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모하던 시인 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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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끊임없이 변모하던 시인 이형기에 대한 자료입니다.
본문내용
끊임없이 변모하던 시인, 이형기
Ⅰ. 서 론
이형기(1933~2005)는 진주농림학교 재학시절「문예」지에서 「비오는 날」(1949.12),「코스모스」(1950.4),「강가에서」(1950.6)를 연달아 추천 받으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연소의 나이인 17세에 등단하게 된다. 이후 이형기는 오랜 시간 시집을 출간하지 못하다가 1963년 결혼 1년 만에 곽학송의 주선으로 등단 14년 만에 시집『적막강산』(1963)을 출간하게 된다. 처음 그는『청록집』,『귀촉도』등의 영향으로 서정성이 짙은 내용의 시를 써내려가던 중, 전후에 사상의 변화를 겪으며 『돌베개의 시』(1971)와 , 『꿈꾸는 한발』(1975)에 이르러 시적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이 시기에 주로 죽음의식과 절망, 고통, 파멸 등의 어둠의 정서를 통해 전율을 노래하고 있으며, 아포리즘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아포리즘과 역설 등의 기법을 사용해 그 의미를 심화시키고 있다.『꿈꾸는 한발』은 그가 시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 만의 개성이 담겨있는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후, 『풍선심장』과『보물섬의 지도』를 거쳐, 『심야의 일기예보』와 『죽지 않는 도시』에 이르러서는 문명비판 혹은 환경고발을 내용으로 담게 된다. 그리고 이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인해 병석에 눕게 되고, 『절벽』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시집을 발간하게 된다. 이 시집에는 그 동안의 죽음과 고통, 절망에 대한 내용보다 죽음에 달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는 시 뿐만 아니라 『감성의 논리』(1976) 등의 다양한 비평을 통해 비평가로서도 명성을 떨쳤으며, 언론인, 학자로서도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끊임없는 자기해체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고자 노력했던 시인 이형기의 시적 변화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II. 본 론
Ⅰ. 초기시 - 자연 친화의 서정시
이형기는 1963년,『적막강산』을 간행한다. 서정과 인생의 덧없음의 감회를 노래한 이 시집은 피 끓는 청년의 초상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고독과 소멸의 아름다움을 원숙한 어조로 노래하여 마치 노 시인의 초상을 연상케 하는 동양적 달관과 체념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형기의 초기시는 습작기 시절에 주로 읽었던 『귀촉도』나 『청록집』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러한 초기시 속에서의 이형기는 자연의 관조를 통해 허무한 인생의 내면을 투영시키고 있다. 원숙하기만 한 그의 정신세계는 우리의 삶과 존재에 대한 절대적 거리감, 즉 모든 대상에 대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관조하는 전통적 사유체계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적막강산』에 실린 시의 시간적 배경이 대부분 ‘해질 무렵’이거나 ‘가을’이며, 이례적으로 봄을 노래하는 경우에도 그 봄은 ‘비 내리는 밤’의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인 것, 그리고 이 시집에서 가장 높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시어 또는 이미지가 ‘비’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 등은 스스로가 현실 속에서 어떠한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이미지보다는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동양적 초월과 달관의 세계를 펼쳐낸다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초기시에 등장하는 화자는 대부분 혼자 외로워하거나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고독한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풀밭에 호올로 눈을 감으면
아무래도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다. -「초상정사」 부분
선명한 빛깔 위에 바람이 불고
참고문헌
참고문헌
조남익, 「이형기김종문의 시」,『현대시학』, 1986. 12.
김영철, 「서정주의와 악마주의의 변증법」,『한국현대시연구』, 민음사, 1989.
오세영, 『20세기 한국시인론』, 월인, 2005.
< 참 고 > 낙 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아롱아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1963) -
17세에 등단하여 일찍이 그 조숙성을 세상에 드러낸 바 있는 시인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문학적 천재성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대 중반의 청년이 썼다고는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시는 차분한 어조로써 삶의 보편적 측면에 대한 깨달음과 체념, 생의 예지 같은 것을 펼쳐내고 있다. 물론 시인의 내부에 서려 있는 젊음으로 해서 감상적 색채가 완전히 탈색한 것은 아니더라도 전후의 절망과 허무가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당시의 문단 상황에서 이같이 정제된 서정시를 보여 주었다는 점은 이 작품의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시의 첫 연은 낙화의 아름다움을 서술하는 부분으로, 작품 전체의 주제와 인상을 집약하고 있는 경구이자 압권이다. 시인은 떨어지는 꽃을 보며 그 꽃의 사라짐을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환치해 놓는다. 사랑과 이별이 젊은이의 몫임에는 틀림없지만, 시인은 그것을 다만 젊은이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범사의 보편적 국면으로 확대시킨다. 그러므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낙화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랑하면서도 떠나야 할 것을 알고 떠나가는 연인일 수도 있고, 부와 명예를 보장해 주는 탐나는 자리라 하더라도 그에 연연하지 않고 떠나가는 사람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꽃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별이나 죽음도 그 참된 의미를 알고 이루어질 때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고귀한 깨달음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3연은 1연의 내용을 구체화하여 사랑의 사라짐과 나의 떠남을 꽃이 떨어져 분분히 흩날리는 모습으로 보여 준다. 4·5연은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사랑과 이별의 아픈 체험을 거쳐 나의 청춘도 사라짐을 노래한다. 4연의 결구행이나 다름없는 시행을 5연으로 굳이 독립시킨 시인의 의도는 이 시가 사랑의 별리나 젊음의 아픔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성숙하는 영혼에의 축복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1행으로 이루어진 5연을 중심축으로 전후가 상호 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전반부의 젊음 ― 고뇌와 후반부의 성숙 ― 인내의 대립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퇴폐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이 5연은, 낙화가 여름날의 무성한 녹음과 가을날의 열매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 즉 통과 제의(通過祭儀) 같은 것임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네 삶도 그같이 무성한 녹음과 풍성한 결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청춘기의 고통을 슬기롭게 감내해야 하는 것임을 알려 준다.
6·7연은 이러한 깨달음이 심미적 의장(衣裝)을 통해 표현된 부분이다.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과 같은 표현은 내면의 추상적 사고를 가시적(可視的) 정경으로 나타낸 것으로, 고통의 인내가 내면적 아름다움과 관련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의도적 장면이다. 또한 지금 겪는 아픔이 성숙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슬픔 자체는 부정할 수 없기에 마지막 시행에서 물의 이미지를 이용, 눈물의 형상을 암시하고 비애의 정서를 형상화하였다.
이 시는 대상인 자연을 인간화하고 객관화함으로써 정조와 복합적인 효용을 드러내는 시적 정취를 보여주기도 하는 는, 꽃이 지는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하는 모습처럼 노래한다. 개화 → 낙화 →결실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논리로 자연의 법칙(꽃이 피고 짐)을 파악해서, 만남 → 헤어짐 → 더 큰 만남으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논리로 인생의 법칙(만나고 헤어짐)을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