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虎叱)』 - 표리부동한 인간과 우리시대의 호랑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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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호질(虎叱)』 - 표리부동한 인간과 우리시대의 호랑이는 -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호질(虎叱)』
- 표리부동한 인간과 우리시대의 호랑이는 -
『호질(虎叱)』,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시절 문학 교과서에서였다. 이 때 이 작품의 제목은 나에게 물음표를 가득 안겨 주었다. ‘호랑이가 꾸짖다’ 우습기도하고, 호랑이가 누구를 도대체 어떤 면모를 꼬집는다는 건지 궁금했다. 그 당시 문학 선생님께서는 이 작품을 ‘등장인물의 언행을 희화화하여 제시하고, 동물에 인격을 부여한 우화적 특징이 드러나며, 양반의 도덕적 허위의식을 풍자적으로 비판했다’는 식으로 설명해 주셨다. 맞는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연암 박지원의 작품은 당시 양반계층의 부조리함을 풍자하는 것을 주제로 내세울 수 있다.
교과서에는『호질(虎叱)』의 일부분만이 수록되어 있어 다 배우고 나서 꼭 한 번 읽어보리라 다짐했지만, 마음먹은 것은 그 당시 잠깐일 뿐, 이제야 전문을 읽어보게 되었다. 교과서적인 주제와 다른 색다른 주제를 찾기 보기 위해 노력하며 몇 번이고 더 읽었다. 그 결과 과거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던 주제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전문을 이제야 읽게 된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호질(虎叱)』에 접근해보자.
-『호질(虎叱)』알기
『호질(虎叱)』은 호랑이가 무엇을 잡아먹어야 할지 창귀들과 의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창귀들은 의사, 무당을 추천해준다. 그러나 호랑이는 “‘의(醫)’란 것은‘의(疑)’인 만큼 저도 의심나는 바를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해서 해마다 남의 목숨을 끊은 것이 몇 만 명에 이르고, ‘무(巫)’란 ‘무(誣)’인만큼 귀신을 속이고 백성들을 유혹하여 해마다 남의 목숨을 끊은 것이 또 몇 만 명에 이른다.” 라고 하며 이 둘을 거절했다. 그러자 다른 창귀가 어진 간과 의로운 쓸개를 가지고 충성스러운 마음을 지닌 선비를 추천해준다.
북곽 선생은 벼슬하는 것을 떳떳치 않게 여기고, 저술한 책이 만 권이 넘어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많다. 그 고을에는 동리자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데, 수절을 대표하는, 그러나 그녀의 다섯 아들의 성이 모두 다른 과부와 밀회를 한다. 동리자의 다섯 아들은 그 광경을 보고 인격이 높은 북곽 선생이 과부의 방에 함부로 드나들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그를 여우라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는 그 방을 쳐들어가는데, 북곽 선생은 매우 당황하여 달아난다. 작품 속에는 이 모습을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서 모가지를 두 다리 사이로 들이박고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라고 묘사해 놓았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상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북곽 선생이 똥구덩이에서 나오자 호랑이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북곽 선생은 호랑이를 보고는 “호랑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대인은 그 변화를 본받고, 제왕은 그 걸음을 배우며 자식 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중략) …” 라고 각종 달콤한 말로 아첨한다. 그러나 호랑이는 이에 넘어가지 않고 북곽 선생을 따끔한 말로 질책한다.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라. 내 듣건대 유(儒)는 유(諛)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죄다 나에게 덮어씌우니, 이제 사성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누가 곧이듣겠느냐? … 너희들이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오륜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내내 사강에 머물러 있다. … (중략)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를 매일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 구나.…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중략)”
꾸짖음을 당한 북곽 선생은 엎드려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그의 가르침을 받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니 호랑이는 사라져 있고, 밭 갈러 가는 농부가 이 모습을 본다. 그러자 북곽 선생은 “내 들으니 하늘이 높지마는 감히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고, 땅이 두껍지마는 감히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다고 했기에 그러는 걸세”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작자인 연암 박지원은 “오랑캐의 화가 사나운 짐승보다도 심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선비들은 글귀나 주워 모아서 세속에 아첨한다. 이것이 어찌 남의 무덤을 파는 선비나 승냥이나 범도 먹지 않는다는 그런 더러운 자가 아니겠는가?”라며 이글을 끝마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