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의 공은 서방의 ‘헤로도투스’에도 비(比)할 것이니라. 누가 삼국유사를 출발점으로 하지 않고서 조선의 신학을 말하며, 조선의 신화학, 특히 국민 및 고사 신화학(古史神話學)을 말하며, 조선의 사회력(社會力) 및 그 발달사를 말하며, 고어학(古語學)ㆍ지명학ㆍ씨족학(氏族學)ㆍ문화사ㆍ사상사
Ⅰ. 일연
1. 일연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
일연(1206-1289)이 살았던 13세기는 내우외환이 중첩된 고난의 시기였다. 안으로 무인들의 집권과 전횡에 반항하는 농민과 천민들의 반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씨정권의 독재가 계속되었고, 밖으로는 몽고의 침략으로 인해 전국토가 전란의 흙먼지로 뒤덮였다.
일연 혼자의 손으로 씌어진 이른바 야사이므로 체재나 문사가 《삼국사기》에 못 미침은 사실이나, 거기서 볼 수 없는 많은 고대 사료들을 수록하고 있어 둘도 없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문헌이다. 즉, 그 중에서도 특히 고조선에 관한 서술은 한국의 반만년 역사를 내세울 수 있게 하고, 단군신
1. 일연의 생애
일연은 격동의 한 세기를 관통하여 선사(禪師) 본래 중국에서 천자(天子)가 덕이 높은 승려를 포상할 때 내리던 칭호였으나 선종(禪宗)에서는 승려에 대한 일반적인 경칭으로 사용된다. 706년 신수(神秀)가 처음으로 대통선사(大統禪師)라는 시호를 받았다. 신라 말 민간에서는 덕이 높은
≪삼국유사(三國遺事)≫만큼 많이 알면서도 ≪삼국유사≫만큼 모르는 책이 없다. 이런 역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누구나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 교육을 통하여 ≪삼국유사≫라는 책의 이름을 들었다. 그 저자가 일연(一然)이라는 사실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시대를 다룬 김부식의 ≪삼국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