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민촌

 1  독후감 -   민촌 -1
 2  독후감 -   민촌 -2
 3  독후감 -   민촌 -3
※ 미리보기 이미지는 최대 20페이지까지만 지원합니다.
  • 분야
  • 등록일
  • 페이지/형식
  • 구매가격
  • 적립금
자료 다운로드  네이버 로그인
소개글
독후감 - 민촌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민촌
인간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꼽는 것이 바로 ‘부(富)’이다. 우리 민족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교에서는 ‘부(富)’를 인간의 다섯 가지 복(福) 중 하나라고 말한다. 부가 행복의 결정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1920년대 근대소설은 ‘부(富)’와는 거리가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다수이다. 이기영의 「민촌(民村)」역시 가난 때문에 딸을 양반의 첩으로 팔 수 밖에 없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 속에서 양반, ‘박주사 아들’에게 팔려 가는 ‘점순이’는 김첨지 댁 외동딸로 생기있고 상냥한 열여섯 소녀이다. 그 또래 여느 아이들처럼 점순이도 동갑내기 친구인 순영이와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고, ‘서울댁 양반’과의 소박한 사랑에 가슴 설레어하는 소녀였다.
점순이네가 살고있는 향교말은 원래 상놈들만 사는 민촌으로 유명한 곳인데, 양반들의 논 마지기를 얻어부쳐 입에 풀칠하고 사는 집들이 많았다. 점순이네도 박주사집 논 댓 마지기를 얻어지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었다. 그나마 그것조차 물난리 통에 모두 떠내려가 가을이 되어도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음력 칠월에 접어들자 집안에 양식이 떨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첨지 마저 병을 얻어 드러눕고 말았다. 약을 써볼 돈 한푼 없고 미음 한 그릇을 쑬 거리가 없자 점순이 모친은 생각다 못해 박주사 아들한테 벼 한섬을 얻으러 간다. 뜻밖에 박주사 아들이 그 청을 선선히 들어주며, 부족하거든 두 섬이라도 갖다 먹으라고 호의를 베푼다. 대신 점순이를 자신의 첩으로 보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첨지는 충격으로 병세가 더욱 악화되고, 점순이의 오빠 점동이는 울분에 떨며 자신이 가족들 모두 벌어먹일 것이라며 굳은 목소리를 토해낸다. 마을 사람들도 점순이네를 구제하기 위해 십시일반 자신들의 것을 나누어 보탠다. 하지만 가난구제는 나라에서도 못한다고 했던가, 점순이집 가세는 날이 갈수록 기울기만 한다. 이러한 집안 처지를 모두 알고 있는 점순이는 자신의 처신에 대한 마음을 굳히고 박주사의 첩으로 들어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몸져누운 아버지에게 미음 한 그릇 쑬 거리가 없는 집안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소설은 점순이가 박주사 아들의 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가난한 그들에게는 이 상황을 벗어날 그 어떤 희망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가난’이라는 문제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언제나 함께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최근 산업화 사회를 지나며 먹고사는 문제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 처럼 보이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함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1920년대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하였을까. 이기영의 「민촌」은 그 시대 농촌의 삶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으며 그 속에 내재한 계급의 모순과 그것이 가져오는 삶의 애환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일제 강점기, 1920년대 우리나라는 마치 오랜 가뭄으로 메마르고 갈라진 논바닥처럼 황폐하고 기근이 만연한 땅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매일 같이 열심히 일하고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대의 지주 계급은 구시대의 양반을 중심으로 식민지 지배체제와 밀착된 친일 지주들이었다. 그들의 횡포, 그리고 소작 농민들의 궁핍한 삶을 통하여 우리농촌의 현실적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기영은 1920년대 한국의 삶의 문제성을 식민지 시대 농촌의 현실에서 찾고자 하였다. 식민지 지배하에서 빈곤을 면치 못하는 농민들의 고통과 절망적인 삶의 묘사는 그런 작가의 의식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가난 속에서도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농민들의 체념적인 삶의 태도는 각성된 지식인에 의해 거부된다. 소설속에서 서울댁 양반을 소위 ‘가진 자’들의 횡포를 폭로하면서 여전히 우리사회가 봉건적 지배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집안의 급속한 몰락 속에 유소년기를 보낸 이기영은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작품 속에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낮에는 햇빛 밑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달 아래서 하루의 피곤한 몸을 쉬는 천만 사람이 다같이 일해서 먹고 사는 세상이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라고 부르짓는 서울댁 양반의 목소리는 훗날 결연히 북쪽을 택했던 이기영의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다.
1920년대 우리나라 농촌현실을 그린 이기영의 「민촌」을 통하여 인간의 삶 속에서 ‘가난’이라는 문제가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는지 대하여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본고를 쓰고 있는 본인의 경험과 1920년대 소설 속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하였을 때 인간은 가난이라는 굴레 안에서 벗어나기 힘든 존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면서도 환경에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과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불완전하고 연약한 존재인가. 소설 속에서 점순이가 돈에 팔려 박주사 아들의 첩으로 가는 일은 한 인간의 인권을 무시한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점순이네 가족들과 향교말 사람들, 그리고 박주사 아들조차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점순이가 박주사 아들이 보낸 가마를 탈 때에는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 가난 앞에서 그들의 이성은 그저 초라한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었다. 가난한 현실을 극복할 대안이 없는 그들은 눈뜬 장님이 되어 그 상황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힘은 벼 두 섬 값만 못하였다. 부친의 실성과 모친의 기절과 오빠의 울음과 또한 서울댁의 무서운 눈도 벼 두 섬의 힘만은 못하였다. 부모의 사랑과, 형제의 우애와, 서울댁의 순결한 사랑의 힘도 벼 두 섬의 힘만은 못하였다. 벼 두 섬은 부친을 미치게 하고 딸의 가슴에 못을 박고 모친을, 오빠를 영원히 슬프게 하고도 남았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귀엽게 길러온 부모의 사랑도, 동기간의 따뜻한 우애도, 또한 인간의 행복아 어서 오너라 하고 동경(憧憬)하고 바라던 처녀의 꽃다운 희망도, 이 벼 두 섬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이 물거품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열여섯 살이나 먹도록 곱게곱게 키워 놓은 남의 외동딸을 박주사 아들은 다만 벼 두 섬으로 뺏어갈 수 있었다. 아! 그러나 벼 두 섬 값은 대체 얼마나 되는가? 점순이는 이 벼 두 섬에 팔리어서 지금 박주사 아들집으로 가마에 실려갔다.
가난한 현실 앞에서 “벼 두 섬의 힘”은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갈 만큼의 힘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