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혈서
분야
hwp1. 작가 소개
줄거리에 앞서 손창섭 작가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손창섭은 195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황폐화되고 불구화된 전후 상황 속에서 개인의 삶의 무의미에 대한 가치부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인물들과 풍자의식과 허무주의적 색채가 그의 작품을 나타내는 특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육체적, 정신적 불구자이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이며 그들의 행위는 무의미합니다.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했던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지금까지는 은폐되었던 인간의 무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초기작에 해당하는 비오는 날, 생활적, 미해결의 장 등은 한국전쟁의 충격으로 왜곡된 한국 현실과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구 상태를 압축하여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편 시작도 종말도 없이 시간을 무의미의 반복으로 보는 의식, 해결 없는 결말 구조가 나타나는 데 이것은 삶은 허무하며 행위는 무의미한 것이라는 의식과 관련을 가지는 것입니다. 인간의 무의미와 환멸이라는 관념을 앞세움으로써 손창섭의 소설 역시 1950년대 문학이 전반적으로 나타내는 ‘추상적 무시간성’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손창섭 [孫昌涉]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참고
2. 혈서 줄거리
작품 혈서는 사회에서 소외된 비정상적 인간들의 병적인 도착심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달수와 준석, 창애는 규홍의 하숙비를 뜯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본래 이 집 주인은 창애의 아버지 박 노인이지만, 행상 때문에 늘 집을 비웁니다. 달수는 직업을 구하기 위하여 매일 거리를 쏘다니다가 밤이 되어서야 들어옵니다. 준석은 달수만 보면 공연히 시비를 겁니다. 세 사람은 만나면 창애 신랑감 문제로 토론을 펼칩니다. 준석은 규홍을 후보자로 추천하는데, 위선자 준석은 어느 겨울 밤 창애 방에 침입하여 육체관계를 맺고 창애를 임신시킵니다. 이 사실을 달수가 폭로하자 준석은 앙갚음으로 병역기피자가 아니면 혈서를 써보이라고 강요합니다. 도마 위에 놓인 달수의 손가락을 칼로 내리친 준석은 도망을 치고 맙니다.
3. 혈서 작품분석
이 소설은 인간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전후(戰後) 젊은이들의 절망적인 삶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전후소설입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따라지(원래 노름판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노름판에서 따라지는 결코 행운을 잡을 수 없다.) 인생, 즉 가난한 하층민으로서 현실에서의 아웃사이더(이방인)에 속하는 인물들에 대한 문학적 고찰인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의 묘미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가를 화두로 하여, 일자리 찾기에 실패한 인물이 도달하는 어떤 정신의 극점을 보여 준다는 데 있습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달수와 규홍은, 현재의 결핍을 넘어서 보다 바람직한 삶을 모색하는 상승 지향적 욕망을 지닌다는 점에서 동질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 인물(달수, 규홍, 준석)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물론 준석은 냉소와 비판이지만, 그의 냉소적 비판이 그의 삶을 유지시키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삶은 결국 무의미한 혈서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삶의 전망이 부재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손창섭의 인물들은 이렇듯 사회적 원인에 의해 상처받고 병든 전망이 부재한 사회를 살아가는 자들인 것입니다.
또한 손창섭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진지함’이라는 형식 자체입니다. 그는 이 ‘진지함’을 조롱하며, 규홍과 달수와 준석의 진지함은, 실상 자기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디서 왔는가를 알지 못하는, 혹은 일부러 은폐시키고 있는 어리석은 ‘진지함’ 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이렇게 한국전쟁이 몰고 온 여파, 즉 허무주의와 퇴폐와 자조가 뒤섞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비리와 부정, 그리고 위선 등이 만연해 있었고 이에 따라서 인간의 비속화와 인간성 상실이 크게 대두되었습니다. 문학작품들 속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나게 되었고, 특히 손창섭의 작품에서 매우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