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뻗은 것들은 아닌게 아니라 하루 이틀 사이에 봉오리 끝이 빨갛게 터질 것 같았다. 중부지방으로 치자면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빠른 개화였다. (「천지간」,31쪽)
눈이 그치고 나서 홀연 날이 개이고 보름을 턱까지 쫓아온 달이 음력 12월 중순의 바다를 흔들고 있다. (「천지간」,32쪽)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에게 죽음을 느끼고, 연민에 이끌려 여자를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여자에게 새로운 삶을 갖게 하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나는 독자에게 눈을 빌려주어 사건의 진행을 돕고 마지막에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다.
2) 여자 : 3개월 전 한 남자와 구계등에서 관계를 갖고 아이를
바다의 거리》(1994) 《새무덤》(1994) 《신라의 푸른 길》(1994),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1994), 중편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1995) 《천지간》(1996) 《빛의 걸음걸이》(1998) 등을 발표하며 1990년대 문단의 새로운 소설 경향을 주도하였다.
문학성의 회복을 요구하는 1990년대적 시대정신에 가장
여로라는 흔한 구도 아래에서 주제로 돌입되는 수많은 장치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여로는 밋밋하게 뻗어 있는 외줄기 직선로가 아니다. 그 여로는 구계등에 이르러 부풀어오른다. 머뭇거림, 죽음에의 유혹에 이끌리기와 그것과의 싸움, 기억 속 과거와 현재의 갈등 등등으로
이미지를 중심으로 할 때 드러난다. 시적 주체는 바로 전쟁 이전의 평화로운 세계를 추구하는데 이것은 현재 갈 수 없는 ‘북의 고향’을 그리며 나타나고 그로 인해 현재와 과거의 합일을 보여준다.
- ‘여성’과 ‘돌’이미지가 보여주는 합일의 세계
하기야 그 사이/3월이라는데/온 천지를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