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의 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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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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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신용목의 시 비평
들어가며
이제 놀라지 않는다. 신용목의 시가 무엇으로 정의된다고 하더라도. 시는 혈관을 타고 오는 것들처럼 어느새 몸 속 깊이 있는 것이며, 맴돌고 다시 멀어지는 것이다. 멀어져도 결국 몸속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신용목의 언어는 야구로 치면 직구라기 보단 빙 도는 커브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시인들이 구사하는 언어 체계가 다분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무의미한 말일지라도, 그가 아주 유니크한 구질을 가진 투수라는 점을 높게 사야 할 것이다. 신용목의 언어는 비유적이지만 시의 본체를 명확하게 만드는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 언어와 시, 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낙차는 독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천천히 날아간다. 조급하게 더 읽으려 하다가는 시의 본질을 미처 살피지 못 할 것이며, 서투르게 덜 읽으려 하다가는 시의 재미를 놓치고 말 것이다. 고로 이 시는 말해진 절반만을 읽어야 한다.
놀랍지 않게 보기
이제 놀라지 않는다
새가 실수로 하늘의 푸른 살을 찢고 들어간다 해도
새가 하늘을 찢고 들어간다. 나무들은 공원 새들을 모조리 내던진다. 집으로 간다. 달빛은 청춘의 얼굴로 돌아간다. 이 시는 이와 같이 감속적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 「절반만 말해진 거짓」 속의 시간과 공간은 상상되는 것이며, 이미 일어난 것이고, 서서히 멎어가며 시인에 의해 다뤄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크로노토프(Chronotope)적 정체는 풍경을 느리게 만들고, 언어를 차분하게 하며, 운동감을 앗아간다. 운동성 없는 묘사들이 단순히 시의 형성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간주한다면 그것은 다소 폭력적인 생각일 것이다. 작법 방식은 시인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는다. 이 시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시인의 세계관이 작법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이 시의 시적 주체가 보이는 태도에서 두드러진다. 정적인 언어로 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적 주체의 슬픔과 상처가 드러난다. 주체는 그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무엇이든 ‘이제 놀라지 않는다’라는 그 무감한 태도는 이 시가 구성된 방식이 왜 운동성 없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해명해준다. ‘이제 놀라지 않는다’라는 한마디로, 언제든 이 놀라운 작품을 통해 놀랄 준비가 되어있던 독자들은 침착해진다. 그리고 놀라지 않게 된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 의식을 건드리는 일종의 최면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고 나서 내면의 상처에 의식을 집중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놀라지 않게 될 것이다. 소화할 것이다.
2. 뻔하게 읽기
잘 해석되지 않는 작품이 뻔한 코드로 쉽게 풀릴 때가 있다. 애매한 구석에는 어디든 잘 달라붙는 것들. 삶, 죽음, 인간, 고독, 자유, 에로티시즘(Eroticism). 나무라는 대상을 서서 잠든 물의 무덤들, 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죽음의 코드를 대입해볼 여지를 찾았다고 하면 과민한 것일까? 눈에 밟히는 부분들이 이어진다. 저녁의 시체들, ‘붉게’ 칠해진 예언, 손목을 그은 청춘, 울음, 구멍, 목을 조르는 행위까지. ‘손목을 그은 청춘’이라는 부분에서는 시적 주체가 자살을 시도자라는 정황을 읽을 수 있다. 시의 말미에서 ‘내가 거울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밤을 견디는 것처럼’이라는 부분이 나오듯이, 그는 아직도 죽음에 대한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적 주체는 ‘모든 예언은 절반만 말해졌다는 것’과 ‘그리고 그 나머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삶이 아프다는 것’이라는 두 문장을 통해 생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절반의 세계, 즉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안의 나는 ‘나’와 ‘너’로서 정신적인 분열을 드러낸다. 그것은 자기 살해의 충동을 가졌으면서도 생에 대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내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무는 자신의 절반을 땅속에
묻고 있으므로,
내가 거울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밤을 견디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