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II.
III.
통일에 관한 지식인들의 이러한 침묵속에서 1995년 8월에 발표된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의 소설 『Ein weites Feld』는 어떤 전환기 소설보다도 더 많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독일의 재통일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재통일 과정을 지난 세기에 있었던 독일 통일과 중첩시켜 비교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은 지난 150년의 독일 역사가 중첩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민족의 최초의 통일을 지켜 보면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통일 후의 프로이센-독일 사회를 본격적으로 다룬 테오도르 폰타네가 부활되고 있다.
『Ein weites Feld』의 발표를 전후해서, 독일 신문의 문예란을 중심으로 진행된 작품에 대한 평가 작업은 대단히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평가의 결과는 극심하게 이분된 양상을 보였다. 한 문학작품에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교차한다는 사실은 그리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극심한 평가의 차이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이미 어떤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들 중 일부 부정적 비평은 이 소설이 지닌 미학적 결함과 관련되어 있거나, 통일과 관련되어 소설에 나타나고 있는 정치적 견해가 부정적 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평가가 편차를 나타나는데, 구 동독 지역보다는 서독지역에서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은 이 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이 소설이 독자들의 정치적‧도덕적 입장에 따라 각기 달리 읽혀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며, 대단히 정치 소설의 양상을 띄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