이다. 그리고 복수에 대한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살펴보고, 복수극이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다.
2.1 복수극의 구조
2.1.1 복수극의 구조 (개념 + 현대복수극의 변화양상)
복수극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복수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복수는 해(害)를 받은 본인이나 그의 친족, 또는 친구 등이 가해자에 대해 똑같은 방법으로 해를 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www.naver.com 네이버 백과사전
이러한 복수는 어느 영화에서나 존재한다. 멜로, 액션, 심지어 코미디에서도 복수라는 요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어떠한 영화를 복수극이라고 특별히 규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복수를 가장 중심적인 요소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복수극이라는 범주에 넣고 이러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복수극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복수극이란 말 그대로 복수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단순히 복수의 행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복수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즉, 복수의 동기를 관객들에게 제시해준다. 이를 통해 복수를 하는 사람에게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해 줌으로써 관객들이 이러한 복수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복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복수라는 상황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주어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켜주고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복수를 행하는 주인공을 선의의 피해자로 규정하고, 복수의 대상은 악의의 가해자로 규정함으로써 복수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는 자신의 딸을 위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자신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복수를 꾀한다. ‘올드보이’에서도 복수의 행위자인 이우진과 오대수가 서로 대립관계임에도 자신들이 피해자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복수가 정당함을 관객들에게 인식시켜준다. 영화 ‘친구’의 마지막 부분에서 묘사된 동수의 살해 장면은 관객들이 동수의 죽음을 잔인한 범법행위로 인식하기보다 이 일을 저지른 준석을 동정하는 쪽으로 받아들였던 것 역시 복수의 행위자에 대한 동기와 정당성 부여를 통해 영화가 의도했던 것이었을 것이다.
또한 복수극의 중요한 특징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복수의 형태가 공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이며 사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복수를 다룬 영화들을 살펴보면 복수의 행위가 정당한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복수영화가 폭력을 동반한 직접적인 복수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초기에 만들어졌던 나운규의 ‘아리랑’에서도 악인인 오기호가 동생 영희를 겁탈하려 할 때 영진의 대처방법은 낫으로 그를 죽이는 것이었다. 1985년 작인 ‘어미’에서도 주인공인 홍여사는 인신매매당한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위해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다. 이처럼 이 후에 만들어졌던 복수를 주로 다룬 영화의 대부분은 이처럼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친구’, ‘지구를 지켜라’,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과 같은 영화들을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폭력을 동반한 직접적인 복수의 방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복수영화에서의 복수의 방식은 사적이며,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