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음표와 쉼표, 도치법의 잦은 사용은 특히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매우 효과적이고 일관된 형식으로 사용되었다. 상대방에게 정말 하기 싫고 자신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불륜의 사랑을 끝내자는 말을 힘겹게 끌어가는 데 말없음표와 쉼표는 매우 적절하게 사용된 것이다.
신경숙은 이런 문장
말없음표 사이에서 힘겹게 이어지고 있는 문장에서는 작중화자의 힘겨운 상황이 그대로 나타난다. 상대에게 아무런 이해조차 얻지 못하리라는 단절감과 함께 씁쓸함, 아쉬움들이 뒤엉켜 있음을 알 수 있다. 풍금이 있던 자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목이지만 제목만큼 그 사랑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
말없음표, 그와 더불어 단점으로까지 지적 받는 감상적인 취향의 문장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특성은 작가가 “외딴 방”에 임하는 자세와도 큰 관련이 있다. 아무리 단호하게 맞서려 해도, ‘나의 스타일을 버리고 집을 떠나 보면서까지, 도망치려는 자신을 붙들어다가, 글 앞에 또 과거의 진실 앞에
자신의 창작의 주제이자 목표로
삼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것들은 문장을 구성하는 보조기호가 아니라 생각과 느낌의 신중함이나 망설임, 혹은 고통스러움이나 슬픔을 구현하는 몸짓들이다.
쉼표와 말없음표를 이용하여 그녀는 함부로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의 존재를 표현하려고 한다.
말없음표의 속말들』, 나남, 1985, 201쪽.
라고 당시를 회상할 정도로 배고픔까지 잊고 연날리기에 몰두했다. 또한 어린 시절 그는 장흥의 푸르른 산골짜기에서 어머니의 육자배기 가락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장흥에서의 이런 낭만적인 시간들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광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