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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사건....하나의 결말
장르 분석 보고서
◈들어가면서
인간은 태초에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신의 권위에 도전하고자 을 쌓게 되고 이에 분노한 신은 인간들에게 가지 각색의 언어를 쓰게 하는 벌을 내렸다. 이후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불신을 겪는 인간들은 바벨탑을 쌓는 도중에 서로 흩어져 살고 만다. 만약, 인간이 하나의 언어만 사용해 왔다면 어떠했을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갈등의 상당수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은 소통의 단절과 이로 인해 겪는 혼란을 통해 일어나는 비극적인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철학적인 냄새가 짙게 풍기지만 영화는 난해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이어진다. 철학적이란 이름보단 영화속 사건은 현실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분석 보고서는 영화 소개를 시작으로 의 장르인 스릴러와 드라마에 대한 설명과 특징, 영화를 둘러싼 시청각적 장치와 감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나의 개인적인 감상과 영화평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시간의 순서가 아닌, 3가지 사건이 흩어져 있다가 하나로 뭉치는 과정으로 그려낸다.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고, 개연성도 전혀 없는 듯한 세 사건은 점차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통일된다.
모로코의 황량한 들판에서 소총을 가지고 장난치던 두 아이는 지나가는 버스를 향해 총을 발사하게 된다. 이윽고 멈추는 버스. 장면은 뜬금없이 지구 반대편인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다. 세상과의 소통 단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소녀 치아코에서, 미국에서 청춘을 보내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멕시코인 아멜리아로, 다시 모로코 여행 중 총상을 입은 미국인 부부로, 영화는 초반의 스토리 진행에 있어 세가지 사건을 개연성 없이 늘어놓고 진행하는 듯하다. 사실 사건의 중심은 모로코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이다. 우연히 쏜 총 한발로 인해 잠잠한 수면에 파장이 일 듯, 전후(前後)의 일들이 점차 확장되어서 나타난다.
◈드라마라는 장르. 그리고 스릴러
국내에서 순수한 드라마라는 장르의 영화가 흥행하기 어렵고, 현대 영화의 추세가 순수 장르에서 파생되거나 결합된 장르로 나아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 장르는 연극과 영화, 그리고 소설의 기원이 되는 근원적 장르이다. 모든 영화가 내러티브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영화는 드라마장르를 바탕으로 분화된 장르의 특징을 가진다. 공포에서 줄거리가 있고, 코메디에도 결말이 있다. 즉, 드라마장르는 내러티브(줄거리)를 공통요소로 전개와 결말을 갖추었다. 공포나 멜로, 스릴러가 이야기를 갖춤으로서 드라마적 요소를 포함하고, 배경과 줄거리 자체에 위와 같은 요소를 얹어 놓는 것이다. 은 드라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로서 얼기 설기로 엮어놓은 세 사건의 전개 과정은 드라마로서 장르적 특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우스운 상황도 없고, 화려한 액션도 없으며, 음울한 음모도 없다. 그러나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사건들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서 드라마라는 원천의 장르와 함께 스릴러의 성격을 가진 영화이다. 흔히 스릴러와 공포/호러가 같은 장르거나 타 장르와 섞이면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포/호러가 공포의 존재를 직접 관객이 느끼거나 전개의 중심에 서는 것이라면, 스릴러는 공포의 존재로부터 느끼는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행위를 보여준다.
두려움, 즉 공포를 느끼게 하는 스릴러적 요소가 어떻게 이 영화에 나타날 수 있을까. 슬픔이나 기쁨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듯이, 인간이 겪는 두려움의 존재 또한 여러 가지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막연한 미지의 존재나 우리와 다른 것으로부터 오는 공포가 아닌 인간 자신의 불완전한 존재로서 오는 공포, 즉 같은 종이라도 서로 다른 의사소통으로부터 오는 한계, 그로부터 겪게 되는 어렵고 막연한 상황을 표면에 두어 나타냈다. 다른 언어체계는 다른 문화와 습관, 삶의 방식을 낳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같은 언어권의 사람들도 소통 체계의 다름으로서 오는 갈등과 이질감을 보여 준다. 일본 농아소녀 치에코가 그러한 모습으로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