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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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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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독후감 - 술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준호는 서성리 나까무라 양조장을 접수 경영함에 있어 대표로 뽑히었다.
나이로나 경력으로 보아 그래야만 옳을 일이었다. 스물다섯엔가 사환으로 들어와 마흔 고개를 넘긴 오늘날 주임서기라고 할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줄곧 나까무라 양조장에만 있어온 준호였다. 시골서 서당에 다녀 한문자나 배웠을 뿐인 준호가 사환에서 주임서기로 올라앉게 되도록은 그의 총명함이 무어나 보고 듣고 하는 것을 모조리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갔다는 데 있었지만, 그의 꽤 끈기있는 성미 때문도 많았다. 이런 준호는 사실 양조장 일이라면 안팎 무슨 일이나 다 꿰뚫고 있어, 그야말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였다.
또 8.15 이후 이 나까무라 양조장이 아무 상함받음 없이 간수해질 수 있었다는 데에도 준호의 힘이 대단했다. 마침 준호는 이 양조장 숙직실에서 살림을 하고 있었던 관계로 낮에는 물론 밤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지켜왔다.
본래 나까무라는 이 양조장을 경영하는 한편 진남포에다 큰 정미소를 경영하며 대개 거기 가있었다. 8.15도 그는 거기서 겪었다. 그런 그가 해방 직후 자신이 직접, 그리고는 사람을 몇 번이나 내세워가지고 그새 양조장에 재고로 있는 소주 백여섬과 트럭을 빼돌려보려고 애썼으나 번번이 준호가 앞장서다시피 해서 물리쳤다.
아직 무장해제도 완전히 안 된, 때로 인심이 흉흉하여 자칫하면 어디서 어떠한 위험을 당할는지도 모를 지경에 있으면서도 준호는 나까무라의 교섭을 받자하지 않았다. 같은 사무실 안의 젊은 서기 건섭이의 말대로, 이제부터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다! 하는 감격이 준호의 가슴에 차고도 남았다.
소주까지 빼돌릴 것을 단념한 나까무라패는 트럭만이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으나 한결같이 준호의 물리침을 받았다. 한번은 나까무라 앞으로 나선 일본인 하나가 와서 남몰래 준호의 옆구리를 찔러 한 구석으로 데리고 가더니 백원 지폐 한 뭉치를 준호의 손에 쥐어 주는 것이었다. 준호는 한순간 도드라진 눈알을 더 도드라치며 빛 내었는가 하자 지폐뭉치가 허우대좋은 이 일본인의 면상을 때리고 흩어져 떨어졌다. 그 뒤로는 나까무라에게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준호는 이렇게 열에 떠 끈기있게 양조장을 지켜왔으니 이제 접수기에 이르러 준호가 이 양조장을 대표로 종업원들의 추대를 받은 것은 지당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나까무라 양조장을 유경 양조장이라는 이름 아래 접수 경영 신청을 한 어느 날, 준호는 지배인의 사택을 접수하여 들게 되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단지 집세가 헐하다 하여 십오륙년 동안이나 여름 장마철에는 으레 부엌에 물이 나는 셋방에서 살아왔다는 것도 예사가 아니지만, 그만 이 집마저 이 봄에 소위 소개 구역에 들어 헐린 뒤, 새로 셋방을 얻자니 턱없이 비싼 방세도 방세려니와 늦게 보기 시작한 아이들이 자그마치 다섯이나 되는 그에게 셋방을 놓으려는 사람이라고는 없어, 평양 성안에서는 자식 없이 망한 사람이나 셋방을 얻지, 그렇지 않고서는 셋방도 못 얻겠다는 말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외어가면서 궁리한 끝에 양조장 숙직실 한옆을 판자로 얽어 부엌이랍시고 만들어가지고 우선 그리고 이사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집세 없이 있게 된 것만은 다해이었지만 원래 살림방이라고는 할 수 없는 터라 이번에 양조장 지배인의 사택에 들게 된 것도 역시 지당한 일이었다.
이사하기 전날, 그러니까 나까무라가 진남포에서 트럭 한 대에다 중요한 가구를 싣고 밤을 타서 서울로 달아났다는 소문이 난 날, 준호는 집도 내어 달랄 겸 다음날 자기네가 이사갈 수 있게끔 채비도 차려두기 위해 종업원 서너 사람과 같이 지배인 사택으로 갔다. 남산재 동쪽 기슭에 남향하고 그집은 앉아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좀 헐기는 했지만 ㄷ자로 꺾어 바람벽을 시멘트로 바른 이 집은 안만은 꽤 쓰임새있게 지어져있었다. 물론 준호는 여지껏 이 지배인 사택에는 그새 지배인이 네 번씩이나 갈리는 동안, 시년인사 와서는 문밖에서 명함을 놓고 가곤 했을 뿐, 한 번도 방안에는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8.15 한 주일쯤 전에 이번 지배인이 협심증으로 갑자기 죽어 조문왔을 때에도 현관에 붙은 보통객실 다다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갔으니, 집 안 구조같은 것은 알 턱 없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 준호에게는 집 구조가 이러니저러니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거 좁지 않은 골목 안에 이 집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준호가 전에 이 집을 찾아올 때의 어딘가 어렵기만 하던 생각과는 달리, 벌써 이미 자기 집이 된 듯한 마음놓이는 느낌이 저도모르는 새 품어지는 것만으로도 당장은 족한 것이었다.
집 앞에 이르니 어쩐지 빈집만 같았다. 오십이 넘은 지배인 미망인과 전지에 나간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와 하녀, 이렇게 여인만이 사는 집이라 이런가. 아니 혹 여기에서도 나까무라와 함께 서울로 달아나지나 않았나. 열릴 적마다 방울소리를 내는 현관문도 빈집처럼 안으로 잠겨있었다. 이렇던 것이 한마디 찾는 소리로 이 집보다도 먼 데서인 듯 여인의 대답소리가 나고, 다시 이 대답소리보다도 더 멀리서부터인 듯 복도를 걸어나오는 소리가 나더니 현관문이 열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