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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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리진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리진
1. 들어가며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을 읽고 있었다. 과제 제출 목적으로 잡은 책이 아니라 편하게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있었지만 쉽게 책장이 넘겨지지가 않았다. 읽다 다시 되돌아가길 반복하며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글쓰기를 알아보려 애쓰던 중이었다. 그러다 리진을 만났다. 도서관 서가에 서서 1시간은 족히 읽어 내려 갔던 것 같다. 작가의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애쓰며 읽었던 젊은 날의 초상과는 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책 속으로 빨려 들게 하는 소설이 있다. 신경숙의 리진이 그러했다. 하지만 리진을 쓴 신경숙은 지난 날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으면서 느껴지던 신경숙과는 조금 달랐다. 풍금이 있던 자리의 소설이 내면의 흐름을 깊이 있게 서술하는 경우였다면 리진은 너무나 그 속을 감추어서 오히려 독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것 같았다. 명성황후의 시해 장면에서도 리진이 애도의 뜻으로 왕비를 따라 죽음을 선택했지만 그 애도는 리진의 것이 아니라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애도로 독자의 몫으로 만들어 버렸다. 신경숙은 리진이 역사소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신경숙은 리진의 눈을 통해 무너지는 조선의 모습과 혼란스러웠던 시대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었을 명성왕후에 대한 연민을 리진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시켰다. 리진은 실존 인물이다. 조선의 궁중무희였고 궁녀였으며 프랑스 외교관 콜랭을 따라 최초로 유럽으로 간 조선의 궁녀였다. 작가는 리진을 소설로 만들기 위해 프랑스로 갔고 콜랭의 고향인 플랑시 마을과 루브르 박물관, 센 강등에서 리진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리진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 때부터 리진은 작가의 상상 속에서, 무너지는 조선의 역사와 근대 사회인 프랑스를 배경으로 리진이 만들어졌다.
2. 리진
이야기의 시작은 매력적인 조선의 여인이 물결치는 듯한 연푸른 드레스 차림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서 있는 것에서부터 전개된다. 무슨 이유로 검은 머리의 조선 여인이 드레스 차림으로 프랑스로 떠나는 배에 오르는 것일까? 처음부터 작가는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그녀가 조선의 궁중무희 리진이다. 어린 나인 시절부터 왕비의 특별한 총애를 받으며 아름답게 성장한 리진.
어떤 눈 속엔 운명이 담겨있다. 콜랭과 마찬가지로 동시에 뒤를 돌아다보고 있던 궁녀의 눈과 콜랭의 눈이 한순간 마주쳤다. 궁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콜랭은 서 있는 그 자리에 붙박이는 듯했다.
-봉주르
콜랭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검은 눈의 궁녀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프랑스어로 인사를 했다.
-봉주르
콜랭은 리진에게 첫눈에 반해 왕의 여자인 궁녀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왕 앞에서 말을 한다. 금지된 사랑이다. 사랑의 열정은 언제나 금지가 있는 곳에서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콜랭의 무모하면서도 일방적인 사랑이 이루어 질 수 있었든 건 순전히 왕비의 질투 때문이었다. 아름답게 성장한 리진에게 왕의 시선이 머물기 시작하자 왕비는 “너와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인연이고 싶지 않구나”라며 리진을 콜랭에게 보낸다. 프랑스로 간 그녀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세계의 여러 유물들을 보며 힘이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조선을 생각한다. 조선을 사랑하고 왕비를 어머니같이 여기면서도 그 곁에 있지 못하고 프랑스로 온 자신을 생각하며 나는 누구일까요?라는 물음도 함께 던진다. 모든 이름 속에는 그 이름을 지닌 존재의 성품이 숨어 살고 있다. 리진을 두고 서씨는 애기야 강연은 은방울, 방 동무 소이는 진진, 그리고 왕비는 서나인이라 불렀다. 이 많은 이름 중에서 리진은 무엇으로 살길 원했을까? 아니 어떤 이름으로 살았으면 가장 행복한 리진이 되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프랑스에서의 리진은 근대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이를 유산 한 이후 리진은 몽유증세가 나타난다. 새벽에 맨발로 나와 자신도 모르게 춘앵무를 추는 리진을 보며 콜랭은 리진을 다시 조선으로 데리고 간다. 리진을 조선으로 데리고 간 이유는 리진의 몽유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지만 콜랭의 사랑이 끝이 났음을 말하고 있다.
