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의 유물론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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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마주침의 유물론에 대한 소고小考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마주침의 유물론에 대한 소고(小考)
Porpirion
1. 현대 철학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 철학사를 양분하는 개념쌍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우발성(contingency)’과 ‘필연성(necessity)’이다. “contingency”라는 말은 “contact” 즉 “만나다”나 “접촉하다”는 말과 동일한 어원을 가진다. 그래서 우발성이란 표현은 두 가지 사건이 우연적으로 조우한다는 것을 긍정하는 표현이다. 일체의 다른 목적이나 필연성 없이, 일체의 다른 ‘매개’없이 두 사건이 만났을 때, 우리는 이런 사태를 ‘우발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필연성은 이러한 두 가지 사건이 만났을 때, 비록 겉으로는 우연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떤 모종의 질서(order)나 목적(purpose)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2. 우발성을 가장 탁월하게 숙고했던 철학자가 바로 루이 알튀세르(L. Althusser)이다. 그의 지적 여정은 정신병 발작으로 아내를 교살한 비극적 사건 이후에도 계속된다. 동료와 공산당원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했던 탓에 알튀세르의 의 후기 사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후기 철학은「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Le courant souterrain du materialisme de la recontre)」이란 논문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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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그러니 우선 이 책이 그저 비에 관한 책이 되기를.
말브랑슈는 “왜 바다에, 큰 길에, 해변의 모래사장에 비가 오는지”를 자문했었다. 다른 곳에서는 농토를 적셔주는 이 하늘의 물이, 바닷물에 대해서는 더해주는 것이 없으며 도로와 해변에서도 곧 사라져버리기에.
그러나 하늘이 도운 다행한 비이든 반대로 불행한 비이든 이런 비가 문제인 것이 아니리라. 그와 전혀 달리 이 책은 유다른 비에 대한 것, 철학사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 진술하자마자 즉각 반박되고 억압된 심오한 주제에 관한 것, 허공 속에서 평행으로 내리는 에피쿠로스(Epicuros)의 원자적 ‘비’, 그리고 마키아벨리(N. Machiavelli), 홉스(T. Hobbs), 루소(J. Rousseau), 맑스(K. Marx), 하이데거(M. Heidegger) 또 데리다(J, Derrida)와 같은 이들에게서 보이는, 스피노자(B. Spinoza)의 무한한 속성들의 평행이라는 ‘비’에 대한 것이다.(「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
3. 특이하게도 글의 시작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문장이 아닌 기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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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호는 비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무의미’, 의미의 ‘공백’을 발견하게 한다. 농토에 내리는 비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환경조건이라는 의미(sense)가 있을 것이다. 비에는 그것이 내리는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스팔트 위로 그냥 떨어져 내릴 뿐인 빗줄기, 바다 속으로 흔적도 없이 녹아드는 빗방울에서 우리는 무심히 이어지는 점들의 연쇄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무의미를 느끼게 된다.
4. 알튀세르는 인간이 생각해내고 또 인간을 지배해 온 모든 의미가 기본적으로 비와 어떤 장소의 만남과 같은 무의미 속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필연성이나 목적은 무의미가 전제되어야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양철학사에 대한 독창적 검토를 통해 자신의 동지들을 찾아낸다. 에피쿠로스, 루크레티우스(Lucretius), 마키아벨리, 홉스, 스피노자, 루소, 맑스, 하이데거, 데리다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당시까지만 해도 변방의 철학자나 비주류로 분류되어 진지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알튀세르는 이런 사유의 흐름을 발굴하여 마침내 ‘마주침의 유물론(materialisme de la recontre)’이란 이름을 붙인다. 그가 마주침의 유물론의 시초로 여기는 철학자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인 에피쿠로스이다.
에피쿠로스는 세계 형성 이전에 무수한 원자가 허공 속에서 평행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원자는 항상 떨어진다. 이는 세계가 있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동시에 세계의 모든 요소는 어떤 세계도 있기 이전인 영원한 과거로부터 실존했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는 또한 세계의 형성 이전에는 어떤 의미(Sense)도 또 어떤 원인(Cause)도 어떤 목적(Fin)도, 어떤 근거(Raison)나 부조리(Deraison)도 실존하지 않았다는 것을 함축한다. 의미가 앞서 있지 않다는 비선재성(非先在性)은 에피쿠로스의 기본적인 테제이며, 이점에서 그는 플라톤에도 아리스토텔레스에도 대립한다. 클리나멘(Clinamen)이 돌발한다. … 클리나멘은 무한히 작은, ‘최대한으로 작은 편의(偏倚, 기울어짐)’로서 어디서,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모르는데, 허공에서 한 원자로 하여금 수직으로 낙하하다가 ‘빗나가도록’, 그리고 한 지점에서 평행 낙하를 극히 미세하게 교란시킴으로써 가까운 원자와 마주치도록, 그리고 이 마주침이 또 다른 마주침을 유발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하나의 세계가, 즉 연쇄적으로 최초의 편의와 최초의 마주침을 유발하는 일군의 원자들의 집합이 탄생한다.(「마주침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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