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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히 “따르는 것” 이상으로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현상을 뒷받침 하듯, 팬덤(Fandom) 현상 스타를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보려는 팬들의 문화를 의미하며 수용자가 주체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라는 말도 나왔을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연예인이란 연예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수용자를 수동적으로 생각하던 스타덤(Stardom)에서 좀 더 수용자를 적극적인 존재로 파악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단순히 미디어나 문화 생산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텍스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들에 대해 팬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한 신인가수의 응원 풍선 색 최근 가요 프로그램 등에서 팬클럽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동일한 풍선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기그룹 신화의 풍선색은 주황색이며, 신화의 팬클럽들은 모든 가요프로그램에 갈 때마다 주황색 풍선을 준비한다. 여기서 예로 든 S.E.S의 풍선색은 보라색이었다.
이 보라색으로 결정되자, S.E.S의 한 팬이 이 신인가수의 기획사로 풍선 색을 다른 색으로 바꾸라는 항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렇게 팬들이 적극성을 띄자, 기획사들은 이러한 팬덤 현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가수의 신곡의 가사를 공모한다던가, 새 앨범의 타이틀곡을 팬들이 직접 고르게 한다던지 하는 기획들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그런 한 편으로 이러한 문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큰 것이 사실이다. 때때로 지나치게 열성적인 팬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자신들의 의견과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는 방송사나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팬픽(Fanfic) ‘팬(fan)과 픽션(fiction·소설)의 합성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
은 팬덤 현상 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청소년 계층에서 폭넓게, 그리고 긴 시간 공유되어 왔다. 이러한 팬픽은 그 형태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인터넷 소설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을 창작물-특히 아마추어의 소설에 있어-의 발표 공간으로 이용한 것은 팬픽이 훨씬 앞선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팬픽은 단순히 연예인의 팬들로부터 한정되어 나온 것은 아니다. 1997년 10월 27일 문화일보의 한 기사는 인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팬들이 적극적으로 줄거리를 제안하고 또는 새롭게 창조해내는 현상에 대해 다루었다. 이처럼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영화, 비디오게임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이른바 RPG(Role Playing Game -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 내용을 이끌어가는 게임) 장르의 경우. 대표적인 예는 스퀘어 사의 Final Fantasy 시리즈다.
등의 팬들이 새롭게 내용을 창조해 PC통신이나 팬클럽 회지를 통해 공유하던 팬픽은 시간이 흐르면서 ‘연예인들을 그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라는 장르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팬픽은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졌고, H.O.T.를 모티브로 한 무협 팬픽, 『협객기』는 실제로 출판되기도 했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컨텐츠적 측면이다. 단순히 잘생기거나 예쁜 연예인이 허구의 인물로 재가공되어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연예인 그룹 내의 멤버들끼리 사랑을 나누는, 다시 말해 동성애를 다룬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팬픽을 통해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넘어 환상을 품을 수 있는 소지도 다분하며,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 ‘팬픽 이반’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게 되었다. ‘팬픽 이반’이란 팬픽을 많이 읽은 탓에 주인공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기 자신을 동성애자로 착각하고 행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다소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신조어다. 실제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팬픽 이반’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전문가들이나 미디어는 무분별한 팬픽이 청소년 동성애자를 양산하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우리의 인지적인 세트는 경험에 기초해 생성되며 이러한 세트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이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어떠한 인격을 가졌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해 믿도록 한다(Thomas F. MaderDiane C. Mader, 1993, 44쪽).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동성애를 다룬 팬픽을 읽는다는 경험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동성애에 대한 어떠한 예측을 하게끔 만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디어나 전문가들이 말하듯 팬픽을 읽는 행위가 긍정적으로, 호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실제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동성애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논의는 바로 ‘청소년만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 팬픽문화가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동성애라는 사회적 쟁점을 받아들이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라는 질문에 기초하고 있으며, ‘팬픽’의 담론 분석을 통해 여기에 내포된 사회적, 집단적 의미들을 분석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 10대 동성애의 두 얼굴(2002년 10월 26일 방영)’, 각종 신문들을 통해 제시된 미디어의 담론의 분석과 실제 청소년들과의 설문조사 분석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2. 팬픽이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팬픽의 담론 분석에 앞서서 팬픽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팬픽은 어떠한 맥락에 의하여 형성되어 왔는지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팬픽의 정의와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하여 다루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