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의 문화 정체성 문화와 사회 그리고 지역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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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이러한 지역 정체성은 지역 경제에 관한 공통의 인식, 지역 문제를 바라보는 동일한 정치적 시각,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지역문화의 공유라는 특성들로 구성된다. 각각의 요소는 상호작용 하면서 서로를 강화시킨다. 또한 정체성의 많은 부분이 지역사회에서의 공동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치권력의 의도에 따라 변화가 진행되기도 한다(조성윤, 1998:271~272).
2. 제주인의 정체성 형성과 변동
제주인의 정체성이란 제주도라는 섬 지역에 거주하는, 또는 떠나 살면서도 제주도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기 인식을 가리키는 말이다(조성윤, 1998:271).
유철인(1995)은 제주사람들의 문화적 정체감을 육지 사람들에 대한 양면적 태도, 즉 배타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선망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창기(1995)는 제주의 가족제도에 나타난 부계적 특성(남아선호사상 등)과 비부계적 특성(균분상속 등)을 동시에 강하게 갖고 있는 상호모순적인 모습을 예로 들며 제주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사회문화적 특성을 ‘적응’과 ‘초월’의식으로 설명하였다. 송성대(1997)의 경우, 기존 제주도 당국에 의해 유포된 ‘삼무정신’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제주인의 정신으로 ‘해민정신’을 내세웠다. 신행철(2004)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에 이뤄진 3번의 조사연구 사례를 근거로 그동안 제주인의 기질로 나타났던 근검소박한 생활과 자립정신, 배타성과 열등의식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했는지 제주인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식을 설명하였다.
위와 같은 지역 정체성에 대한 그간의 논의들은 학자의 시각에서 제주문화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주장 또는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제주의 (문화)정체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민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인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며, 또한 현실인식의 결과가 그들의 사회생활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연 ‘제주인’이 지금도 동일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은 해방이후, 제주의 본격적인 근대화(개발)에 따라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 ‘섬’이라는 고립성에 더해 척박한 토지와 부족한 식수, 잦은 재난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극복가능하게 되었다. 지난해 김포-제주 간 항공노선은 주 858편이 이용해 전 세계에서 3번째, 아시아에서 1위로 운항편이 많은 노선이며(제주일보, 2008년 2월 6일자), 상수도 보급률은 전국 최고인 100%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대하는 태도는 개발주의적으로 변하였으며, 이전에 생태적이라고 해석되었던 제주문화는 점차 사라져버렸다. 또한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감귤은 제주지역의 농가소득을 타 지역보다 매우 높게 가져다줬으며, 연간 500만 명 이상의 외지인의 방문과 육지 사람의 정착은 육지문화의 직접적인 유입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물적 토대의 변화는 그곳에 살아가는 제주인의 의식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제주인의 정체성으로 주장했던 근거 중 과거의 사례에서 중점적인 요소를 골라 만들어낸 것들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문화현상에 나타난 복합적인 역사적 사실의 축적 결과에 대한 명쾌한 분석 없이 다른 변인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는 사실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욱이 그렇게 설명되고 주장된 정체성들이 제주에 사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상이하거나, 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체성 발견이 아니라 동원과 통제를 위한 훈육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동안 제주인의 정체성으로 주장되었던 것 중에는 (지방)정치권력이 지역발전을 위해 제주도민을 하나로 통합 또는 통솔하기 위한 것이 있다. 이는 국가권력의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은 조국 근대화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 외부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유일하게 갖고 있는 내부요소인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총동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유포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반공’이다. 제주의 정치권력 또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문화를 창조한 제주인’이라는 자긍심 고취를 통해 주민동원을 꾀하였다.
3. 논의점
정체성이란 긍정 또는 부정을 떠나 개인과 사회에 대한 자기인식이며, 그것은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형성하고 작동한다. 현재처럼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통의 정체성이 존재하는지에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이는 사회변동에 따라 분화된 계층과 계급들 사이에 수 많은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는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현상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체성’을 논의하는 것은 현대의 지역사회발전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보다 긍정적으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2008.11.05, 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