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영화 분석 1960년 작품과 2010년 작품 비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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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5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우리는 경제, 사회, 문화, 가치관, 사고방식 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 1960년의 원작 김기덕 감독의 하녀와 2010년 임상수 감독의 하녀 또한 많이 다르다. 1960년의 중산층은 2010년에 와서는 상류층이 되었고, 예전의 가정적이고 순수했던 남주인공은 뻔뻔하고 오만해졌다. 자기 뱃속의 아기가 죽었기 때문에 주인집 아이들을 죽이고 모두 함께 죽자고 외치던 하녀는 50년 뒤 유아교육 전공의 아이를 아주 사랑하는 순수한 ‘은이‘가 되었다. 영화 ’하녀‘는 전반적인 배경, 등장인물, 성격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임상수 감독 또한 2010년 하녀는 1960년 하녀의 리메이크라기보다 재해석에 가깝다는 의견을 표한바 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현대판에 걸맞게 새로이 진화한 것이다.
이런 많은 변화 중에도 50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할 만큼 달라지지 않은 것을 한 가지 꼽자면 남주인공과 그 아내, 그리고 하녀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조금 더 집중해 보자면 아내의 문제해결에 대한 태도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아내는 하녀의 임신사실을 알고 아무렇지도 않게 낙태를 시키려 한다. 그리고 1960년의 하녀에서는 하녀가 낙태 후 남편과 지속적인 동거를 요구하고, 2010년에서는 하녀가 낙태를 거부하자 두 아내는 하녀까지 죽이려 한다. 낙태를 시키거나 하녀를 죽이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나중에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또 다른, 남편의 상대방을 죽이려고 할까?
아내와 남편, 하녀 세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굳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눈다면 1960년 하녀는 그 관계가 다소 모소할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르고 나서 남편은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결국 아내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로인해 윤리적 비난을 조금이나마 피할만한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2010년 하녀의 훈이는 불륜에 대해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 오히려 자신과 은이의 아이를 낙태시킨 장모와 아내 해라에게 화를 낸다. 이 장면을 통해 2010년 영화 하녀의 가해자는 훈이고, 아내 해라와 하녀 은이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 한다.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하녀를 상영한 후 외신기자들과 외국의 감독, 배우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내용이 ‘한국사회가 아직도 그러한지(영화와 같은지)’하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기존의 결말도 물질문명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결말이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는 그 모든 사건들이 다 신문기사의 내용이었으며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런 일이 자신을 비롯한 우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액자 속 이야기가 단순히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문기사였다는 점에서 그런 일 또한 실제 있었던 일이기에 ‘하녀 사건’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암시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 2010년 하녀의 결말은 ‘하녀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변화가 없는 그저 그런 삶이 이어지는 상류층 사회를 비꼬듯이 묘사하면서 끝이 난다. 결국 60년의 작품 ’하녀‘와 2010년 영화 ’하녀‘에서 그런 어마어마한 문제를 발생시킨 주인공의 가정에는 정작 아무 변화가 없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높아지는 오늘날, 우리는 60년 당시 아내의 해결방법 외에 새로운 방식을 선택할 수는 없을까? 아내 해라는 왜 은이와 함께 남편 훈을 응징하지 못 하는가? 단순히 훈이 상류층이기 때문에 그 상류층에 편승하려는 욕망으로 해라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원작에서 아내는 경제적인 사유에 얽매여 하녀의 요구사항을 들어준다. 하지만 10년의 해라는 훈이 없어도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윤여정이 연기한 병식이란 인물은 초반부에는 훈이 가정의 상류층 사람들을 모시면서 그 자체에 만족을 한다. 상류층 사람들의 인간됨을 부정하면서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런 병식에게 은이는 가치관의 변화를 이끈다. 그리고 기존의 습관과 일상적인 생활에서 뛰쳐나올 용기를 준다.
하지만 정작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 아내는 왜 50년 전이나 후나 똑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는지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남편은 50년 전보다 더 뻔뻔스러워 졌는데도 말이다. 아내도 병식처럼 가식적인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미련 없이 모든 걸 내던지고 그 저택을 나오는 결말이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사회를 더 잘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나 문제해결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흑인이 차별받던 시대,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던 시대에서 흑인 출신 대통령이 선출되고, 여성출신 국가대표가 선출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인식을 바꾸는데 대중매체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한 발 앞서나가는 것이 대중매체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