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연주 시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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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문학] 이연주 시인의 삶에 대한 자료입니다.
목차
목 차

Ⅰ. 서론

Ⅱ. 지독한, 비릿한 예토의 ‘우렁달팽이’

1. ‘살아 남아 슬프지 않은’ 그녀


2. ‘인간을 달아난 한 여자’, 그녀

3. ‘어디에도 소장되지 않는 삶’의 그녀

Ⅲ. 결론

본문내용

1. ‘살아 남아 슬프지 않은’ 그녀

삶이 아름다운 것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추억은 사람으로 하여금 비록 현재의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남은 생을 마저 살도록 지탱해주는 심리적 기반이다. 추억은 제법 사람들을 낭만적으로 만들기도 하거니와, 근세 이후부터 추억이 낭만적 사회를 이룩하는 정서적 기반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적에, 사람들은 추상적인 ‘낭만에 대하여’ 여러 가지의 구체적인 정황을 부여하고 저마다 그럴싸하게 판독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로 추억은 당자의 영혼을 갉아먹는 심인성 사약이다. 추억은 속없이 시도 때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올라서 당자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당자는 추억 때문에 물질적 조건을 해체하거나, 그로 인해 우울한 나날을 살기도 한다. 그에게 추억은 구토를 야기하는 시약이다. 더욱이 “살아 있는 쪽보다는 죽은 것에 보다 가까운 곳”(「고물상에서의 한때」)에 거처하는 이연주에게 추억은 생의 유효기간을 단축시키는 요인일 따름이다. 곧, 그녀의 시에서 나는 메스꺼움과 종잡기 곤란한 “지독한 삶의 냄새”(「매음녀 4」)는 “몹쓸 추억”(「위험한 진단」)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녀에게 추억은 반역사적이다. 그녀가 보기에 “4월은 이제 패망한 굴욕의 달”(「추억없는 4·19」)에 지나지 않는다. 당초의 순수한 혁명 의지는 소기의 목적을 겨냥하는 권력 지향적 인물들에 의해 더렵혀진 지 오래고, 그로 인해 혁명은 자본주의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경제 용어로 이적하였다. 사람들은 혁명의 주체들에게 더 이상 경의를 표하지 않으며, 그들이 운위하는 혁명은 이미 “개라고 말하는 날들”(「현대사의 추억거리」)의 값싼 추억으로 전락하였다. 가히 “역사는 잔혹한 종양의 덩어리”(「여섯 알의 아티반과 가위눌림의 날들」)에 불과해지고, 사람들은 이제 혁명을 믿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세상의 평판들에 동조하여 그녀는 철저하게 반인문주의적인 상상력을 가동하여 세계의 위선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특히 그녀는 후각 이미지를 빈번하게 제시하고 있는 바, 그 여파로 인해 시에서는 ‘냄새’가 진동하여 독자들의 접근을 가로막는다. 단 한 번의 시적 허용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녀의 ‘지독한’ 시어들은 작품의 구석구석마다 ‘삶’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그녀의 끈질긴 노력 앞에서 세계는 화해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급기야 ‘저주의 굿판’으로 변모하여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부패의 온상으로 자리매김 된다.

바람난 에미가 도망치고 애비가 땅을 치고 울고

애비가 섯다판에서 날을 새고
그 애비의 아이가
애비를 찾아 섯다판 방문을 두드리고

본드 마신 누이가 찢어진 속옷을 뒤집어 입고
지하상가 쓰레기장 옆에서
면도날로 팔목을 긋고

세살난 막내가 절룩, 절룩 자라가고
에미 애비와 누이의 일들을 거침없이 이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