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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그림은 장식적이야’라는 말을 듣는 화가는 대부분 모멸감을 느낀다. 장식은 뭔가 본질적이지 않은 부가적인 것이라는 생각과, 장식의 동의어로 쓰이는 ‘꾸밈’ 이라는 우리 말 속에 담긴 위선, 피상성 등의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장식은 작품 내용의 진지함과 무관한 것으로 적어도 고급의 예술에서는 추구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고급예술은 과연 장식의 반대편에 서있는 것일까?
장식은 20세기 전반기를 통틀어 공공의 적이었다. 일체의 일루젼illusion을 거부했던 추상미술의 물결 속에서, 또한 표준화와 대량생산을 통해 미술의 민주화를 꿈꿨던 모더니즘 디자인에서 장식은 계급적인 것, 퇴행적인 것, 비효율적인 것, 그래서 비윤리적인 것이었다. 20세기 후반 누명을 벗긴 했지만 장식에 대한 반감의 골은 여전히 깊다. 그러나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less is more’라는 명제가 그렇듯, 장식이 없이 단순할수록 기계생산에 더 적합하다는 말도 현실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이다. 실제로 산업생산에서 장식이 있거나 표면에 요철이 있는 형태가 대량생산에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간결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추구’는 산업사회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이념화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장식의 개념은 복합적이다. 장식하면 우리는 문양을 먼저 떠올린다. 문양은 인간의 상징행위의 원형으로 읽힌다. 의미를 실어 나르던 이 기호들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다. 기표로서의 문양은 원시사회부터 다른 종족과의 구분을 위한 유별類別기능, 주술기능, 심미적 기능 등을 갖는다. 문양은 기표로서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에도 양식화된 반복적 패턴형태로 공간을 꾸미는 역할을 한다. 일정한 공간을 메움으로써 그 공간에 풍부한 시각성을 제공하고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기며 그 공간을 인간에게 친근한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장식이 가진 의미는 문양이 기능하는 ‘상징’ 기능 혹은 여백의 꾸밈이라는 역할만이 아니다. 장식은 조형의 한 방식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그것은 곧 두 개체의 ‘관계 설정’ 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한 대상이 그보다 더 큰 대상에 적용되어 후자와 긴밀한 조화를 이루거나 둘 사이의 긴장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시각적 대상/사물을 장식적이라고 부를 때는 두 가지 경우를 말한다. 내부에 의도적인 패턴, 문양들이 포함됨으로써 상징성을 드러내거나 시각적 밀도를 높이는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 사물이 그것과 이웃한 사물, 혹은 그것이 속한 주변 환경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며 조화롭거나 긴장된 관계를 조성하는 경우이다.
장식적 사물 혹은 관계는 크기와 무관하다. 장식은 일종의 상관관계이며 콘텍스트의 한 국면이다. 장식이 두 요소(대상)의 상호관계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문양이 없는 미니멀한 조각품도 장식적 사물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양이 포함된 장신구라면 그것 스스로 장식적이며, 다시 의상이나 신체와 장식적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이중의 장식이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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