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튀니지, 프랑시스잠
우리가 갈 수 있는 끝이
여기까지인 게 시시해
소라게처럼 소라게처럼
우리는 각자
경치 좋은 곳에 홀로 서 있는 전망대처럼
높고 외롭지만
그게 다지
우리는 걸었지 돌아보니 발자국은 없었지
기었던 걸까 소라게처럼 소라게
처럼
*
신중해지지 않을게
다만 꽃처럼 향기
곁 촛불 가에서
낡아빠진 구두를 꿰매고 창을 가는 일
조용히 덜거덕거리는 베틀 소리
올빼미와 한밤중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아침이면 따스한 달걀을 거두어들이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담고
마당에 배추와 마늘을 기르는 일,
그리고 영근 배와 파슬리 잎을 따는 일.
(프랑시스잠)
프랑시스잠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문장여화(文章如畵), 글은 그림과 같다고 했던가. 글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 같다. 몇 문장 안 되는 짧은 시 하나를 읽었을 뿐인데, 이렇게 생생한 장면이 그림같이 머릿속에 펼쳐지니 말이다.
백석 시인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는
프랑시스 마쿠앵에 의해 출판되었다(1994). 원서명은 ‘Deux voyages en Core´e’이다. 마쿠앵은 샤를루이스바라(Charle Louis Varat)와 샤이에 롱(Chaille´-Long)의 여행기를 엮어 현 시점에 맞게 주석을 새로이 달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샤를루이스바라(Charle Louis Varat)의 여행기는 그의 생전에 책으로 출판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