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전 - 그와 그녀들의 욕망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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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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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주생전, 그와 그녀들의 욕망 읽기
주생전은 1593년(선조 26)에 석주 권필이 지은 한문소설이다. 주생전이 권필의 문집인 석주집에 실려 있지 않고 다른 책에 필사되어 전하는 점을 근거로 권필의 작품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으나 에 수록되어 있는 북한본 말미에는 “계사년중하 무언자 권여장(癸巳年仲夏 無言子 權汝章)‘이란 기록이 있고 언급된 ’여장‘은 권필의 호란 점에서 주생전을 권필의 작품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생전은 전(傳)의 형식과 액자 소설의 형식을 빌려 주생과 두 여인 간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고전소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우선 이 소설은 눈길을 끈다. 삼각관계의 대립점을 이루고 있는 두 여인의 갈등과 신의와 애정의 딜레마에서 흔들리는 주생의 상황이 핍진하게 그려져 흥미를 자아낼 뿐만 아니라, 삼각관계의 해소가 등장인물들의 주도적 의지와 행동에 의해서라기보다 비극적 운명에 의해 해소됨으로써 비장미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주생전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사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생전은 전대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사실성과 에로스적 욕망이 자아내는 환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작중 인물들의 삶과 욕망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품의 세계는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재이지만 또한 작품이 창작되는 당대가 발생적 측면에서 이러한 작품세계의 기저에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표상적 세계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 자신이 살던 구체적 현실의 사회상과 그에 대한 작가의 개성적인 문제의식이 작품에 사실적으로 반영될 때 작품에서 독자는 당대의 현실을 비교적 쉽게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환상적 성격이 짙은 작품에서는 작품이 표상하고 있는 당대 현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런 작품에서는 작중 인물들의 행위와 갈등 양상에 얽혀 있는 욕망을 풀이함으로써 작품의 발생적 배경이 되는 현실을 지배하는 현실원칙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생전은 사실적 요소와 환상적 요소가 절묘하게 융합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갈등 양상에 얽혀 있는 욕망을 풀이하고 작품에 표면적으로 반영된 현실을 참조하여, 주생전이 표상하는 당대의 코드를 엉성하게나마 읽어보고자 한다.
현실과 환상이 교호하며 대립하는 소설적 공간
주생전은 액자 형식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액자 형식은 서술자의 객관성을 부각시켜 내화의 사실적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한다. 내화의 내용이 현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이한 운명을 다룬다고 할 때 액자 형식은 이런 내용에 신뢰성을 더하는 유효한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주생전의 경우 내화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진왜란에 종군한 주생의 이야기를 작가이며 서술자인 권필이 듣고 이를 옮겼다는 것이 주생적의 액자 형식이다. 이러한 액자는 실제 들은 이야기를 옮긴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내화의 환상적 허구의 성격을 중화하는 소설적 장치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종군한 주생과 서술자는 언어적 장벽을 겪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필담을 통해서 주생의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에 느낀바가 있어 적는다는 전기의 취지를 밝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필담을 통해 주생의 출생과 가문, 그리고 두 여인과의 사랑과 헤어짐을 듣는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주생전은 현실이 환상을 감싸는 구조를 갖추는 꼴이 되고, 이는 권필이 당대 현실 체험을 통해 느끼는 제반 인식과 욕망을 중국이란 배경과 에로스적인 환상적 이야기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