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의 문학사적 의의와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 및 평가
분야
hwp1. 의 개작 과정과 개작의 의의
은 식민지 통치하라는 매우 특수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문학이다. 폭력적인 분위기의 식민통치하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묘지로 판단하고, 여기서 탈출의 좌표를 제시한다. 이동의 조망법에 의해 식민지 사회의 죽어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다. 또 공간과 체류지를 공간적 대비를 두어 여행의 과정에서 방관자, 중간자였던 이인화가 현장 체험에 의해 어떻게 한국 사람으로 탈바꿈 하는지도 보여준다. 사실 만세전은 1)(미완작, 신생활 1922 ,2)(완성, 시대일보연재, 1924), 3)(개작, 단행본, 고려공사, 1924.8), 4)(개작, 단행본, 수선사, 1948.2)의 중단, 개명, 개작과정을 거쳐서 완결된 작품이다. 완성되기까지 26년이 걸렸으며, 그 사이 조선은 일제에 의한 식민지 시대와 해방이라는 역사적 여건의 양극적 상황을 동시에 겪는다. 즉, 일제의 검열이라는 타의적 이유와 완벽주의라고 하는 작가인 염상섭의 자의적 이유가 함께 작용, 4번이나 개작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해방 후의 내용을 비교하면, 이야기의 줄거리만 그대로일 뿐, 등장인물들의 성격설정과 주제가 대폭 변화된다. 다음의 1920년대 당시 일제의 강력한 검열로 인해, 해방 전에 발간된 1)고려공사 과 해방 후 2)수선사 간행의 을 비교해 보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1)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이었다. 그 때에 나는 반쯤이나 보던 연종시험을 중도에서 내어던지고 급작스리 귀국하지 않으면 아니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다른 때문이 아니었다. 그해 가을부터 해산 후더침으로 시름시름 앓던 나의 처가 위독하다는 급전을 받은 까닭이었다.
-고려공사,
2)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이다.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휴전조약이 성립되어서 세상은 비로소 변해진 듯 싶고 세계개조의 소리가 동양천지에도 떠들썩한 때이다. 일본은 참전국이라 하여도 이번 전쟁 덕에 단단히 한 밑천 잡아서 하고 졸부가 된 터이라, 전쟁이 끝났다고 별로 어깻바람이 날 일도 없지만은 그래도 또 한몫 보겠다고 발버둥칠 치는 판이다.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 중인 나는, 때마침 반짐이나 보던 연종시험을 중도에서 내어던지고 급작시리 귀국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해 가을부터 해산 후더침으로 시름시름 앓던 아내가 위독하다는 급전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수선사 발행,
이처럼 해방 후의 개작인 은 그 이전의 그것에 비해서 환골탈태일 정도로의 수정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를 찾아보고 대조한 결과, 서사적인 이야기의 줄거리는 불변적인 고정성을 갖고 있으나 일제의 검열과 통제의 위압이 한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나 의식을 얼마나 규제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비단 일제의 탄압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을 개작할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인 조건을 따져보았을 때 실제 염상섭이 부담을 느껴서 개작을 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즉, 1922년 당시의 창작 의도와 다른 면이 보이는 것은 혼란스러운 외부의 현실로 인해서 염상섭이 친일파라는 오해를 살까봐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하는 마음에 개작을 했다고 짐작된다.
2. 과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
은 일본 유학생인 주인공 이인화의 귀국 여정을 소재로 하여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하나는 일제 강점 하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제시하고 비판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일제 강점 하 조선의 현실은구더기가 들끓는 무덤으로 상징된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현실을 발견해 나가는 이인화 자신의 각성 과정이다. 귀국 여행 이전에 그는 자기 존재에 대한 뚜렷한 자각이 없이 추상적인 고민 속에 빠져 있던 인물이지만, 여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점차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진정한 자아 각성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구성 축을 통해 이 작품은 개인의 존재와 사회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발표 당시 묘지였던 만세전은, 당대의 상황을 무덤으로 인식하고, 일제 강점 하에서의 우리 민족의 암담한 현실을 비판한다. 이는 조선인들이 일제의 탄압에 순종만 하면서 구더기같이 살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인공 이인화의 인식으로는 그 다음 해에 일어났던 3.1운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곧, 구더기로만 보였던 조선인들은 사실 3.1운동을 일으킬 만한 잠재력을 지녔었기 때문이다. 염상섭의 작품들이 1920년대의 다른 프롤레타리아 문학과 차이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에서 이인화는 일본인들의 달콤한 꼬임에 넘어가 먼 타국으로 헐값에 팔려나가는 조선인 노동자들을 보면서 분하고, 안타깝고, 동정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그 뿐, 이인화는 직접적인 참여를 한다거나 노동자를 선동하지 않는다. 일제를 비난하고, 조선인 동포들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멸시와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노동자를 대변하거나, 민족주의의 입장을 표명하는 듯 하면서도 중간자적 위치, 방관자적 위치를 유지한다. 즉, 분명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인물이 주로 염상섭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설정이라고 볼 때, 은 후에 나온 염상섭의 와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에서 등장하는 조의관의 집안은 단순한 개인의 가정사가 아니다. 당시 조선 사회의 축소판인 것이다. 역시 투철한 역사의식은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발전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단, 현실 상황에 순응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역시 주인공 이인화가 조선이 아닌, 동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런 점에서 두 작품 모두에서 민족의 미래지향적인 발전 의지를 발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대 지식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행동한 지식인과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 둘 중 어떤 선택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을 비롯해 염상섭의 작품에 등장하는 지식인 주인공들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했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특히 와 은 자연주의에 기초해,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현실폭로의 방향이 더 추구되었다고 생각된다. 무능력한 지식인과 그가 느끼는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현진건의 작품들에도 비슷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에서는 약간 모자라보이는, 전형적인 조선의 구시대적인 여성의 눈을 통해 무기력하고 술을 마시며 현실을 도피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속의 남편은 사회 모순의 원천이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 모순을 타개할 의지가 부족하다. 주인공은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울분을 터뜨리거나 좌절하는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답답해하는 부인에게 하소연하는 남편과 까페 여급에게 노닥거리며 자기 나름의 엘리트적인 생각을 얘기하는 이인화는 당대의 무기력한 지식인을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이보영, 염상섭문학론 : 문제점을 중심으로, 금문서적, 2003
염상섭, 만세전, 솔, 1996
김영근 등저, 에이플러스 문학 자습서, 중앙교육진흥연구소,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