나인과 상궁들 속에 섞여 칼등으로 얻어 맞고 발길에 걷어차이고 내던져지며 리진도 정신없이 무리의 뒤를 따랐다. 무사하소서, 무사하소서- 리진은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고 눈을 부릅떴다 왕비를 끝까지 뒤따르던 서상궁의 등에 칼이 꽂혔다. 그 칼이 다시 장안당 뜰에 넘어진 왕비의 가슴에 서슴없이 내리꽂히는 순간 움직임이 멈춰버린 리진의 검은 눈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 사 하 소 서, 무사하소서라며 뛰어가는 리진을 보면서 왕비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가 왕비를 살려 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부모의 얼굴도 기억 못하는 리진에게 왕비는 어머니같은 존재로 왕비에게 리진은 딸같은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어린 나인 시절 입안 가득 배를 긁어 넣어 주며 맛있느냐 묻는 왕비를 눈물어린 눈으로 받아 먹으며 어머니를 생각했든 리진이었다. 콜랭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도 왕비의 의중을 알고부터였고 프랑스의 근대문명을 보며 왕비에게 전할 서찰을 꼼꼼히 써내려 간 것도 조선을 생각하는 왕비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였다. 왕비에 대한 리진의 마음이 전해져서였을까 리진의 시선으로 나타 난 명성황후의 시해 장면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아픔은 리진을 읽었던 모든 독자들이 똑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왕비가 죽자 리진은 아무도 없는 교태전에 들어가 사흘 밤낮을 교태전 이곳저곳을 만지며 다닌다. 그리곤 어릴 적 블랑주교에게 받은 불한사전에 독을 묻혀 놓고 그것을 한 장 한 장 먹으며 죽는다. 하필이면 불한사전을 선택했을까?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이 좀 달라졌을까? 그러한 마음에 리진은 죽음의 선택으로 불한사전을 택한 것일까? 소설 속 리진이 아니라 진짜 리진을 만나고 싶다.
3. 마치며
과제 제출이 촉박한 시간에 두 권짜리 장편 소설을 집어 든 것을 후회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다. 보통 역사적인 면을 다루고 궁궐을 배경으로 다루어지는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가 왕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조선의 궁녀의 이야기였으며 사실이 밑바탕이 된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에 더 궁금증이 일었든 것 같다. 전반부까지만 해도 나는 리진과 콜랭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가 될까라는 궁금함으로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냥 구경거리의 로맨스만 서술하진 않았다. 리진이 끝까지 사랑한 조선과 왕비를 생각하게 했고 배꽃 같은 그녀를 사랑한 강연과 홍종우 콜랭의 사랑을 가늠해 보며 ‘현실 앞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라는 내 개인적인 사랑론에 한층 더 근거를 마련해 주기도 한 소설이다. 따뜻한 도서관 창가에 앉아 몇 시간을 리진만 보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독자에게 눈물을 요구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난 리진을 들고 다닌 시간 내내 울 곳을 찾아 다닌 듯도 하다. 리진이 가장 사랑한 왕비의 아픔을, 그 아픔을 보고도 어찌해주지 못하는 리진의 마음이 느껴져서 였는지 아니면 지키지 못 할 약속들과 함께 끝내는 리진을 다시 조선에 내려 놓았던 변한 콜랭의 사랑 때문이었지 악공 강연의 표현하지 못한 사랑 때문이었는지 아프게 역사를 마무리한 조선 때문이었는지 무엇이 나를 그렇게 먹먹한 느낌으로 서성거리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면 다시 리진을 들고 도서관으로 가 볼 생각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리진을 만나볼까 한다. 따뜻한 햇볕 속에서 막힘 없이 읽혀내려 갈 만한 책을 고르는 손이 있다면 조선의 궁중무희 리진을 꼭 만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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