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Ⅰ. 생애
윤흥길은 1942년 12월 14일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아버지 윤상오씨와 어머니 조옥성씨 사이에 1남 4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6.25를 경험하게 되고, 이 때 서울에 있었던 그의 외가가 이리의 사돈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외삼촌이 일선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중에 김화지구 전투에서 목숨을 잃게 되고, 외가에 정서적으로 가까웠던 윤흥길에게 외가의 불행은 전쟁의 참혹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1953년 가난한 살림에 어렵게 장만한 집이 무허가 판잣집이라는 이유로 강제철거 당한 뒤 반항적인 성격을 갖게 된 후,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아버지의 계속된 실직으로 인한 가난의 반발로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미워하게 되고, 이 후 가출하여 서울, 대전 등지를 전전하기도 하였다. 1958년 이리동중을 졸업하고 전주사범학교에 진학한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고, 1971년 단편 「지친 날개로」, 「건널목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3년에 발표한 「장마」를 통해서인데, 이 작품은 좌우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토착적인 무속신앙을 통해 극복되는 과정을 어린이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1973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원광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숭신여자 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했으나 사립학교의 경영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직하게 되고, 이때부터 지독한 가난과 고생이 시작된다. 1975년 동향의 선배인 소설가 최창학의 주선으로 출판사 일조각 편집위원으로 근무하였고, 단편 「엄동」을 발표한다. 1977년 소설에만 전념하기 위해서 일조각을 사직하고 전업작가를 선언, 그 후 1970년대 후반 들어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노동계급의 소외와 갈등의 문제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직선과 곡선」, 「창백한 중년」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1977년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로 제4회 한국문학 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1983년 「꿈꾸는 자의 나성」으로 제15회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완장」과 같은 장편소설을 통해 권력의 생태에 대한 비판의식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장편 「에미」는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여인의 수난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남편의 폭력과 전쟁의 폭력을 샤머니즘화된 미륵신앙으로 이겨내고 감싸안는 내용을 담고 있다.
Ⅱ. 문학적 특성
1. 분단과 사회현실
1970년대에 들어 분단 소설에 대한 관심은 전쟁을 체험한 세대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윤흥길은 한국전쟁의 비극과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이데올로기의 해체를 유도함으로써, 남·북 분단의 극복 가능성을 시사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작가의 분단문제에 관한 남다른 관심은 그의 유년기 전쟁 체험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이러한 작가적 체험과 사회적 배경은 윤흥길의 분단 작품에서 자전적 경향을 수반하여 형상화되고 있다. 윤흥길은 작품을 통해 한민족의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살육과 보복이 자행되어 많은 희생을 치렀으며, 이념의 분쟁에서 헤어나지 못해 분단이 고착화되었는지 다시 한 번 일깨우고자 하였다.
전쟁은 가정의 평안한 상태를 파괴하고 불구화함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고아나 굶주림의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어린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살육의 현장을 경험하게 되고, 생명을 경시하게 되며, 잔혹한 실상에 대해서도 무감각한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또, 어른들의 행위를 그대로 보고 배움으로써 어른들보다 더 영악한 삶을 살기도 한다. 이런 전쟁을 소재로 어른들의 비정함과 이기적인 면을 묘사한 작품으로는 「기억 속의 들꽃」, 「양」, 「장마」, 「황혼의 집」등이 있다.
전후 혼란기에는 내면의 상처와 충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거나, 그 비극성을 보편적인 인간 내면의 문제로 끌어올릴 만한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개인의 아픔이나 고통으로 감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탈향과 이산, 가족 구성원의 상실 등은 가족의 붕괴와 해체 등으로 이어졌다. 전후의 현실은 일상적 삶을 살지 못하고 일종의 공황상태로 몰아가게 된다. 이러한 위기 의식은 「지친 날개로」, 「무제」 등의 작품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참상은 개인과 가족 구성원들에게 심한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특히 「장마」,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에서는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으로 이념과 무관한 가족들이 비극적인 고통과 아픔을 당하였다. 이데올로기에 무지한 유년기 아동의 순진한 눈을 이용하는 이러한 시점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도 그것의 부정적 실상을 잘 드러내 준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죽음의 공포와 비인간화의 현장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충격 또한 죽음에 못지않은 고통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러한 고통 속에서도 삶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한다. 작가는 이 의지를 모성적 사랑과 정서의 동질성에서 찾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실을 극복하고 통합을 지향하는 작가의식이라 할 수 있다.
구렁이는 움쩍도 하지 않았다. 철사 도막 같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대가리만 두어 번 들었다 놓았다 했다.
“가야 헐 디가 보통 먼 질이 아닌디 여그서 이러고 충그리고만 있어서야 되겄능가. 자꼬 이러면은 못쓰네, 못써. 자네 심정은 내 짐작을 허겄네만 집안 식구덜 생각도 혀야지. 자네 노친양반께서 자네가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면 얼매나 가슴이 미어지겄능가”
외할머니는 꼭 산 사람을 대하듯 위를 올려다보면서 조용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윤흥길(1987), 『윤흥길』, 동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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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2005), 윤흥길의 분단소설 연구: 서사적 특성과 주제구현 양상을 중심으로,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이금례(2008), 윤흥길 소설 연구 : 분단소설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이승철(2008), 윤흥길 분단소설 연구, 대구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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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월선(2012), 윤흥길 소설 연구: 분단과 산업화의 현실 인식을 중심으로, 목포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