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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의 어여쁜 추알(공리 분)은 가난한 죄로 나귀 한마리와 맞바뀌어 50이 넘도록 독신으로 있는 양조장 주인인 리서방에게 팔려간다. 사랑도 모르고, 남편의 얼굴은 더더구나 모르는 채 가마를 타고 신랑집으로 향한다. 흔들거리는 가마 문틈으로 보이는 츄알의 가죽신에 가마를 맨 유이찬아오는 눈을 뗄 줄 모른다. 가차없이 내리쬐는 햇볕으로 가마꾼들의 벗은 상체가 번들거린다. 유이찬아오의 우람한 몸을 보면서 추알은 야릇한 흥분을 느낀다. 드디어 산행길에 올라 친정으로 가던 날, 젊은이들은 붉은 수수밭에서 뜨겁게 맺어진다. 남편이 살해되는 바람에 과부가 된 추알이 혼자 힘으로 양조장을 재건한다. 친정에 가는 날 수수밭에서 그녀를 범한 유이찬아오는 그녀와 동침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떠벌려 그녀를 괴롭히고 새로 빚은 고량주에 오줌을 누는 등 말썽을 피운다. 그리고 추알을 덮석 안아들고 자신이 주인이라고 안채로 들어간다. 그런데 유이찬아오가 오줌을 눈 고량주는 어느 해보다 맛있는 고량주가 돼 18리 고량주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유이찬아오가 추알의 남편으로 양조장을 돌보게 된 뒤 양조장에 가장 나이많은 일꾼인 라호안이 사라진다. 그로부터 9년 후 마을의 평화는 들이닥친 일본군에 의해 깨지고 만다. 수수밭은 군영도로를 만들기 위해 베어지고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던 라호안은 산 채로 잡혀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 끝에 죽고 만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고량주에 불을 붙여 기관포를 앞세운 일본군과 싸운다. 전투 중에 추알이 일본군의 기관총 세례 아래 쓰러진다. 뒤늦게 터진 폭탄으로 수수밭은 온통 화염에 쌓인다. 삽시간에 수수밭은 피로 물들고 대지 위에 불사조처럼 유이찬아오 부자가 우뚝 선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피덩이 같은 붉은 해가 이글거린다
붉은 수수밭(紅高梁)
이 영화는 전 세계가 신중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기폭제가 됐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던 전세계 영화 팬 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알기 쉬운 이야기 구조, 와이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색채와 대담한 화면 구성, 중국의 토속적인 음악, 중국 특유의 풍경을 살린 배경 등 기존 영화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원작은 莫言(모우 이엔)의 중편 소설이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다. 줄거리나 주제가 다른 것이 아니다. 사건의 전개과정과 알리고자 하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활자와 영상의 차이는 엄연하다. 소설에서는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바라 다 보는 중국의 들판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공업화의 물결을 이야기하는 외피에 쌓여있는 본능적이며, 야성적인, 그리고 원색적인인간군상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마치 예술영화인양, 심리극인양 꾸며보았지만 소설에서 느끼는 등장인물의 감각은 오로지 공리의 혁명적 新 여성, 강문의 좌충우돌하는 영웅담으로 변해버렸다. 예를 들면 강문은 소설에서는 공산세력의 지도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강문은 목숨걸고 일본군을 무찌르는 인물로 등장한다. 즉 영화는 이데올로기보다는 오래된 수호지 스타일의 의리와 활극, 협객물로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데, 가마 꾼 들이 신부를 데리고 오면서 피리를 불고 북을 둥둥거려 흥을 돋구는 장면은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또한 장예모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스크린을 채워 원색에 의한 강렬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정치적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30년대 중국 좌파 영화가 그랬듯이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가부장제로부터의 여성 해방, 육체의 해방을 이야기한다. 반일 항쟁의 이야기가 정치적 영화처럼 보이긴 하지만 주인공인 공리는 전해의 전통적 여인상에서 벗어나 있다. 공리는 여기서 양조장 주인이 살해당한 이 후 양조장을 이끌어 가는 가장이 되며 복수를 이끄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즉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능동적인 여인상을 보여 주고 있다. 대부분 웃옷을 벗고 등장하는 양조장 일꾼들의 모습은 도덕적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은 일본군의 제복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이 영화는 비정치적이면서도 역사의 흔적이 배어있고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전통적이다. 이렇게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은 더욱 돋보인다.
일면 30년대 중국의 좌파영화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30년대 중국의 좌파영화가 주로 그랬듯이 이 작품은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 가부장제로부터의 여성해방, 육체의 해방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일항쟁의 이야기는 다소 도식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주얼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연관 지어 보면 달리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중국 특유의 원색적인 붉은 빛을 주조로 하여 십팔리 고개 넘어 한 양조장을 경영하는 나병환자 리씨에게 나귀와 맞바꿔 팔려간 한 여인이 겪는 운명을 그린 영화다. 빈농에서 태어난 쥬알(공리)의 기구한 생애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기까지 광활한 수수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이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 쥬알이 아버지에 의해 50세 넘은 리씨에게 시집가는 모습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난다.
동양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런 남존여비 사상 때문에 고통 받는 여성들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귀주이야기 / 1992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이다. 추국 이라는 한 농촌 가정의 아낙이 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을 주제 삼아 이야기를 펼쳐 가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중국의 봉건 시대적 잔재를 비판하던 과 같은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촌락 내에서 있었던 사건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하였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나마 중국의 현실을 아주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촌락 내의 갈등원인이나 그 해결 방식, 남녀의 대립관계, 갈등 해소에 있어서 국가 기구의 역할, 도시와 농촌의 차이, 촌락 사회의 남녀아이에 대한 태도 등 현재의 중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모든 모습들이 영화 전편에 흐르고 있다. 그리고 는 명백히 장예모의 최고 걸작으로 불릴 만한 생명력을 성취한 작품이자 성숙한 시기에로 진입하기 위한 결별이다. 화면은 농염하게 타오르는 붉은 색이 아니라 마을의 생업을 이어주는 고추더미의 붉은 빛으로 채워지며, 형식화된 전통적 동선을 따라 움직이던 배우들은 자유를 되찾고, 중국의 역사, 정치를 비극의 틀로 바라보던 장예모는 코미디의 활력 속에서 민중적 낙관주의에 다다른다.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한 리얼리즘의 미학을 체득한 장예모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인생 / 1994
장이모 감독의 "인생"은 중국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역사가 한 개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