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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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바늘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바늘
인간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이다. 때로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에 동경을 품고 그것을 갖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노력하기도 하며 다른 수단을 통해 그런 부분을 채워 넣음으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려고 한다.
소설 「바늘」에 등장하는 문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인함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외모나 성격에서 갖지 못한 강인함을 문신을 함으로 갖고자 하는 것이다. 맨 첫 장면에 골리앗 거미를 새겨달라고 온 남자를 보며 화자는 ‘남자가 원하는 것은 거미의 털이나 대칭으로 잘 뻗은 다리가 아니다. 남자는 협각류의 외피를 원한다.…나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서 협각류의 외피를 얻으려 한다.’ 라고 문신하러 오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중간부분에 나온 김사장이 데리고 온 남자나 801호에 사는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사장이 데리고 온 남자는 ‘송아지처럼 커다란 눈을 가진’, 화투판을 전전하던 사람이다. 그도 그가 갖지 못한 강인함이나 화투패를 문신을 새김으로써 가지려 한다.
801호의 남자 역시, 곱상한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고 강인함을 갖고 싶어 전쟁기념관에서 일까지 하지만 만족하지 못한 채 문신하기를 원한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문신을 통해서라도 갖고 싶어 한다.
‘나는 언제나 허약하고 소심해 보인다구. 난 그게 싫단말야!…내 몸을 가장 강력한 무기들로 가득 채워줘. 칼이나 활 미사일 비행기든 뭐든.’
이렇게 문신은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바늘」에 등장하는 스님과 엄마의 관계를 살펴보면 화자의 눈에 비친 스님의 이미지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이미지이다. ‘나’에게 스님은 문신을 하러 오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겉은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힘이 넘쳐흐르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스님이 계신 미륵암에서 풍긴 향냄새조차도 스님의 이미지를 따라 부드럽고 강한 이미지로 형상화되는데, 전쟁기념관의 전쟁 체험실에서 이런 화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코끝에 맴돌던 화약 냄새는 어느새 연한 향냄새로 바뀌어 있었다.’)
이렇게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스님은 화자에게 있어서 하나의 넘어야할 벽인 셈이다. 스님을 존경하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자기보다 뛰어난 자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다. 화자의 이런 스님에 대한 마음은 전쟁기념관의 무기들로 스님을 공격하는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또한 여기에서 화자의 엄마는 ‘나’의 모습이 투영된, 타자화된 자아로 볼 수 있다. 엄마는 한복을 짓는 일을 했고 화자는 문신 새기는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 바늘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이 일치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엄마는 화자 대신 스님을 죽이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나’의 내면화된 욕망을 실현시켜주는데, 엄마와 스님 그리고 나와의 관계는 밑에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나’ 역시 문신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강함에의 동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자의 인식과는 조금 다르게 강한 것을 아름답다라고 느끼기는 것은 같지만, 문신하는 사람들의 ‘자기 강함’의 욕망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나’의 동경은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지 강함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즉, 강하다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에 추구하는 것이다. 곧 美에로의 동경이다. 그것은 801호의 남자로 인해 말로써 형상화되고 있다.
“나는 전쟁이 좋아. 전쟁은 강하거든. 강함은 힘에서 나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