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훔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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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서재 훔쳐보기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서재 훔쳐보기
반 쯤 열린 문
그 안쪽으로 보이는 방에는 벽면을 메우는 책장과 거기에 한가득 꽂혀 있는 책들
제목은 보이지 않는 책들은 수학의 정석을 비롯한 수학 관련 문제집들, 물리학, 천문학, 역사 관련 서적, 일반 소설, 셰익스피어의 원서, 동화책들, 클래식 관련 서적 및 각종 악보들
바닥에 살짝 보이는 비올라 케이스
우리나라의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지식인의 서재’ 라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존경하고, 닮고 싶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 그 분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사람의 서재는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것은 물론 나에게도 해당되기에 나를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한 컷의 이미지로 우리집의 서재를 선택했다. 서재는 사전적으로 ’서적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나는 서재를 단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이외에도 악기를 연주하거나 사색을 하는 곳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상 잠자는 것을 제한 나의 거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 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그 곳에는 나를 알게 해 줄 많은 정보가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친구를 사귀다 보면 취향이나 스타일이 뚜렷하여 색깔이 분명한 아이들이 있는 반면 특별히 머릿속에 뚜렷한 키워드가 떠오르지는 않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친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성격에 사람들 사이에서 튀려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 섞이기를 선호하고, 시종일관 ‘쿨’한 표정을 가장하고 있는 것이 가깝지 않는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기에 친하지 않았을 때는 나를 조금쯤 ‘시크’한 아이로 생각했다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잘 노출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비밀로 가득한 방의 문틈 사이로 살짝 엿보는 것과 비슷하다 여겨 나는 살짝 열린 문을 통해 나의 많은 부분을 알게 해 줄 서재를 ‘훔쳐보는’ 형식의 사진을 선택했다.
이제 우선 서재에 있는 내 책들의 분류를 간단히 말해보면, 수학 관련 문제집들, 물리학과 우주천문학 역사 관련 서적, 일반 소설, 셰익스피어 원서, 동화책들, 클래식 관련 서적 그리고 악보들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전공조차 짐작하기가 힘들 것 같은 일관성 없는 목록이지만 이보다 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일견 취향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나의 책들은 크게 순수학문과 예술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수학, 물리학, 천문학, 역사, 문학은 모두 순수학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학문들이고 클래식 관련 서적과 악보들은 분명 예술 관련 책이다.
내가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내가 선택을 ‘해서’ 라기보다는 ‘당해서’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이보다 내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 2 전공은 물리학을 할까 하고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나는 아빠가 ‘너는 왜 돈 안되는 것들만 그렇게 좋아하냐’고 역정을 내실 정도로 정말 일관되게 순수학문만을 고집해왔다. 대학(大學)에 왔으면 큰 배움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 신념에서, 실용학문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학문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학과의 공부는 도저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학문이라고 인정할 수만 있다면 그 것이 이과인지 문과인지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음악에 관련된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서재의 다른 측면 ‘예술’ 분야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클래식을 들어왔고 피아노, 플릇, 바이올린에 이어 현재는 비올라까지 배우고 있는 나는 음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진심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하지만 이 시점에 잠시 위의 책 분류로 돌아가 ‘동화책’에 집중해보자. 동화책은 사실 문학에 대한 관심의 일종이라기 보다는 내가 꿈꾸는 그 모든 것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제2전공으로 물리학을 하고 졸업 후에는 예술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꿈에서나 이뤄질법한 인생이다. 내가 아직도 동화책을 품고 사는 것은 동화같은 세상, 동화같은 인생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저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을 외면하고 모든 동화가 그렇듯이 내 인생도 ‘happily ever after’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른들이 아무리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게 인생이라고 말해도 내가 봤을 때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인문학도라고 마냥 꿈만 꾸고 살 수는 없겠지만 정해진 길이 없는 만큼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인문학도의 특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