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죽었다고 얘기되는 그 주체를 확인하기
가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 그것은 데카르트의 '코기토 숨'의 주체인가, 아니면 칸트의 '초월적 통각'의 주체인가, 아니면 헤겔의 '절대 정신'의 주체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떤 주체인가? 우리가 처한 상황을 헬러는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코기토의 명증성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현재 내가 현존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하나의 사유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내 속에서 나를 보존할 수 있는 힘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렇게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이 순간에, 그리고 다음 순간에 내가 아닌 타자에 의해 부단히 또다시 창조되고 있기
III. 주체 해체의 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데카르트에 의해 정립된 주체 개념은 근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게 받아들여져 온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에 많은 인식론적 문제들이 내재해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칸트와 훗설 등에 의하여 코기토적 주체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칸
코기토 명제)이다. 철학사 내에서 코기토 명제는 근대가 고대 및 중세와 구별을 선포하며 근대 자체의 사상적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초석이 되는 명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근대 철학은 이전 철학과 단절하는 기준을 ‘인식(Wissen)’의 문제로 설정함으로써 그 새로움을 밝힌다. 근대가 주장하는 고대
코기토’ 만큼이나 반복되어 말해지는 문장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이 한 시대를 닫아버린 봉인의 역할로만 머물렀다면, 아마 그 의미는 이미 소진되고 지양되어 곧 철학사의 배후로 물러나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데카르트는 새로운 시대가 착상될 수 있도록 철학의 거처를 그 바탕에서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