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눈을 맞고 선 굳고 정한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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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눈을 맞고 선 굳고 정한 갈매나무
1
내가 백석 시인을 알 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정기구독하고 있던 한 월간지에 박목월 시인이 연재하고 있던 시 창작 강좌를 통해서이다.
거기 백석 시인의 「오리 망아지 토끼」와 「여우난골」 그리고 「비」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나는 단박에 백석이 좋아졌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시를 좋아하게 된 것도 실은 백석 시인으로 인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강좌에 소개된 시집 『사슴』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시골서 구할 길은 없었다. 그 얼마 뒤에 책방에서 『학풍』이라는 새로 나온 잡지를 뒤적이다가 거기 그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시가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자리에 서서 읽고 나는 너무 놀랐다. 시란 이런 것이로구나.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싶다. 나는 그 시 한편을 다시 읽기 위해서 그 시 말고는 단 한쪽도 읽을 수 없으리만큼 어려운 그 잡지를 사서 한 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당숙들이며 족형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사슴』을 손에 넣은 것은 대학으로 진학해 서울로 올라와서다. 막 전쟁이 끝나 세상은 여전히 뒤숭숭하고 먹고 살기가 크게 어려운 때였다. 나는 동대문과 청계천 일대의 고서점을 도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곳에는 서재에서 빠져나온 장서도장이 찍힌 귀한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사슴』도 그 책더미 속에 묻혀 있었다. 책의 뒷장과 속표지에 붉은 장서인이 찍힌 것말고는 말짱했지만, 주인은 가치를 모르고 참고서 한 권 값밖에 받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되었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도 더 컸다는 느낌이다.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저녁밥도 반사발밖에 먹지 못했으며 밤도 꼬박 새웠다. 그 뒤『사슴』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꺼내 읽고는 했으니, 실상 그것은 내가 시를 공부하는데 교과서가 되었던 셈이다. 이렇게 애지중지하던 책을 61년에 잃어 버렸다. 하찮은 사건으로 가택수색을 당해압수당한 50여 권의 책 속에 그의 시집도 끼여 있었던 것이다. 홍명희의 『임꺽정』. 이태준의 『복덕방』. 김남천의 『대하』. 오장환의 『성벽』. 이용악의 『오랑캐꽃』등이 이때 빼앗긴 책들인데. 『사슴』을 빼앗긴 일이 가장 억울했다. 다행히 『사슴』의 시들은 거의 외고 있었지만. 이 일로 나는 얼마동안 시를 읽는 흥미도 시집을 사는 재미도 잃었다. 생각해보니 60 후반 내가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기까지 나는 단 한권의 시집도 사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서슴없이 내 시의 스승으로 먼저 백석 시인을 댄다.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사리를 그린 눈알 만한 盞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라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 「주막」 전문
이 시는 우리 머리에 세 개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첫째로, 호박잎에다 붕어곰을 싸오는 주막집 아들이다. 그 아들아이는이름이 범이고. 장(늘)고기를 잘 잡고, 앞니가 뻐드러졌고, 또 나와 동갑이다. 말하자면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은 생략된 관계대명사를 고리로 "아들아이"를 수식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 만한 잔"이 놓여 있는 "빨갛게 질(기)을은 팔모알 상" 하나만으로 극히 인상적으로 그린 주막집 부엌의 모습이다. 빨갛게 길든 팔모알 상과 그 위에 놓여 있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 만한 잔이라는 소품이 그 주막이 그리 막돼먹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효과도 가진다. 세 번째는 주막 밖 풍경이다. 주막 울파주(울바자) 밖에는 어미말이 매여 있고 망아지가 그 젖을 빨고 있다. 장짐을 지고 장꾼을 따라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