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hwpⅠ. 들어가며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그 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게 되어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나게 된다. 1929년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연희전문 문과를 중퇴한다. 이 후 유정은 고향에 내려와 형의 집에 거주하면서 주막집에 자주 드나들기도 하고 충청도의 한 금광에서 작업 감독을 맡게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김유정 문학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형과의 불화, 잦은 폭음으로 인해 그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점점 무너지게 된다. 폐결핵 진단을 받은 후 유정은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 즉 가난과 우울을 문학을 통해 이겨내고자 하였고 그 결과, 1935년 “소낙비”가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이후 단 몇 년 사이에 “금 따는 콩밭”(1935), “만무방”(1935), “산골”(1935), “가을”(1936), “따라지”(1937) 등 3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이처럼 유정이 살았던 삶과 당대의 현실(일제 식민시대)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해학은 가벼운 것이 아니며 그 안에 고통과 슬픔이 담긴 이중적 구조의 해학이라고 할 수 있다.
Ⅱ. 작품분석
1. 인물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서울로 올라온 덕순과 그의 아내는 당대 유랑민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장사를 위해 서울로 올라오긴 했지만, 밑천이 없는 이들에게는 몸이 재산일 뿐이다. 이들은 아내의 뱃속에서 아이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주는 월급을 기대하며 병원을 찾는다. 즉, 덕순 부부는 절망적인 궁핍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엉뚱한 횡재의 꿈을 꾸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어리석음이나 무지함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일면에서 그것은 바로 그들 자신의 가난하고 비참한 실제 삶과 이어져 진한 슬픔을 베어나게 하는 말하자면 해학이 비애를 동반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배를 쨀 수 없다며 수술을 거부하는 아내의 모습은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는 민초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느끼게 한다. 한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아내를 위해 자신의 담배를 살 돈으로 얼음 냉수와 ‘왜떡’을 사다 먹이는 덕순의 모습은 억압과 착취와 가난 속에서도 놓칠 수 없는 부부간의 끈끈한 애정의 흔적을 보여준다.
아래에서, 덕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병원서 월급을 주구 고쳐준다는 게 정말인가요?
그럼 노인이 설마 거짓말을 헐라구. 그래 시방두 대학병원의 이등박산가 뭐가 열네살 된조선아히가 어른보다도 더 부대한걸 보구 하두 이상한 병이라구 붙잡아드려서 한달에 십원식 월급을 주고 그뿌인가 먹이고 입히구 이래가며 지금 연구하고 있대지 않어?
위에서 보여 주듯이 무식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이농민인 덕순은 아내를 희귀병 연구 대상으로 대학병원에 맡기고 월급을 받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희망의 근거가 기영이 할아버지가 전해준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처럼 덕순은 외면적으로 현실 파악에서 분석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람스리 생긴 덕순이는 바른 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네거리에 와 딱 멈추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